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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무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구치는 날. 그것이 케케 묵은 고백이 됐든, 미뤄왔던 이별이 됐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이 그런 날임을 직감했다. 혹 착각일까 싶어 얼른 고개를 돌려 곤히 잠든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을 보면 덕지덕지 붙은 미련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냉장고에 맥주가 다 떨어져 사거리 슈퍼까지 나가 사가지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아우디를 보고 이 동네에 웬 아우디냐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내리는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어라. 평소 같았으면 달려가서 아는 척을 했을 텐데 뒤따라 내리는 남자를 본 순간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숨겼다. 내가 왜 ...
창밖의 하늘은 달빛 한 줄기 없이는 그 무엇도 볼 수 없다고 내 귓가에 속삭여주는 것처럼 너무나도 어두웠고, 화려한 방 안은 지나치게 넓고 사치스러우면서도 지나치다 느낄 정도로 조용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이 앉아있는 자리를 손으로 짚으며 발장구를 치듯 바닥으로 추정되는 곳에 다리를 뻗어서 발을 허우적 거렸다. 하반신과 손바닥에서는 폭신폭신한 느낌이 드는...
티 좀 내지 마, 다른 사람들도 너만큼 힘들어 해. 너만 특별히 불행한 것처럼 오바떨지 마. 불행한 너의 심취해서 네 자존감을 스스로 갉아먹은 주제에 남에게 너의 불행을 은근히 티 내면서 기분 잡치게 하지마. -라고 말하지 않을까? 은하는 세연을 보며 그런 상상을 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자꾸만 그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은하의 상상 속...
사랑해. 입 밖에 내지 못한 고백은 결국 내 안에서만 맴돈다. 맴돌고 맴돌며 혈관을 타고 흐르다 날 상처입힌다. 아마 이 고백은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날 곪아 터지게 만들겠지. 그것을 알고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죽어도 말 못 하리라. 적어도 너한테는. "우리 꽤 오랜만이야, 응?" 내 눈앞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꿇려져 있다. 두 손은 등 뒤로 묶...
안녕하세요. 그림꾸미기전문가입니다. 돌아온 조합형 시리즈... 조합형 목걸이가 악세사리 세트에서 빠진 이유는...조합형 자체가 시리즈화 되었기 때문이지요! 혼신의 힘을 다해 한땀한
# 그해 용강면의 봄, 두 번째 태권도 학원에 기합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그리고 수업 끝나기 5분 전. 민호는 학생들의 눈이 힐끔힐끔 시계를 향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다. 니네만 가고 싶냐, 나도 집에 가고 싶거든. 그래서 민호는 별 고민 없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외친다. 신이 난 학생들이 짐을 챙기러 달려가느라 금세 소란스러워진 공간. 민호가 ...
'알페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던 글이라 리메이크 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목, 내용, 주인공들의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야, 보지마. 눈 깔아." - 강은호 "뭔데 질질 짜냐." - 권율 "야, 와 봐. 거기서 멀뚱멀뚱 쳐다보지 말고 오라고." - 하지석 "너지, 너 내가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고 했을텐데." - 은하원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다음날 캐서린은 쏟아지는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느리게 눈을 떴다. 어젯밤 들뜬 마음으로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하느라 늦게 잔 탓인지 굉장히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사그락거리는 얇은 천 이불에서 느릿하게 일어난 그녀는 한껏 기지개를 켠 후에 잠시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멍하니 입을 열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줄래요?" 하지만 그녀...
이제 곧 열두 시가 넘어갈 것 같았다. 머리통에서 별 생각이 다 든다. 그 중 최악은 30분 안에 다른 남자를 만나서 하는 건 아닐까였다. 그리고 바로 문 열리는 소리에 뛰쳐나가고 싶었으면서 이불에 파묻혀 급하게 티브이를 켰다. 들어오자마자 너는 신발부터 벗었고 손에는 생일 케이크와 샴페인, 고깔모자가 매달려 있었다. "늦었죠. 늦게까지 문 연 데가 한 곳...
화설은 류원의 말에 대꾸도 없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류원은 그 모습을 보고 뭐가 좋은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류원은 화설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맘추었다. 류원은 힐끗힐끗 화설의 옆 얼굴을 보았다. 자신을 신경쓰고 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을 쓰며 미간이 찌푸려진 화설의 얼굴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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