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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거세게 쏟아지던 비는 힘을 다했는지 잦아들었고, 아침이 되자 나무에 빗방울만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반짝이고 있었다. 마당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켜며 한편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했다. 하품하고 찔끔 난 눈물을 닦으며, 눈곱을 떼어냈다. 피곤하네…. 어제 괜히 발동 걸려서 무리했어. 부대끼는 속을 달래보려고, 커피를 내리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는데 소진 씨 ...
정태수란 놈은 대체 어떤 인간인가. 이런 현학적인 질문을 던져놓지만 정답은 좀체 떠오르질 않는다. 오지선다 답안지라면 찍기라도 할 텐데 이 질문의 근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주관식, 서술형, 정답은 아무도 모름. 단정적 결론이 전혀 성급하지 않은 건 내가 이새끼를 그나마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랄까.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자부심의 보증...
이든은 문자를 보낸 다음 날엔 답장을 기다리다, 그 이튿날엔 괘씸하다며 손톱을 물어뜯다, 결국 화난 얼굴로 서현을 찾기에 이르렀다. 막무가내로 자리에 있던 서현을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오자마자 열불을 토해낸다. “야, 전화번호 지가 줬으면서 답장없는건 무슨 경우냐? 진짜 내가 이렇게까지 전전긍긍할 일이냐 이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제대로 해야지. 니가 ...
이든은 본인이 지금 왜 여기 앉아있는지 의아했다. 종일 울려대는 골머리와 싸우며 겨우 퇴근을 했더니 또 술이라니. 어젠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마신 터라, 술의 시옷만 들어도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여전히 누군가 뇌를 쥐어짜고 있는 느낌. 내일 생일이라며 무조건 술 한잔 해야 한다는 서현의 잔소리에 와서 앉긴 했는데 정작 당...
넘겨받는 일들을 처리하고, 일주일에 두어 번 횟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동네가 작아서인지 뒷집 할머니까지 내 작은 사치를 알고 계신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늘 조금씩 남기는 우럭이 아까워지자, 운동을 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나의 작은 사치는 삼 주째였고, 봄은 익어가서 어느덧 여름이 가까워졌다. 뒷집 할머니가 심어 두신 장미가 보기 좋아 보여, 나도 ...
준은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머리맡의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짜증스럽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어제도 웬 술 취한 사람때문에 새벽 한 시가 다 돼서 집에 들어와 밀린 작업을 하다 해가 뜨는 걸 보고 침대에 누운 터라 짜증과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아니나 다를까 또 희진이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 잠든 모양이다. 시...
※CAUTION 본 작품은 픽션으로, 극중 인물, 배경,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합니다.또한 작품 내 부적절할 수 있는 소재, 인물 행동 및 사건들이 작가의 사상과 별개의 허구적 장
“네가 연애라는 걸 하긴 할까 준아?” “글쎄요." “남자를 좋아하긴 해?” “글쎄요..” “그럼 여자는?” “글쎄요..” “연애 할 맘은 있고?” “그것도 글쎄요..”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는 준을 보며 희진이 입을 삐죽였다. 글쎄요 밖에 할 줄 모른다며 툴툴대던 것도 잠시, 희진이 준에게 떡하니 손을 내밀었다. “손 잡아줘.” 준은 ...
[#43. 권순영을 부탁해] 시간은 언제나 상대적인 법. 지루할 때는 느리게만 가고, 즐거울 때는 빠르게만 가는 이런 야속한 시간.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었다. 즐거운 축제 시간은 빨리 가버리고, 어느 덧 밤이 되었다.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지금의 이 시간, 무대! SVT 대학교의 밤에 있는 무대가 유명한 이유는 딱 세 가지. 어마어마한 라인업의 인기 가수가...
2 주거침입 사건이 마무리 된 후 앞집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는 그때와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웃을 때 애교살이 생기네. 지금보니 좀 어려보이기도 하고... 아, 그러고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잖아? "저기." "네?" "전 정인서라고 하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자신을 부를 줄 몰랐는지 뒤돌아...
1 맴- 맴- 우는 매미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는 채 누워있기만 하는 나는, 여전히 살 의욕이 없다. 끼익- 바람 때문에 문이 움직였나? 아니면 잠에서 덜 깨서 들리는 환청인가. 아 생각하고 싶지않다. 스르륵 감기는 눈에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벌떡 일어났다. "으악!!" 상체를 숙여 일어난 순간...
Chapter 1-1. 귀환 시안 카스펠이 돌아왔다. 짧은 전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뒤집어 봐도 달랑 한 문장이다. 케이시 카스펠은 자그만 종이 안에 무언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를 박다시피 하여 살펴보았지만, 무심하기 짝이 없는 변경백은 주요한 정보만을 남겼다. 검지 끝에 마나를 담아 룬 문자를 그려냈지만 잉크의 색조차 변하지 않았다. 아...
왕국력 375년, 전쟁 발발.왕국력 377년, 전쟁 종식 왕국력 377년, 왕국 기사단원 레니타 마린다의 공훈을 치하하여 마린다 가家가 북부로 진격해 점령한 하룬딜 영지를 하사하다.왕국력 381년, 마린다 가家의 영지 합병을 승인하여 마린다 후작가를 백작가로 승격하다.왕국력 385년, 카스펠 공작가와 마린다 백작가의 혼인가약에 따라 마린다 백작가를 명예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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