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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대 제자에서, 상사 대 후임이 될 때까지. 10년 간의 짝사랑이 오늘 끝났다.
달그락 소리에 눈이 떠졌다. 몇 시지 하고 핸드폰을 찾았으나 충전을 안 해서 꺼진지 오래다. 습관을 고친다고 해도 핸드폰 충전은 이렇게 잘 안될 때가 많다. 꺼진 핸드폰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가자, 주방에 서있는 유기현이 보인다. “깼어?” 한참 전에 일어났는지 샤워도 한 거 같고, 커피도 내려뒀고, 아침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를 보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
기현에게 안 괜찮은 적이 없었다. 말하자면 모든 게 늘 오케이였다. 과제가 많아도, 수업이 몰아붙여도, 술을 많이 마셔도, 운동을 오래 해도, 피곤해도, 뭐든 언제든 기현은 누가 ‘기현아 괜찮아?’ 하면 아이, 괜찮지 그럼! 하고 대답했었다. 그러다 안 괜찮은 순간은 아찔하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처음으로 ‘안 괜찮아’ 소리가 나온 건 담배를 피고 있는...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회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연말이 되면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마무리가 되어있어서 인지, 내 기분 탓인지. 출근해서 탕비실 얼음을 탈탈 털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 정우는 아니, 이 추운데 뭔 아이스냐고 구박을 했다. 무시하고 3일 사이에 쌓인 메일을 확인했다. 메일을 보다 보니, 유기현의 영화사 마케...
너무 바빠서 그날 이후로 유기현을 본지 오래됐다. 유기현의 영화는 다음 해 1월 어느 날로 개봉 날짜가 정해졌다. 영화가 개봉하는 주 주말 다큐멘터리 공개도 결정되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모든 파일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다. 사무실에서 가장 넓은 책상을 쓰고 있는 나는 모니터를 두 개 연결해서 쓰고 있는데, 그 두 화면 가득 유기현 얼굴만 띄우고 하루 종...
w.강뺙 *모든 일이 끝나고 로하 낳기 전 ep 입니다. 나 ㅇㅇㅇ, 햄찌같은 남편. 은 무슨 햄찌 가면을 쓴 여우남편과 살고 있다. 다들 곰보단 나만 바라보는 여우가 낫지 않냐. 배가 불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남자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아니 그후에도 곰이었다가 권태기 이후로 여우가 됐다. 이거 사기 결혼이라고! * "자기.. 나 살쪘죠." "...음"...
결혼 3년 차에 계획하고 아기가 생기면 유 남편께서는 공동육아를 같이 해주실 거 같음. 남편도 둘째고 나도 외동아들이라 애기 경험이 많이 없기도 하고, 첫아기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셋 다 고생하며 쌓아지는 추억이겠지만. '기현이도 어렸을 때 되게 많이 울었어'라고 위로의 말씀을 건네시는 시어머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스쳐. 우리 애가 많이 울기도 하는데, 특...
내 나이 서른 넷, 문득 즐거운 일만 생각하기엔 너무 현실을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짝사랑은 그런 거다. 아무런 특별함이 없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 유기현,이민혁과 같이 밥 먹은 다음날, 학교에서 지하철로 몇 정거장 떨어진 동네의 카페에 갔다. 아무 생각도 안 하려는 심상으로 책 한 권 들고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유기현과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있는 걸 봤다. 머리가 길고 바른 자세로 ...
w.강뺙 Gavin James (개빈 제임스) - Nervous (acoustic) "..왔어?"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오빠가 건넨 말에 침묵으로 답했다. 잘 다녀왔냐고 묻지 않아서 다행인 걸까. 내리깔았던 시선을 올려 눈을 맞췄다. 그냥 그 다음엔 또 무슨 말을 할까 싶어서 일부러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오빠도, 아무 말을 않는다. 그래...
그날 이후로 유기현은 대놓고 이상해졌다. 아니지,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해야 하나? 내가 아는 유기현과 남들이 말하는 유기현 사이의 갭이 너무 넓어서 확신할 수가 없다. 우리의 관계는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은 내리막길의 자전거 같다. 나한테 이 속도는 당황스럽다. 내가 정우에게 전화해 아니, 그 선배 좀 이상해 하고 운을 뗐을 때 정우는 뭐가 이상하냐 원래 ...
w.강뺙 BGM:: Sea Pearl - 영화 같은 삶 "오빠.. 바빠요?" "일이 좀 많아" 최근 회사 내부 문제로 자택근무를 하게된 건 너무 좋지만, 실력도 실적도, 심지어 노력까지 하는 결혼 3개월 차에 접어든 신혼인 내 남편. "밥은?" "괜찮아" "..나 또 혼자 먹어?" "미안, 저녁은 같이 먹자" "어제도 그래놓고 혼자.." "잠깐만, 아 네 ...
아 어지러워. 하루 종일 머리가 울린다. 감기 기운이 도나 싶었는데 역시나. 사실 억울하지도 않다. 최근에 밥 먹듯이 밤을 새웠고, 옷도 얇게 입고 다녔다. 그래서 이 감기는 내가 자초한 게 맞다. “점심 뭐 먹으실?” “학식 말고, 앞에 나가서 먹자” “나는…패스” 수업이 끝나고 정우랑 민희랑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밥 메뉴 고르는 둘에게 ‘패스’를 외쳤다...
유기현과 나는 요즘 친한 대학 선후배 사이를 코스프레 하는 느낌이다. 일단 ‘친한’ 과 ‘대학 선후배’ 이 두 단어 모두 틀렸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우리는 친하지 않았고, 유기현은 대학 도중 유학을 간다며 자퇴를 했으니 선배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안 하기에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여튼 무언가를 흉내 내는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친해져가고 있는 건 맞다. 유기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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