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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새벽이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은 조용했고 방금 꿈에서 깨어난 내 숨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했다. 끔찍한 꿈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 깨어났기에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 하나하나가 거칠고 다급했다. 침착해, 꿈일 뿐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천천히 숨을 쉬려 노력하자 아주 조금이지만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침대에...
늦게 전해지는 말 글: 영원 ※ 이 글의 내용은 실제 사건이 아닌 픽션임을 밝힙니다. 2020. 04. 07. 언젠가는 전해야 할 말들. 지금부터 말할 이야기는 내 기억에 무엇보다 선명히 남은 기억이다. 내가 처음으로 세상의 이면을 겪고, 자신의 무력함과 저열한 밑바닥을 느꼈던 때. 땀이 줄줄 쏟아지는 여름, 맑은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싸늘한 비가 내리는 ...
7시 자정. 심의를 기울여 주차장 칸에 차근히 차를 맞춘 뒤 차키를 뽑아 시동을 껐다. 그러고는 조수석에 걸쳐두었던 서류가방을 손에 들어 자동차 문을 열어제꼈다. 차 밖으로 나서면 뻥 뚫려있는 저녁하늘이 나를 반긴다. 가을이라 그런지 하늘은 끝도 없이 높았고 기분좋게 서늘한 바람이 내 곁을 살랑이며 스쳐지나간다. 남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드넓은 하늘은 수...
끝 문장-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GL) 안쇼 그 해, 그 날은 뜨겁고 강렬한 겨울이었다. 그것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눈이 펑펑 내렸으며, 또 마치 거대한 선물처럼 그 사람이 돌아왔다. 그 사람은 한때 내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그녀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 채연 언니...
느껴보지 못한 첫사랑의 감정을 이제서야 알게 돼버렸다. 상대는 우리 학교 3학년, 백주화 선배! 선배는 거짓말 하나도 안 덧붙이고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매력이 넘치고 좋은 사람이었기에 내가 끌린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별관에서 미술 수업을 들으며 본관 3층을 보면··· 아. 오늘도 주화 선배가 날 발견하고 날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준다. 안녕하세요, 하...
얘, 그거 아니? 사람이 죽거든 먹빛을 두른 저승사자가 동자 두어명을 앞세워 이름을 부르러 온단다. 어미 아비를 간신히 부를 수 있게 되었을까. 두 다리로 겨우 미약한 몸뚱아리를 받치고 섰을까. 아직 눈조차 뜨지 못했을까. 전생의 죄가 무거운지라 천제께서 일찍이 부르심에. 그 어린 나이에 제 생을 잃어 이렇다 할 법하게 쌓아둔 업조차 없는 탓에 구천을 떠돌...
리뉴 님, 엑스트라A 님 포스타입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사랑하는 것들로 피워내는 것들을, 기억하는 이야기는 아름다워라, 숨이 깃든 바람은 세상에 불고, 우리의 노래가 하늘에 닿아, 깊어지는 뿌리가 흙을 메꾸도록, 사랑하는 것들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우리는 누구보다 아름답길. 당신이 만든 세상은 무엇으로 살아갑니까, 우리가 여전히 이 세상을 단 하나의 믿음으로 받들 수 ...
그대에게서 나를 봅니다. 수면 위로 드리워진 물그림자를 멀뚱히 쳐다보다 손을 담그면, 일렁이는 물결이 점차 크게 더 크게 퍼지며 그림자가 옅어집니다. 시끄럽게 매미가 우는 한여름의 오후, 처음 우리가 만났던 그날의 조각을 찾아 기억에 끼워 맞출 때마다 마음 한 편이 먹먹해집니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면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빛에 눈이 부셔서 표정을 ...
따분한 국어시간, 머리가 다 벗겨진 국어선생의 수업을 듣고 있으니 몸이 근질근질 해졌다. 국어 교과서에 하찮은 낙서들을 하거나, 엎드려 있어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아, 지루해. 수업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5분. 이상하다. 방금도 5분이였던것 같은데. 계속해서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나오는 결과였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뻔한 국어 지문을 듣고 있으려니, ...
이름이 없다는 건 고된 일이다.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나를 발견한 누군가가 말을 입에 담기 어려워하는 건 꽤나 허망한 일이다. 자그마하고 낡은 육첩방 속에서 수취인 불명이 되어보자. 얇은 펜으로 평생을 휘갈기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만 자도 넘게 써내려간 이름 석 자가 고작 하나의 본토에 가로막혀 한참을 맴돌았던 사연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차마 한 ...
내가 딛고 선 곳은. 글피 흘러가는 것들이 그대로 흩어지지 않게끔, 잊히지 않게끔, 두 손 가득 그러잡습니다. 양손을 펼쳐 잔향을 만끽합니다. 추억은 음미해봅니다. 경험도 녹아들어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맛과 향과 장면을 가집니다. 이제 저는 곧게 서서 쭉 뻗은 강산과,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겁니다. . . . 시선을 위로하니, 저 멀리 고서에서나 볼 법...
마트에서 장을 보고나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던 때에 전화가 와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신자를 바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아빠였다. 사람에게 전화가 온게 오래되어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라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바로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밀려고 하던 찰나 왜인지 바로 받으면 괜시리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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