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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보곤 했다. 형상은 있지만 실체는 없는 것들. 종종 다리 없이 걸어 다니는 것들. 조금 전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간 것들. 흔히 그것들은 귀신이라 불렸다. 다니던 학교 뒤뜰에 심겨 있던 커다란 느티나무에서 뻗어 나온 어떤 나뭇가지에는 사람이 매달려있었다. 아니, 사람의 모습을 한 것이 매달려 있었다. 어릴 적에는 그것이 사람이...
빛 어두운 도로를 검은 차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새벽 두 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LF 인근 숲을 둘러싸고 있는 이 길은 대낮에도 인적이 드문 곳이다. 하물며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다. 차는 아무도 없는 길을 마음 놓고 질주했다. 운전법이 거칠기 짝이 없었다. 중앙선을 넘어가는 것은 예사였고 가끔 역주행을 하는 일도 있었다. 차의 운전자는 몹시 화가 났...
드넓은 평야에 바람소리마저 멈추었다. 다만, 챙챙하고 날카롭게 울리는 금속성의 소리만이 넓은 공간을 홀로 외로이 채우고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공기 중에 섞여있는 짙은 피비린내가 이곳이 방금 전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장소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 피비린내를 맡으며 춤추듯 검을 겨루고 있는 것은 채월국(彩月國)의 제일검(第一劍)이...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사람들의 복장도 두꺼워져 가고 이제는 마지막 남은 가을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가 없다. 누군가는 아쉽다고도 할 수 있을 겨울의 시작. 모두듵 겨울에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을 즈음 도심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시청' 이라 불리는 건물의 사무실에서는, 반복적으로 들리는 키보드 소리와 규칙적인 마우스 클릭소리. 넓은 사무실 안, 두 명의...
호기롭게 떠난 치앙마이 한달살기. 말도 안되는 '그 일'이 나에게 찾아왔다. 1화 끝.
“가만 보면 처장님도 참 속모를 분이시고요.” “선생 입으로도 말한 적 있지 않소, 사업에 눈이 어디 있느냐고.” “……에이 마, 됐심더. 이건은 그럼 업체에 처장님 말씀만 고대로 전하기로 합니다.” “하아, 선생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못내 수락하고 있는 거 아니오.” 한 시간 가까이 서로 한 발을 물러나지 않은 팽팽한 비즈니스미팅의 마무리는 석영의 은근...
우리는 위성, 행성, 태양, 우주, 심지어 우주의 전 체제를 일련의 법률 하에 통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아주 작은 벌레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이 어떠한 특별한 행위에 의해 창조되었기를 원한다. - 찰스 다윈 * 케이드-6의 총은 목표물을 놓친 적이 없다. 적어도 그의 총구가 이미 목표물의 머리통을 정확히 향하고 있는 와중이면 그랬다. 그의 총알은 일 초...
그러므로 그녀의 죽음은 그러므로 그녀의 죽음은 실로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정기 업무보고를 위해 정부기관에 다녀오겠다며 도서관을 나선 것이 아침, 그리고 돌아오던 도중에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에 치여 사망. 문학서의 침식을 막기 위한 특무사서 프로젝트는 그 당사자가 죽어버렸으므로 무기한 중단...말하자면, 사실상의 폐지. 이상한 것은 너무나도 많았으나 그...
주제 스튜존 왕자입니다...
영호가 사는 동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택가 옆에 큰 아파트 단지가 건설된 후로부터 그랬다. 적은 인구가 모여 살던 침체된 동에 입주민들이 들어오고부터 활기가 신시가지를 장악했다. 구시가지도 나름대로의 어색한 활기가 흐른다. 재개발 가능성이 높다보니 부동산업자들이나 정장 입은 이들이 주택가를 물색하는 것이다. 종현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돌았다. 주택가 외진...
내 우주의 주인공은 너였으면 했다.창준은 그 문장을 보고는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프로포즈할 때 보다 더 구구절절한 문장이네. 비웃음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내던지고는 들고 들어왔던 아이스커피를 책상 위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창준은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팬사인회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창문 너머로 스쳐지나가는 건물들을 보는 것도 지겨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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