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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핀은 샤뮤에드가 유적지 중 특히 신을 모시는 사원의 형태가 있는 곳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언질은 없었으나 그도 그럴 것이 샤뮤에드가 관심을 보이는 곳은 공통적으로 그런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어도 이곳의 관광명소는 대개 마야나 아즈텍의 고대 도시의 흔적을 찾아가는 형태니 당연한 것인가? 사냥꾼의 습격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뒤 벌어졌다...
연인들끼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관광명소를 거니는 일은 세간에서 데이트라고 부를 것이다. 그렇다면 연인도 하물며 친구라고 부르기도 미묘한 이 두 영물이 함께 거닐고 있는 상황을 두고는 어떤 단어로 정의내리는 것이 맞을까? 고산지대여서 서늘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따글따글한 햇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도핀은 야외 카페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에 앉아 차가운...
죽음이었다. 아주 머나먼 태초에서부터 비롯된 그것은 검은 안개였다. 그것은 말 그대로 죽음 그 자체의 무언가였다. 파편, 조각, 그 자체, 미지의 초상. 온갖 수식어가 그것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 어떤 수식어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때로는 인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조각이 되었고, 때로는 한 인간의 일생을 보여주는 초상이 되었으며, 때로는 죽음의 일부를...
예월은 암흑 속에 묻힌 깜깜한 인생을 살았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모 집에 얹혀서 살다가, 온갖 돌팔매만 맞고 간신히 얻었던 장학금만 빼앗겼다. 때문에 지갑에 남아있는 돈이라고는 삼천 원이 전부였다. 졸업식도 채 못 끝낸 어린 학생은 성인이 된 것과 동시에 잃어버린 진짜를 찾아 방황했다. 마치 며칠 전에 읽었던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데미...
그의 이름은 사흑(死黑)이었다. 그는 공허의 공간에서 태어난 죽음의 안개였다. 그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죽음이었다. 그는 곧 죽음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천신은 검고 짙은 안개를 불러다 이렇게 명했다. 그대의 몸보다 짙은 삶의 칼날이 인간의 몸을 훑고 떠났을 때, 그 자리에 남은 영혼을 거두어 오라. 잘 수행한다면 나는 그대에게 새로운 이름과 ...
해가 뜰 무렵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가까웠다. 소파에 앉아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어린 뱀파이어가 제 품에 기대어 잠에 빠져든 참이다. 거물거물 감기는 눈꺼풀을 볼 때부터 예상은 했지. 이 기분은 뭘까? 샤뮤에드는 부드럽고 따끈한 볼을 손가락으로 슬며시 눌려보았다. 그러다 손으로 그러쥐었다. 이대로 먹고 싶은 건가? 뱀이 먹잇감의 크기를 가늠하기라도 하듯 ...
신비 생물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록가 에릭과 조수 윌의 천방지축 모험을 단행본으로 만나보세요!
사냥꾼 두 사람이 답지 않게 육아에 대해 고뇌에 빠졌을 때 쯔음, 비슷하게도 답지 않은 고민에 빠진 이가 하나 있었다. 긴 털이 북실북실한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는 책상 위에 앉아 아래로 늘어뜨린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다. 도핀이 고양이를 피해 책상 한켠으로 물건을 치워 공간을 만들어두면 빈자리로 몸을 쭉 뻗어 가로막기 일쑤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옮겨서 ...
<이하 자료는 비공개처리될 것이며, 동대표자들만 열람이 가능합니다.> 먼저 상황 설명부터 해주세요. -XX 아파트는 오래된 것으로 유명했지만,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있어서인지 아무도 재개발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몇십년간 주민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쓰레기가 쌓여있었죠. 적어도 40년은 되었을 겁니다. 어쩌다 그런 곳에서 일하게 되셨습니까? -은퇴...
나는 구울들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아니, 안다. 내가 두 눈으로 봐서 안다. 구울이 사람을 잡아먹는 광경을 본 사람이면 그걸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기괴하게 비틀린 사람보다 조금 더 큰 형체, 귀에서 귀까지 찢어진,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입, 발에 달린 길다란 발톱. 그것들은 흡사 이전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볼 듯한 모습을 가졌다. 어둠 속에서 구울들은 ...
*이하 내용은 진해의 성 베네딕토 신부님이 성인으로 추대되시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조사한 인터뷰집의 일부입니다.* 1. 베네딕토 신부님이 말실수를 한 적이 있으신가? -베네딕토 신부님께서는 한번 원래 출신이 그렇다보니 가장 낮은 곳에서 타인을 섬기고 위하고 구하는 것이 자신의 천성인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하셨다. 그러나 그 말을 하신 직후 취소하셨다. 그...
뭘 하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그게 나한테 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주변의 빛이나 소리를 탐색해봤으나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뭔가가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인지되지 않은 정보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빛과 소리를 감지해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것밖에 없었다. 이런 변수는 내가 처음 접해보는거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잘...
그러니까, 이건 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내 멍청한 실수 때문이었고 그래서 하반신이 뜯겨나간채 누워서 가쁜 숨을 쉬는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것은 내 옆에서 끝이 덜렁거리는 내 내장을 물에 씻고 있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괜찮니? 이제 곧 안 아플거야." 내 눈이 스르르 감기며 최근 한달간의 일이 기억났다. 그것은 내 내장을 조심조심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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