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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얘는 그릇이 달라' 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밥그릇 국그릇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고, 언젠가 이뤄질 큰 꿈을 담을만한 그릇이라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얘는 그릇이 달라, 그 정도론 끄떡없어 흠집 하나도 안나, 애기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여기 장군신 조상신들도 다 인간이셨어 인정이 있으시다니까. 어디를 가서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혹...
벌레 소리가 요란한 밤이었다. 달이 밝았고, 밤바람은 서늘했다. 도무지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히지카타는 앉은 건지, 누운 건지 모를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해가 뜨려면 몇 시간 남지 않았으나, 적막해야 할 밤은 여기저기 세운 불빛에 소란스러웠다. 근처 마을에서 축제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숨어 살기에 적당한 넓은 집은, 마을에서 어느 정도 거...
*뷔진전력 입니다 *음악과 같이.. ^_^ 비오는 골목길 은은하게 빛나는 가로등 가로등 불빛에 반짝거리는 빗방울 우산에, 바닥에 부서지는 빗소리 톡 톡 톡 톡톡 톡톡 톡 톡 톡톡 톡톡 진한 물내음 물에 젖은 흙냄새 촉촉, 축축한 이파리 냄새, 나무 냄새 여름냄새 베이스 노트만 남은 한밤중의 네 향수냄새 흡, 하고 들이마시면 네 살냄새에 섞인 베이스 노트 혹...
『아, 히로유키?』 「엉, 무슨 일이야?」 『알바 끝났어?』 「응, 오늘은 손님도 많아서 힘들었다고」 『있잖아, 다다음주 주말쯤에 한가해?』 「어떨지, 한가하지 않을까」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데, 같이 안 갈래?』 하아, 이녀석 뭐라는 거야, 갑자기. 「왜?」 『아니 그게 있잖아, 마유코가――』 왜 이렇게 되는지~. 그 후로 10년인가. 계속 코이치의 곁에...
24.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끝났다. 우주의 끝이 다가왔다. 인큐베이터는 이젠 형태도 없이 우주를 떠돌고 있었다. 결국 해결하지 못했어. 인간의 감정이라는 변수는 지나치게 크고 넓었고, 엔트로피만큼이나 위험했어. 인큐베이터는 형체도 잃어가며 유일하게 남은 행성을 응시하며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는 결국 악마 하나에게 멸망했다. 그렇지만 시작이 잘못되진 않았어....
솔직히 다들 한번쯤 유치하지만 그런 생각 하잖아? 만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멋져지고싶다... 그래서 준비했어 내향적인 성격인 애들을 위한 새학기인싸되는법, 내향적안 성격을 외향적
21. 왕비 그 애는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궂은 가지가 부러져 화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옷이 활짝 펴져서 잠시 인어처럼 물에 떠있는 동안 그 애는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니면 본래 물속에 태어나고 자란 존재처럼, 옛 찬송가 몇 절을 불렀다는구나. 그러나 오래지 않아 물에 젖어 ...
20. “이제 추워. 얼어붙었어” “고요해” “조용해?” “응, 호무라” “수고했어, 사쿠라 쿄코. 고마워” “그것 참, 고마워라. 배신을 치하하는 어디 배신자 집단 이야기 같아” “실제로 그렇잖아” “사랑을 꿈꾼 바보들 이야기. 아케미 호무라와 사쿠라 쿄코”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아” “그럼, 지난 사랑에 묶여 노인이 되어버린 두 소녀 이야기” “네가 마...
19. “……” “불 꺼줘” “아픈 데가 여기야?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네. 마디마디 전부 아파?” “일단 불 끄고. 그 뒤에” “응” “고마워…” “응, 뭐, 고마울 것까지야” “너는, 이래도 괜찮은 거야, 사쿠라 쿄코?” “뭔 소리야” “배신…이잖아?” “……푸흡” “웃지마” “그래서 아까 배신이니 뭐니 물어봤던 거야?” “그런 건 아닌데” “맞는 거 같...
18. “간호사와 기자 두 남자는 각자의 연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 했어. 그래봐야 병원 내부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같은 마사지 시간을 배정해서 여자 둘은 마사지를 받고, 남자 둘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더블 데이트처럼. 둘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해. 정말 연애하는 커플처럼 즐거운 때를 보내고 있었어” “간호사는 근데, 사랑을 인정받지도 ...
17. “이번엔 무슨 이야긴데?” “식물인간이 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영화야” “줄거리부터 흥미롭긴 한데. 음, 책이 아니구나” “이건 진짜 있는 영화 이야기니까” “미국 영화야? 어디 영화?” “스페인이던가, 포르투갈이던가, 잘 모르겠네.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그쪽 말이긴 했어. 아마 스페인 영화인 것 같아. 작중에…마드리드라던가, 그런 이름이 나...
16. 피안화는 저주스러운 꽃으로 취급된다. 꽃에 이런저런 의미부여를 하는 편이 아닌 나에겐 저승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붉은 꽃에 대한 근본적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나는 정원 한 켠 자리를 잡고 있는 피안화를 보면 힘겨웠다.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조차 일었다. 아침마다 머리맡엔 피안화가 한 송이 놓여있었기 때문에. 피를 머금은 듯 시뻘겋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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