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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차 지키지 못한 것 그때 말이야, 우리 같이 바다에 놀러 갔던 그때, 기억나? 밤에 바다 보고 싶다고 했더니, 네가 데려다 줬잖아.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그때 약속을 안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함께일까? 그 약속 중에 우리가 딱 하나 못 지킨게, 영원히 함께하기였잖아. 만약 그때, 정말 만약에, 그 약속들을 안했더라면...
20일차 추락 그는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조명을 받으면 아름답던 두 눈은 별을 박아놓은 마냥 반짝거렸고, 공간을 채우는 목소리는 마치 그가 무대에 서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무대 위는 최범규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 같았다. 그리고 그런 최범규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자신의 존재를 상실했다. 자신의 위치는 무대였고 그 아래에서 내려온 자신에게는 아무...
19일차 거짓말 사랑해. 배경에 깔리는 방송이 귀에 웅웅 울렸다. 로스엔젤레스행 비행편 ... 탑승객께서는 4번 게이트에서 탑승 바랍니다- 그리고 앞에는 네가 서있었다. 배웅을 하겠다면서. 굳이 오지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 했는데도 너는.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물어가면서 결국 나를 찾았다. 캐리어를 끌고 떠날 채비를 하며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본 내 이름을 부르...
18일차 정의 우리는 무슨 사이야? 네가 물었다. 굳이 정의까지 해야하는 사이야 우리가? 뭐 얼마나 각별하다고. 아니 그래도. 너는 입술을 괜히 잘근잘근 씹었다. 뭔가 불만이 있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말이야. 굳이 따지자면? 응. 굳이. 그럼..... 친구에 가깝지 않나? 잘근잘근 씹어대던 입술에 빨갛게 피가 고였다. 분홍빛 혀가 입술 위...
17일차 자유란 무엇인가 우린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들이었지 열여섯살 때는 망할 집구석에서 도망쳐 나왔고, 열여덟 쯤에는 싸돌아다니던 걸 멈추고 겨우겨우 모은 돈으로 살 곳을 구했고. 세상은 힘든 곳이었지만 자유로웠다. 부모라는 작자들은 실종신고라도 할줄 알았더니 우리 둘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듯 하하호호 웃고 떵떵거리며 살았고. 혹시나 싶어 찾아가봤던 동네에...
16일차 가장 무서운 것 난 말이야, 사람이 제일 무서워.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이곳저곳 하염없이 서있는 그것들을 봤다고 했다. 몇몇 놈들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한 자리에 서있기만 하고, 몇은 지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인간처럼 행동하고, 개중에 몇은 정말 위험한 부류라고 했다. 그런 놈들이랑은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고. 귀신을 볼 수 있...
대체 중세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5일차 새장 새는 날아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이치인 것이다. 날지 못하는 새는 실패한 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본디 날아야하는 운명을 갖고 있음에도 날지 못하는 새는 자연의 실패작이다. 세상은 커다란 새장이다. 새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새는 하나의 세상을 부수고 또다른 세상을 마주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14일차 연인의 사랑스러운 점 범규 형이요? 범규 형... 사랑스럽죠. 가끔 보면 진짜 엉뚱한데 그게 또 귀엽고 그러네요. 설레라고 오글거리는 말들 해주면 얼굴에 귀까지 다 빨개져서는 틱틱 대는데, 설렜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버럭 화내요. 귀는 타오르고 있으면서. 또 뭐 있지, 너무 많아서 생각이 안 나네요. 맞아, 원하는 거 있으면 맨날 태현아 모 사와라...
기괴하거나 이상한 내용 아님. (얘가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장르=호러, 개그, 일상) 그냥 가볍게......가볍게 썼으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1. 익명어제 친구랑 만나서 밤늦게까지 놀고 헤어졌는데 이후로 친구가 내 연락을 안 받아. 2. 익명집에는 있는 것 같은데...나랑 이야기하기 싫은 것처럼 문자도 씹고 전화도 안 받아.찾아가도 문을 안 열...
13일차 아무도 모르는 비밀 "수빈아, 너는 여자친구 없어?" 조용히 잔에 담긴 술을 넘기던 수빈에게 옆에 앉은 동기가 물었다. 자꾸만 제 몸에 손을 대고 들러붙는 동기에 수빈이 옆으로 옮겨가며 거리를 두었다. "여자친구요? 저는 없어요." "진짜? 거짓말 하지마~"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대답하는 수빈에 주변의 동기들과 선배들이 거짓말이라며 시끄럽게 떠들...
12일차 물이 가득찬 욕조 뜨거운 물이 가득 차있었다. 수면 위에서는 김이 나고 있었고 수증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물 뜨거워요, 조심하세요. 응 고마워. 그럼 전 나가서 기다릴게요. 끝나시면, 아니 그냥 여기 있어. 네? 여기 있으라고. 옆에 앉아 있으면 되겠네. 그렇지만, 네가 없는 사이에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제가 밖에서 대기하고...
11일차 오늘 하루는 어떤가요? 문득 마주친 광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떤가요?" 어떻긴 씨발, 좆같지. 애인한테 차인 이후로 연애의 ㅇ자도 못 봤고, 외로워 죽겠는데 친구놈들은 다 일한다 뭐 한다 바빠서 연락도 없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에서 짤렸는데, 오늘 하루가 어떻겠어, 당연히 좆같지.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 한마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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