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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해석) 원작이 여러 버전이 있는 만큼 주인공이 처음에 빨간구두를 접하게 되는 계기도 매우 다양한데, 그 중 공주가 행차하며 신고 있던 구두에 주인공이 눈독을 들이는 전개
1. 무성(無誠) 가시덤불이 만연한 길가에 보랏빛 안개가 자욱이 퍼졌다.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대에선 악취만이 풍긴다. 지나가는 이를 노려 집어삼킬 듯이. ‘사람을 갉아먹는 지독한 냄새.’ 시체를 잡아먹는지, 정신을 잠식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헤릿하게 만들어 놓았다. 길가를 둘러싼 가시덤불은 사냥감을 노리는 뱀처럼 숨죽여 움직였다. 눈치 채지 ...
6 의건의 손을 잡았을 때, 성우는 처음으로 줄에서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을 때의 느낌을 떠올렸다. 두렵고 두려웠던 것을 기어코 저질러버린, 그 이후는 어찌되어도 좋다는 찰나의 짜릿함. 그 순간의 느낌을 잃을새라, 성우는 의건의 옷을 당겼다. 이미 앞섶이 풀어져 있던 옷이 흘러내리며, 의건의 하얗고 탄탄한 상체가 드러났다. ...크다. 소싯적에도 자신보다 컸...
지하 벙커, 일명 쓰레기장에는 암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나 병자들 말고도 '버려진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이들은 종족에 관계없이 보호자들에게 말 그대로 버려졌기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는데, 그중에선 유독 '델타'가 많다. 델타는 오래 전부터 종족별 제 5계급 중에서 항상 낮은 위치에서 패자처럼 살았다. 심지어 엡실론이 최하층으로 떨어진 지금조차도 델타는 여...
깊은 꿈을 꾸고 있었다. 나사가 하나 나간 것처럼 정신이 없었고 풀린 눈을 꿈벅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초점때문에 어느 하나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하 씨발. 낮게 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데쿠새끼가 이상한 놈을 끼고.... 데쿠라고...? 자신은 분명 누군가를 향해 데쿠라고 불러왔었다. 머리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
"헥헥" 고요했던 숲 속에서 누군가의 숨 찬 소리가 들려왔다. 옹기종기 모여 서로 장난을 치고 있던 토끼들도 시냇가에서 목을 축이고 있던 사슴들도 귀를 쫑끗 세우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햇빛을 쐰 적이 없는 듯 새하얀 팔과 다리는 바쁘게 움직였고 바람에 흩날리는 초록빛 곱슬 머리와 같이 앞를 향해있는 둥근 눈동자조차 초록색이였다. 아직 자신...
거지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으로 당당히 귀환한 에릭을 본 영환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쪽 팔은 인간의 형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서늘한 은빛으로 빛나고, 다리 한 쪽은 모래처럼 부슬부슬 부스러지고 있다. 거기다 옷이며 머리며 너덜너덜한 게 딱 봐도 어디서 거하게 구르다 온 모양새였다. 저 상태로 걸어 돌아온 것이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
항상 망상만 했는데 그리면서 재밌었다 ... 😊 - https://posty.pe/s69915f 시리즈로 만들어서 모아두었습니다. 그저 모아보기 편하시라고 만든 시리즈라 결제용을
5 빙글빙글. 주변의 모든 것이 돌고 있었다. 그 가운데엔 익숙한 얼굴이 하나가 있었다. 눈이 처진 순한 얼굴로, 하지만 한없이 절박하게 이쪽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물어왔다. 형, 형아, 괜찮나.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가, 칼날에 에이는 듯한 한기가 찾아왔다가, 따뜻한 손길이 스쳐갔다가, 어둠이 밀려왔다 물러갔다가. 언제가 시작일지도 모를 시간이 끝도 없...
고민이 무색하게도 별다른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렀다. 긴장과 지루함이 공존하는 나날 동안 할 만한 일이라고는 고작 땔감을 주우러 산 속을 돌아다니는 것 정도였다. 이틀째부터 에나가 말한 빈 집들 쪽을 돌아다녀 봤지만 역시나 쓸만한 건 없었다. 창고를 뒤져 성냥 약간과 먼지로 뒤덮인 단백질 블록 두어 개를 찾아낸 게 그나마 수확라면 수확이었다. 먹어도 멀쩡할 ...
자신은 아주 어린 아이였다. 평화로운 풀피리 소리가 들리는 길고 긴 하얀 꽃길을 조그마한 맨발로 아장아장, 하염없이 홀로 걷는다.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은 평화로운 곳이었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잔디밭, 청량하고 향기로운 꽃, 낮게 깔린 아름다운 은빛 하늘, 노랫가락처럼 달콤한 산들바람. 기분이 좋아 맑고 높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어…….’ 얼마를 걸...
아름다운 우주처럼 넓게 활개를 편 검은 사막은 인간이 노래를 시작한 이후로도 삼백 년 동안이나 아무도 건너지 못했을 정도로 험난했고 메말랐다. 뜨거운 태양이 살을 말리고 차가운 달이 심장을 얼리는 무서운 공간은 누구도 이겨낼 수 없을 만큼 넓었다. 그곳에 생명의 뿌리를 내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죽은 후에도 신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버림받은 영혼들만이 ...
"주실 거 안 주셔? 팔 언제 떨어지나 구경하는 거야?" 그러더니 깔깔대는 웃음 소리에 민우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 쪽으로 손바닥을 보인 에나가 뻗은 팔을 붕붕 흔들어댔다. 멍청히 그 모양을 바라보자 뭔가 깨달은 듯, 그 때까지도 흉터를 꽉 쥐고 있던 손을 태연히 내린 그녀의 미소는 보통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 뭐, 이거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는...
소망은 골똘히 생각했다. 저하라는 호칭이 누구에게 쓰이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저 어리숙한 도련님이 왕실을 배반한 왕자라는 게 납득이 되질 않았다. 차라리 말실수를 해놓고도 태연자약한 남자가 왕자라고 하는 편이 더 믿음이 갔다. 게다가 소망 자신이 유일한 면역인이라는 '정보'라니? 이 또한 여간 의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지금같이 온갖 데이터가 난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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