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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 속에 묵묵히 할일을 하는 자동차 와이퍼의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었다. 집까지 오는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야오왕은 집앞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고만 있었다.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창쪽으로 아예 돌려버린 야오왕의 동그란 뒷머리를 쳐다보자 시선을 느꼈는지 야오왕이 손가락으로 창문에 낙서를 ...
히노 에이지가 앙크에게 「간택」 당한지도 벌써 이주일. 초보집사 에이지도 이 오만한 고양이와의 동거가 그럭저럭 익숙해지고 있던 차였다. 인터넷 카페를 검색하며 이런 저런 정보를 얻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도움이 되어준 것은 에이지의 대학동기인 이즈미 히나였다. 같은 교양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히나는 우연하게 쿠스쿠셰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에이...
팬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돌아서는데 앞에 그 등이 있었다. 정인은 잠시 멈칫했다. 저 등을 볼 때면 어떤 충동이 인다. 괜히 그 등에 뛰어들고 싶은, 그런 충동. 결국 마른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고 등에 폴짝 뛰어올랐다. 마른 어깨가 한 팔에 감겼다. 이번으로 두번째. 양정인이 공석에서 이필릭스의 등에 코알라 마냥 매달린 횟수다. 정인은 필릭스의 등이 좋았...
태양을 쏘아 죽인 남자 #9 ― 형, 늦으면 안 돼요. 안 오는 건 더 안 돼. 여섯 시, 세종문화회관! 알았죠? 기억해요! 이따 또 전화한다? 누가 보면 내가 일부러 피한 줄 알겠다. 석진은 소리 없이 웃었다. ‘왜 답을 안 해여!’ 원하는 반응이 아니었는지, 정국의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덕분에 석진은 절대 늦지 않겠습니다, 하고, 세 번의 선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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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조수석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재윤은 그의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태양아, 일어나, 우리 다 왔는데에. 느리게 떨어지는 재윤의 말소리를 알아차림과 동시에 번뜩 정신이 든 태양은 고개를 털었다. 휴게소에 들린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도착했다고?! 차 안에는 태양이 듣고 싶어했던 2000년대 발라드 모음이 아직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양은 잠든 와중...
양수현은 제 옆자리에 앉아 숨도 쉬지 않고 정신을 잃은 채 잠들어 있는 남자를 거의 노려보듯이 한참 바라보다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승부욕과 오기가 치솟는다. 이번에야말로 확 덮쳐서 함락 시켜버릴 테다. 혀로 윗입술을 핥으면서 전의를 불태우다가 이내 말도 안 되는 소망임을 여실히 깨닫고는 조금 화가 나 핸들을 반사적으로 때렸다. 그런 움직임에도 남자는 미동...
머리쪽에서 가볍게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붙잡은채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어제 내가 뭘 했더라? 떠올리려고 했지만 필름이 끊긴듯 드문드문 떠올랐다. 밴드의 연습이 끝난다음, 저녁나절 리사랑 만났었고... 기억하는건 거기까지였다. 집 앞까지 같이 온 건 기억이 났지만 그 다음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사히 집 침대에 누워있는...
그맘때 남자아이들의 흔한 호기심 때문일 거라고 한양은 생각했다. 그래서 바보처럼 어른스럽지 못하게 당황하고 만 자신을 탓했다. 별일이 아닌 걸 별일처럼 대하고 나니 한동안은 꽤 어색할 것 같았는데, 정우는 금세 별일이 있었던가 싶게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켠은 어쩐지 서운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드는 자신이 한양은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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