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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 복도에 음성이 울린다. 퀭한 음성. 서늘한 바닥을 느릿하게 기어가는 느즈막한 음성. 그것은, 뱀과도 같은, 다만 주인을 사랑하기에 그의 목덜미를 노리지는 않는.. B는 동요하지 않는다. 흰 천 아래의 표정을 A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무관심, 무표정. 모순적이다. A는 묻고 싶어진다. 흰 천의 얼굴은 독의 빛을 한 눈물을 줄기째로 흘리고 있...
세상이 분홍, 노랑, 연두 삼색으로 물들어가는 계절. 봄이 찾아왔다. 티비에서는 벚꽃 개화시기를 알리는 기상예보가 한창이었고 인준은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을 만끽하려는 듯이 자취방의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고 대청소 중이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자취방에서 딱 하나, 평화롭지 않은 게 있다면 바로 인준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마음이었다. 그래...
+주의 : 살인, 신체 절단, 유혈, 약고어, 시체, 타살 + [부상, 협박, 살해 모의 등] +모든 장소와 사건은 허구이며, 실제와 혼동되실 경우 즉시 열람을 중단하고 전문가에게 관련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11-3-A. 10월 4일 오전 10시 30분, 양배시 B구, 수현 "덕 경장— 부를 새도 없이 가버렸네." "모처럼 여기까지 오셨는데 죄송합니...
상인은 때마침 나타난 손님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행색이 잘 사는 귀부인과는 거리가 멀어 살짝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그녀는 금방 고개를 내젓고 능숙하게 진열대를 손으로 살며시 쓸어 보였다. “이 원석 말씀하시는 거죠? 이 상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 머나먼 동부 라노시아에서 몇십 년 전에 채굴되었던 원석이라고 해요. 어느 귀하신 집안의 안주인께서 애지중지...
5. "나우는 요즘도 연습실에서 밤 새우나?" 호출에 불려가 사장실에 앉기 무섭게 사장님은 나우의 이야기를 꺼냈다. 가만 보면 근성이 있다고, 혀를 내두르는 사장 앞에서 지아는 말없이 웃는 낯을 보였다. 그렇다고, 대답과 함께 끄덕이니 사장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거...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해?" 사장님은 나우가 대견스러운 한...
소망 w. 도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자유로웠다. 내 손을 붙드는 이가 생기는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 * *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다시 익숙한 칠판이 보였다. 쉬는 시간에 누군가가 열어둔 창밖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창과 나무가 가까운지 존재감이 돋보이는 소리였다. 검은 칠판에 흰 분필이 맞닿는 소리 역시 뚜렷하다. 몇번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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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우연과 피아노 차우연은 피아노를 못친다. 재능이 없다. 피아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음악 쪽으로는 다 그렇다.양손으로 동시에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이 걸렸으며, 지금도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악보에 계이름을 한글로 다 적어두어야 한다. 그것도 악보를 보면서 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통째로 외워서 친다. 아직도 악보를 볼 수가 없어서...
[주의] 잔혹한 표현 묘사가 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봐주세요! '꿈꾸는 소녀' w. 파란 흔히 '백일몽'이라 하면 '헛된 공상'을 떠올린다. 밤에 꾸던 꿈을 대낮까지 그리워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은, 아름다운 울림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아라. 낮에 꾸는 꿈은 분명히 어떠한 간절함에서 기인하였을 것이다. 구십구 번...
파리에는 비가 내렸고 코트 옷깃을 바짝 세운 채 숙소로 돌아온 모르티에는 평소보다 배는 덩치가 커 보였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밀러가 손을 뻗어 코트 끄트머리를 잡아당기자 모르티에의 팔짱 사이로 옷자락이 와르륵 벌어졌다. 닳고 닳아 먼지 한 겹뿐인 카펫 위로 통조림이 요란하게 떨어져 내렸다. 밀러는 이마에 복숭아 절임을 얻어 맞고 벌떡 일어났다. 이게 다...
페르디난트 폰 에길은 에길 공작가의 정식후계자이지만 외동아들인것은 아니었다. 장남이 키홀의 문장을 갖고 태어났는데도 탐욕스런 루드비히는 여러 여인에게 자식을 더 낳게했다. 그 수가 자그마치 12명이나 된다. 형제자매중 대다수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루드비히의 판박이인것이 바로 차남이었다. 차남은 맏형을 싫어했다. ----- 머리색 이외...
(※썸네일의 이미지는 @🌙님의 커미션입니다. 감사합니다.) 매 순간 지속하기에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아직 그대가 만나지 못한 것들은 많고, 이어지지 못한 인연도 많으니··· 부디 오늘도, 내일도··· 비록 행복하지 않대도, 그저 흘러갈 뿐이라도 살아남아 줄 수 있을까. 나의, 영웅. Je t'aime, mon aube. ···그동안 그대에게 들려...
"하늘님이 있을 곳은 내 옆자리 뿐이라 분명 말했을텐데" "미친놈... 미쳤다고 너!!" 재민을 끌어안은 채 발악하듯 소리치는 여주를 보고도 도영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지만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검을 쥔 손은 애써 떨림을 감추고 있었다. 황태자가 되기도 전에 무술을 배우기 위해 검을 처음으로 휘둘렀던 그 때에도, 이 검으로 사람을 처음 베었던 그 때에도 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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