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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성한 광휘를 겨우 받아내며 문장을 곱씹던 나는, 돌연 피어오르는 의문에 그를 직시했다. 아리에 혼은 내 혀를 빨고,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 핥으면서 눈을 깜빡였다. 할 말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는 뜻이었다. 나는 끝내 물었다. "...비선별인원이 아니라, 내가?" 비선별이라서 사랑했다는 거야, 아님 나라서 사랑했다는 거야? 내 눈에 도사린 의문에 ...
나는 한동안 내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아리에 혼을 옆에 끼고서도 가시지 않는 상념에 그는 내 집중을 흐트러트리고 싶지는 않다며 뒷목에 얼굴을 묻기만 했다. 정원의 커다란 나무 앞의 풀밭에 둘이서 앉아, 그렇게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서벅하게 스치는 은빛 머리카락이 뒤에서부터 내 몸을 덮었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 한 자락을 엄지와 검지 사...
두어 번 울리는 문장에 아리에 혼의 행위가 잠시 멈칫했다. 그는 첨예한 낯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눈물이 부풀어 오른 눈가를 아슬하게 매달며 내 손바닥에 제 얼굴을 비볐다. 사락거리는 감촉이 예전처럼 소름 끼치지는 않았다. 다만 익숙했다. 나는 그것에서 다른 감정을 찾으려 했다.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다행이구나." 잠긴 음성이 먹...
아리에 혼은 한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익숙했기에 그의 행각에 더 이상의 별다른 말을 얹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만 나는 아리에 혼의 얼굴을 살피는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것 또한 익숙했기 때문이다. 나와 시선을 마주치면 너는 언제나 웃었고, 또 눈가를 사뭇 부드럽게 휘었으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와 보냈던 오랜 정사의 결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바라는 반응을 하지 않은 것. 그에 대한 결과물 말이다. 이는 눈에 쉽게 보이는 형태로 드러났다. 오랜 목욕을 마치고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안겨 침대에서 잠든 그 다음 날,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라곤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축축 쳐지다 못해 근육이 떨리던 다리가 마땅히 제구실...
나는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들었다. 짙푸른 눈동자가 초점이 엇나간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더라? 일단 보이는 것은 내 방의 천장이었다. 그렇다면 여기는 내 방이고, 내가 누워 있는 곳 또한 내 침대일 터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일단 밖은 어슴푸레하게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고, 목은 차마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도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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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이런, 미친." 첩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몰려 있었다면, 부인이 일을 저지를 거라는 것쯤은 예상했어야 했는데. "아, 시발..."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코끝에 몰려오는 향취가 버거웠다. 뭉근했고, 추잡했고, 몸이 잘게 끓었다. 온몸이 조각나고 그 사이로 용암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뱃가죽을 끌어...
간밤의 일 이후로부터 아리에 혼은 항상 내 곁에 따라붙었다. 씻을 때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이유야 뻔했다. 쿤 에드안이 훼방질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거겠지. 아니면 사심 채우기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야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의기소침해지지 않았다. 아리에 혼에게 순종적으로 굴지도 않았다. 그거야말로 그가 원하는 ...
그 시간 동안, 나름대로의 이 세계에서의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람 하나 죽이는 것도 못하던 나를, 그는 제 입맛대로 착실히 길들였다. 아무리 6년 동안 그가 나를 보는 빈도를 줄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두어 번은 그를 보았다. 그전엔 정신을 잃기 전까지 항상 그만을 눈에 담았다. 아리에 혼은 자신이 아닌 저 하늘조차 시야에 담는 것을 불만스...
"...스승님." 아리에 혼의 시선이 곧장 이쪽으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 버릇처럼 입가를 말아 당겼던 행위는 어느새 씻은 듯 사라지고 없었다. "제자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대답해 주실 건가요?" 일단 대답만 받으면 그는 어떤 말이든 할 것이다. 거짓을 말하지도 않을 터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물론 이런...
나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가주란 것들은 전부 다 또라이 새끼들인 모양이다. 신랄한 평가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전부 다 저렇게 훌륭하게 뇌가 돌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기실 이 탑에 들어온 것들은 다 저렇게 미치는 게 관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저것들 탑 오르기 전에는 멀쩡했다며. ...아닌가? 알고 보니까 ...
그날 이후부터 나는, 내게 오는 모든 음식을 전부 검사하며 먹는 버릇이 들었다. 솔직히 막말로, 내가 먼저 매달리게 하려고 미약이라던가 그런 걸 먹이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럼 당신은 아직 십가주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할 자일 터다. 불합격. 땅땅, 하고 선고를 하다못해 아예 내쫓아 버릴 것이다. 생각해 봤는데, 여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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