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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광은 씁쓸히 웃었다. 뭐, 대충 예상은 했다. 비광은 워낙 이런 것에 약했으니까. 우스운 일이다. 그동안 계속 소수 측에 속했으면서, 이런 게임에선 한 번도 써먹지 못하는 성질이라니. 비광은 스스로를 비웃었다. 이러니까 내가 이바닥까지 떨어졌을 거라고. 맛이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독하기만 한 술은, 특이함을 찾는 사람만 찾지, 어지간해서는 소비되지 않는...
정치政治.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몇년 전이더라.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10년쯤일걸.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이다. 아직 내가 미숙하고, 더욱 더 대책없이 전...
사람들의 의견은 언제나 우습고 재밌다. 어쩜 그리도 겉표면을 중요시하는지. 차라리 애초부터 자기 자신이 가진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얼마나 좋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비광은 신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알았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강렬한 그 경험을 겪고서 모를 이는 없으리라. 하지만 어쩌겠나? 아마 비광은 당장 내일 지구에 운석이 떨어져도, 이 ...
쌀쌀한 바람과 함께 먼 기억이 소리없이 찾아온다. "육 차장, 나도 이렇게 말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네. 하지만, 부디 정직해주게. 자꾸 이러면 우리도 썩 내키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역겨운 목소리가 웅웅거린다. 잘 타이르기 위한 말 같지만, 이미 믿음이라든가, 하는 건 저 멀리로 내던진 목소리였다. 어째서 이 목소리가 여기서 나오는가? 돌아보...
'신은 제가 입은 은혜에 관해 감격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이제 머나먼 길을 떠나는 자리에서 이리 표문을 올림에, 눈물이 눈 앞을 가려, 무슨 말씀을 더 아뢰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臣不勝受恩感激 신불승수은감격 今當遠離 臨表涕零 不知所言 금당원리 임표체읍 부지소언 이제 신은, 낮게 몸을 낮추어 온 몸을 바치고 정성을 다해 이곳을 위해 죽을 ...
순덕은 늦은 시간에도 깨 있었다. 거실 가운데, 보일러가 가장 뜨끈한 곳에서는 복실이가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순덕은 늦은 시간에 꽤 지쳐 있었으나, 복실이를 보고서는 드물게도 슬쩍 웃어버렸다. 사실, 순덕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 웃는 건 단지 복실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주민행복주간이라, 처음에 공고문을 봤을 땐 그저 그런 단지 내 주민복지 정...
시간 날 때마다 한 편씩 제멋대로 분량으로 그렸더니 총 5편입니다^.^ 아래 결제상자는 작심삼월용이라 암것도 없어요
"성렬아, 너는 언젠가 분명 빛을 낼 아이란다. 너는 빛나는 아이야." 그 말은 어찌 보면 자기암시같은 말이었다. 그 말을 실제로 듣는 청자인 나에게나, 그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던 화자인 어머니나. 나는 빛나는 아이라고 했다. 별처럼 빛나서, 다른 이들을 이끌만한 재목을 가졌다고 했다. 비광은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은 내가 있던 방의 모든 문이 잠기고,...
이곳, 성 메르헨의 미로정원. 신비로운 이 커다란 성에 있는 미로정원은 아름답고 웅장하다. 젭텟은 멀뚱멀뚱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니까, 새를 잡아오라... 이 말이지? 손에는 블루가 나눠준 새장이 들려 있었다. 사실, 만일 이게 '일반적인' 새 잡기였다면, 도구가 더 필요했을 터다. 하지만 이 곳이 어디던가, 하루에도 몇번씩 비과학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
방어적인 모습. 젭텟은 저런 태도를 잘 알았다. 모를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젭텟은 ■■■ ■■■ ■■■■ ■■ ■■■ ■■■. 그래서 가만 두고 볼 수가 없었고, 본능이 경고했다. 가까워지는 건 좋지 않아. 잘 알잖아. 젭텟은 알았다. 자신이 이렇게 분별없이 행동할 경우 ■ ■■ ■■ 다치게 될 거라고. 호의를 위해서는 거리를 둬야 했다. 그게 맞았다. 하지...
가면 무도회라니, 가면 무도회라니! 이렇게 춤 추는 자리에 서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젭텟은 이런 자리를 그리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연회때 보낸 시간이 몹시 즐거웠으므로, 젭텟은 이번에는 한 번 제대로 무도회를 즐겨볼까 하고 생각했다. 물을 받아 씻고,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안경을 닦은 뒤, 옷걸이에서 골...
활발한 평상시의 모습과 달리, 오늘따라 앉아있는 모습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아마, 어제 있었던 일로 꽤나 지쳐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젭텟에게는 이렇게 지치는 게 어째서 그토록 낯설까 이상해했다. 다치는 일 정도야 충분히 있는 일이다. 가령,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다가, 독성 물질을 잘못 다룬다든가, 미숙한 실험 설계로 실험에서 문제가 생기는 걸 수습하다가,...
젭텟은 케이의 웃음이 낯설었다. 그래도 당신이 이렇게 편안한 웃음도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생각하자, 그때부터는 낯설다기보다는 조금 신기했다. 내가 이렇게, 어떤 누군가의 깊은 면을 보게 될 줄이야. 젭텟은 스스로를 알았기 때문에, 막연히 타인의 심연을 보는 것을 두려워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경해 왔던 그― …에, 젭텟은 낯선 건 스스로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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