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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별 것 아닌 문제로 다툰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 안에 짙게 드리운 어둠을 커튼을 쳐 걷어낸다. 침대 위에서 눈을 깜빡이며 내 모습을 바라보는 너에게 말했다. -이제 이시가키군 같은 건 정말 싫어. 어린아이가 투정하는 것 같은 말투에 너는 환하게 웃었다. 내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넌 그냥 그렇게 웃었다. 너는 다가와 허리를 꽉...
그 때의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려주겠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날, 나는 쪼그려 잠에 빠져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인간도 암컷이랑 수컷이 있는 것 같은데, 교미도 하는 것 같은데, 새끼가 안 보여. 그러면 태어날 때부터 커다란 건가? 그럼 나도 아직 새끼인가? 뭐, 새끼라면 새끼겠지만 나는 동족이 없으니 수명도 모르고 성체에 대한 기준도 없잖은가? 새끼...
“히지카타 씨.” 이불 괴물이 나타났다. 뜬금없이 무슨 이불 괴물, 이라고 물어도 정말 그것 외에는 별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으스스 소름이 돋는 팔을 감싸며 늦게까지 붓을 들고 있던 히지카타 앞에 오키타는 이불을 칭칭 두른 채 등장했다. 두꺼운 솜이불이라 꽤 무거울 텐데도 흘리지 않는 게 재주도 좋다. 하지만 세로 길이에 비해 가로 폭이 좁아 소년의 하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이전 편을 보고 열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1.차남의 비밀공유 ☞ http://shinaga-ikebu.postype.com/post/54028/ # 2.달이 참 예쁘네요 ☞ http://shinaga-ikebu.postype.com/post/58601/ # 3.옆자리를 허락해주세요 ☞ http://shinaga-ikebu.po...
* 인퀴지션 if의 이야기.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개인적인 설정 및 캐릭터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계속 연재 예정. 배릭은 술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맞는 곳에 왔나 슬쩍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문 바로 옆에 달린 명패를 보고 틀림없이 자신이 알던 그곳이 맞음을 확인했다. '전령의 쉼터'라는 글씨가 분명히 새겨진 동판이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배...
3. 여기 앉아 있으면, 완만하게 뻗어 올라가다 수직으로 솟구치는 암반이 보인다. 말을 할 줄도 추위를 피할 줄도, 자신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던 내가 그저 닿는 모든 세계를 신기해하던 산맥의 풍경. 그 때에도, 지금도 나는 늘 신기해하곤 한다. 그 때에는 무지했기에, 지금은 알고 있기에. 그 때에는 나를 둘러싼 커다랗고 혹독한 세상을, 지금은 내 존재의 기...
트위터에서 앙칼공주랑 바보온달 보기 :: https://x.com/euji_p/status/1722978263750869162?s=61&t=TwICeNBIoRT__UPa7G
쪼르르 따라서 한 잔, 망설일 새도 없이 두 잔. 그리고 다시 세번째 잔. 술이 아니라 차라고해도 저렇듯 다급히 들이킨다면 물색없는 사람이라 비웃어줄만하건만 사내의 타고난 풍채는 마땅히 추한 꼴도 우아하게만 비쳤다. 기방에서 보낸 수년동안 술을 마시는 사내가 멋지다 여긴적이 없었는데, 세상에는 예외도 있는 모양이다. 궁우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사내는 성...
글레이드에서의 밤을 기억하자면 그리버가 울부짖는듯한 소리와 미로가 바뀌고 재조립되는 쇳소리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글레이더들은 그 소리를 알아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소리였을테니까. 그 소리는 특히 비가 오는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할만큼 크게 들려왔다.그날도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이었다. 낮에 정말 죽을만큼 덥다는...
0.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광기어린 비애, 오만한 절규. 나는 일어섰다. 1. 존재의 처음에 대해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무언가를 ‘나’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그 순간에 대한 기억 말이다. 혹은, 세살바기 어린아이에게 ‘네 삶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물어 본 적이 있는가? 미친 소리! 허무맹랑하고 잔인한 소리! 하지만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
“네 놈은 누구냐!!” “하하핫! 알려드리도록 해 보실까! 이 몸은! 어느 때는 지옥의 바늘을 선사하는 간호사! 어느 때는 아름다운.. 앗차차 아름다운 건 아니지 멋있고 쿨한 승무원! 어느 때는 악에게 철퇴를 내리는 경찰! 그러나 그 정체는..!” 미니스커트에 가죽 부츠를 신고 붉은 하트가 빛나는 머리띠와 초크와 마갑을 찬 귀여운 사랑의 미남자... 청년....
USS 엔터프라이즈 호는 5년 탐사 계획을 실행하여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크루들이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아직까진 별로 없었다. 동료들과의 순간 하나하나를 느긋하게 즐기고 맞이하면 되었다. 그 속에서, 스콧은 트리블 한 마리를 마땅치 않은 눈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게 그나마 PTSD에(미심쩍은 눈을 하는 맥코이를 향해 스콧은 대충 다른 이유...
긍지와 더불어 우는 새 - 1- 신이시여, 저 어린 대리인을 굽어 살피소서 1.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붉은 살덩이가 던져진다. 밑에 깔아 두어 같이 타들어 가며 익어가기 시작하는 냄새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 풀이 있었다. 깨끗한 의식을 위해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끔, 이 불구덩이 속에서 익어가는 것은 신성한 제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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