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한 컷씩 넘겨보는 카툰 포스트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더 정확한 검색결과를 얻어보세요.
출근길 음소거 동지로 만난 인연과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
할머니는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말씀하셨다."아이야, 인생이 그리 쉽게 흘러간다면 그것이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니? 동화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에 울고 웃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란다. 난 그 인생을 벌써 80년을 즐기고 가니, 이처럼 멋진 인생이 어디 있겠니"여느 때처럼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말하는 모습이, 그 순간이, 마치 동화 같았다. ...
주연은 떨어져 사라지는 하얀 봉투를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봉투와 검은 글씨만 보고 있어서 그런지 메슥거렸다. 뭘 좀 먹으면 나아질까 싶다가도 같은 밥을 몇 끼 먹는 것도 질렸고, 여기 음식은 대체로 간이 셌다. 영정 사진을 놓을 때만 해도 넓다고 생각했던 빈소는 계속 북적였다. 고모 손님, 아버지 손님, 숙부 손님, 고모부 손님, 어머니 손님, 숙모 손님...
할매 침대에 모로 누워 채 식지 않은 온기를 느낀다. 삐뚤어진 액자, 손때 탄 티비 리모컨, 찰랑이는 물잔, 쿱쿱한 방의 먼지내음. 모든 것들이 지루하리만치 그대로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에 조등 힘없이 나부낀다. 할매와 지나온 세월들이 한순간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할매 없이 지낼 나날들이 까마득한 영원으로 남겨진다.
일기장을 펴면 10년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무료한 날 아침 먹고 티브이 보고 청소해 놓고 티브이 보고 일기를 쓰려니 세월에 미안하고 일기를 안 쓰려니 일기장에 미안하다 집안 대소사는 물론 세상의 톱뉴스 계모임 관광 다녀온 일, 동네방네 얘기가 다 들어있는 내 일기장은 자물쇠 없는 금고 썩지 않는 비밀창고이다
유혹하듯 느리게 움직이는 손가락, 상대를 신경 쓰지 않는 듯 내리깐 눈, 야릇한 숨을 내뱉는 입술, 모든 게 내 신경에 거슬린다.
아주 늦은 밤이었다. 아니, 새벽. 겨우 눈을 붙였는데, 전화가 울렸다. 따르르릉. “애들아, 옷 입어.” 밤길이 참 어두웠고, 우리밖에 없었다. 아빠는 마구잡이로 엑셀을 밟았는데, 그럼에도 길이 끝없이 나왔다. 할머니에게 우리는 란이를 배송하고 있었다. 주름진 할머니의 손 마디마디 사이에 란이를 끼워넣으려. 할머니의 헤진 기억들 사이사이에 란이를 집어넣으...
작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없는 길가의 그 집은 음울하고 적막하기 그지없다. 이맘때면 쓸어도 돌아서면 쌓이는 낙엽과 할머니의 굽은 등, 저녁 햇살을 올려다보았던 허망한 옆모습과 은빛 머리칼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마루 위에 매달린 메주들만 동그랗게 걸려있다. 햇빛 좋은 날, 흰 두건을 쓰고 메주를 만들었던 할머니는 이제 없다. 어수선하고 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이후부터는 습관처럼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지' 혹은 '저 사람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생각한다. 드물게 아름다운 상황과 마주치면 '와,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거나 '저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나는 십대 때 이런 '어른'이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섹스 칼럼을 쓰고, 독서...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온 방을 뒤덮었다 발 끝에서부터 무좀이 생겼다 발톱은 두꺼워지고 피부를 타고 올라와서 이빨을 뽑아버렸다 비어버린 입에 곰팡이가 폈다 찾아오는 이 하나 없어서 다물어진 입에는 녹이 슬었다 기름칠을 해보아도 피어버린 녹은 삐걱거리기만 한다 푸른 잇몸이 활짝 웃는다 지문이 닳아서 없어진 손이 내 등을 쓸어내린다 할머니의 나이에 곰팡이가 폈다...
기질이 예민하고 낯가림이 심했던 어린 시절, 나는 맞벌이를 하는 모부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나에게는 외조모, 외조부의 기억밖에 없기 때문에 내게 할머니란 외조모를 뜻하는 말이었다. 할머니는 이북 출신이라 지금은 쉽게 떠올릴 수조차 없는 낯선 단어를 사용했고 자연히 어린 내가 익힌 억양은 그를 닮았다. 함미, 아심 사줘. 함미, 어~이 같이 가아....
할머니 댁에는 꽃이 참 많았어. 배추도, 옥수수도, 고추도 참 많았어. 부엌 불을 키려면 찬장과 벽 사이에 스위치를 켜야한다는 게 옛날에는 너무 신기했어. 마당에는 버려진 창고가 있었어. 뼈대만 남은 창고라 뼈대 위에 서서 노는 게 재밌었지. 녹슬어버린 뼈대였지만 다칠만한 곳은 없었어.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