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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치명적인 병으로 임산부들이 사망하기 시작했다.
성당에 간 것은 거의 1년만이었다. 천주교든 개신교든 주일성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오랜만에 교회를 찾은 신도는 무언가 껄끄러움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나는 학교에 복학한 이후 새벽기도를 다니던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성당에 가지 않은 것은 그것보다 더 오래되었다. 말하자면 냉담자였다. 그래도 어찌됐든 나는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받고 천주교의 교적에 등...
“ 응급키트를 어디다 뒀더라? ” 누나는 피멍으로 가득한 다리로 거실과 방을 쏘다니며 구급상자를 찾았다. 나는 누나를 따라 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누나의 집에 들어와 성교수님의 서재를 쓰게 되면서 예전처럼 누나의 방에 들어갈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오래간만이었다. 누나의 수학과외를 받기에도 회의용 테이블 세트가 있는 성교수님의 방이 더 적합했고 우...
아무리 엄격하고 때로는 매를 드는 아버지라고 할지라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부모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깊은 것이고,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 또한 한량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나는 의연했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의연한 체 했다. 누나는 벌써 한달이 넘게 결석한 내가 중학교에 복학하는 절차를 어머니처럼 살뜰하게 챙겼다. 나의...
“ 아이고, 아이고. ” 구슬프게 곡하는 소리는 조문객들이 다녀갈수록 기계적인 음성으로 변해갔다. 이미 녹초가 되어 절망으로 가득 찬 인간들이 다시 한번 남은 슬픔을 쥐어짜내는 곳이었다. 슬픔이 벅차오르기 시작하면 봇물이 터지듯 해서 끝나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새벽이 되고, 다시 또 해가 떴다. 나는 퀭한 눈으로 멍하니 영정만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부터 나의 성향은 시작되었다. 나는 남 몰래 인터넷에 체벌에 관한 소설이나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2000년대 초반에 그런 것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 외에도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는 충분했다. SM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종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어려가지 행위들을 플레이라고 불렀고 그 중에는 스팽이 포...
임자 없는 모든 것을 주워 되파는 방물장수 '고야'의 귀에 엄청난 소식이 들어가고 마는데...
나에게는 두 살 터울의 누나가 하나 있다. 친누나는 아니지만, 누나의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은 막역한 사이었고 대구 소재의 모 대학병원의 동료 교수였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전부터 친했다. 누나도, 나도 외동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친남매처럼 여겼다. 내가 성향에 눈을 뜨게 된 계기도 누나였다. 누나의 집안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고 특이...
#. 정시 퇴근에 둘 다 약속도 없고 오랜만에 주말을 앞두고 집에서 먹는 저녁. 태형의 다리가 앞뒤로 흔들리며 기분좋음을 마구 표현하며 이것저것 집어 먹고, 다 먹어갈 쯔음. 먼저 밥을 비운 지원이 젓가락을 내려 놓는다.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아무것도 모르는 태형이 눈을 마주치며 사르르 웃어보인다. "태형아." "네. 형" "할 말있는데," "네넹" "다리...
“주인님….” 지강은 저의 하나뿐인 ‘아가’였고, 그의 주인이자 대디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승후는 지강을 돌보고 챙기고 그를 위하여 무언가를 대신하는 것이 좋고 즐거웠다. “밖에서는 이름 부르고 말 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웃으며 하는 말에 지강이 뜻밖의 말을 꺼내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그러니 ...
#내방출도 곧... 얌얌도 곧...^^ 5.[도와줘,형아] 형들... 나야... (구남친주인님 만난 애 맞음) 잘지냈어,형들? 이틀만에 글쓰는데... 그동안 나 잊은 건 아니지? 나는 이틀동안... 이백년같은 시간을 보냈어.....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첫날 저녁먹으러 가면서 글 남긴게 끝이었구나. 형들이 예상하는 것 처럼 애들이 친절하게도...
지강은 승후를 원하는 마음만큼이나 한승후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단하고 곧은 품성과 저를 향한 그의 강인하면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사랑에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었다. 한 치의 의심조차 담겨있지 않은 순결한 경애-. 빼곡하게 차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지강은 고개를 살포시 들어 잠든 승후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스치듯 한 미묘한 스침이었는데...
“친구들처럼… 저도, 아빠랑 소풍 가고 싶어요. 같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승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에 꺼내 본 말에 솔직하게 뭘 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지강이 기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 우리 지강이, 아빠랑 맛있는 도시락 싸서 내일 서울숲공원으로 소풍 갈까. 같이 도시락도 먹고, 자전거도 타고, 생태 체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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