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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 짝, 짝, 짝. 허공에 울려퍼지는 박수 소리에 눈을 뜬다. 눈을 감아도 새하얗게 반짝거리던 조명들이 다른 곳이 아닌 오직 저를 향해 있다. 눈물이 흐를 정도로 아름다운 것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찬 공연장 한 가운데에 선 저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고. 아아. 그런 꿈을 꾸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김정우는, 이제 막 열아홉의 반을 지...
* 곯아떨어져 버렸다. 는 구라고.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정우는 비몽사몽하지도 않은 제 자신이 무척이나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 말 한 마디가 뭐라고 잠도 못 자고 꼬박 밤을 새웠는지. 국어 선생의 말에는 요만큼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시선의 끝에는 언제나 대각선 맨 앞자리의 욱희 뿐이었다. "…미치겠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정...
* 꿈에 네가 나왔다. 너는 정우, 하고 나를 불렀다. 다정스러운 음성이 자꾸만 내 귓가를 간지럽혀서,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내 이마를 시작으로 천천히 입을 맞추며 부드러운 방식으로 안부를 전하는 너의 행동들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진다. 느릿하고, 섬세하고, 날카롭게.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는 문득 하고 만거야. 왜 너는 그렇게...
* 난 너에게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고. 아직까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열아홉이나 먹어서, 이렇게 바보같이 힘들어하기만 하는 내가 불행해서 미치겠다고. "왜 그래…." "내가 뭘 잘못했냐, 대체…." 돈도 없고, 깡도 없고, 꿈도 없고, 희망도 없어서. 나는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
* 시험기간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제각각의 일상에 맞춰 살아가느라 대체로 분주해졌다. 정수현과 하윤서는 교내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는 탓에 여러 선생들에게 이래저래 불려다녔고, 윤택민이나 한성진 역시 평소처럼 운동장에 나가 흙먼지를 나부끼며 달리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우는 그 '대부분의 아이들' 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속할 수 없었다....
#0 그건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성숙한 것이었지. 맞아, 나는 너를 좋아했어. 그렇지만 그 감정이 확실히 애매모호하지 않은 어떠한 것인지 나는 잘 알 수 없어서, 그냥,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거야. 나도 알아. 그건 사랑이 아니야. 단순한 호기심이었어. 궁금증이었고, 가면을 쓴 애정이었지. 정, 이라는 것 자체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
포스타입의 1호 앰배서더를 소개합니다!
* 수행평가를 무사히 - 라기에는 어째 조금 오묘하게 - 끝마치고, 저를 집에 데려다준다며 박박 우기는 욱희 때문에 정우는 별 수 없이 욱희와 함께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반대편에 살면서 자전거를 질질 끌고 제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황욱희가 오늘따라 더 신경 쓰였다. 둘은 걷는 내내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애매한 적막과 숨결로만 가득찬 고...
* 웬 자전거야. 정우가 돌아보지도 않고 괜히 자전거를 만지작거렸다. 색을 덧칠한지 얼마 안 된 것인지 까만색 자전거에서 윤기가 흘렀다. 욱희는 자전거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곳저곳을 살피는 정우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곧 실풋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 "귀엽잖아." "뭐가. 자전거가?" "아닌 거 알면서 그럴 거야?" 미친새끼. 정우는 갑자기 턱 막...
* "…그게 무슨 소리야." "만나자, 나랑." 마른 침이 꼴깍 목구멍 뒤로 넘어간다. 정우는 최대한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욱희와 시선을 맞추려다가, 곧 포기해버렸다. 저를 가만히 바라보는 욱희의 두 눈 속 가득 제가 담겨 있었다. 몸이 이상했다. 찜질방에 온 것도 아닌데 두 귀가 화끈거렸다. 마치 여름 햇살 아래서 끝없이 열을 받은 것처럼, 김정우는 그렇...
* 도무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즈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과는 달라진 게 너무 많았다. 분명 저는 안 좋아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일들이었는데, 정우는 이제 자신이 욱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문제라면 그게 문제였다. 황욱희는 지나치게 잘났고, 저와는 ...
* 황욱희는 쓸데없이 상냥하게 말을 건네고서는 침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서는 제 옆으로 다가왔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저를 뚫어져라 내려다보는 황욱희 때문에 김정우는 몸을 반대로 돌리고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게 제 행동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제스쳐가 어색했다. 이불 안에 몸을 숨기니 황욱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걔가 대체 뭘하고 있는지도 알 수...
* 정우는 이 기분이 단순히 열아홉에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혹은 갑작스러운 봄바람이 데려온 오묘한 느낌이어도 괜찮았다. 무엇이든 좋았다. 단지 제 생각이 절대로 맞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조건 피해야만 한다. 두 사람은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물론 욱희는 분명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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