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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넷, 문득 즐거운 일만 생각하기엔 너무 현실을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원필은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 놓고서 카톡은 꼬박꼬박 다 받아줬다. 오는 답장이라고는 죄다 단답 뿐이었지만 도운은 이걸로도 나름 만족했다. 안 씹는 게 어디야. 차단 안 한 게 어디야. 진짜 싫었으면 차단했겠지. 그래도 싫어하는 건 아닐 거야. 이상한 기대나 하면서 매일매일 원필을 귀찮게 했다. 원필은 의외로 꼭 자기 같은 토끼 이모티콘을 많이 썼...
도운은 뭘 하든 티가 난다. 문자 그대로의 이야기다. 도운은 헨젤과 그레텔이 걸어간 길 뒤로 과자 부스러기 점점이 떨어져 있듯 흔적을 남기곤 했다. 다만 자의는 아니었다. 도운 자신도 그게 마냥 달갑지는 않다. 그러니까 본인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도운은 원래 타인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사람뿐 아니라 하늘 들여다보는 것도 곧잘 했다. 도운은 좋...
아침, 그리고 등굣길. 늘 가던 길에 선 도운은 오늘도 눈을 데록데록 굴렸다. 최대한 부딪히는 거 없이 학교로 가는 루트는 매일 바뀐다. 아니 거의 매 순간. 오늘은 그래도 좀 적나. 도운은 푸우 하고 한숨이나 내쉬며 고개를 처박았다. 날이 금방 쌀쌀해져서인지 이제 후드집업 걸치고 다녀도 이상하게 흘금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잠깐 고개를 들면. 도운은...
별것도 아닌 것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다. 보도블럭엔 그어지다 만 글씨가 있었고, 스치던 떡볶이 가게에서 후추 향이 났다. 유난히 날이 덥고 또 하늘이 예뻤다. 쨍한 해를 잠시 가렸던 구름은 강아지 얼굴 모양이었다. 도운이에게 그 얘길 했다. 야, 도운아, 저거 봐. 너 있다. 아, 행님, 그만 좀 해요. 높낮이 차가 큰 특유의 억양이 기억난다. 아...
여기 사람들은 이쯤 되면 아가미가 생길 때도 되지 않았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데……. 도운은 꿈뻑이며 그렇게 생각한다. 습도가 100퍼센트에 달하는 날이면 폐호흡보다는 아가미 호흡이 절실해지는 법이다. 고온에 다습이라는 말까지 붙으면 이는 습도와 비례하여 불쾌지수가 상승함을 의미한다는 걸 수치로 나타내지 않아도 누구나 안다. 짜증이 반 목소리가 반의반 한...
원필과 안 지는 꼭 십 년쯤이 될 것이다. 도운네 가족이 창원에서 이사 오면서 이웃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지금보다 딱 열 살 어렸을 때였으니까. 그러니까 도운은 열 살이고 원필은 열여섯 살이었을 때. 그때 처음 만났다. 정신없는 학기 초를 맞기도 전에, 이 낯선 곳에서 가장 처음 만난 또래. 또래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많았지만, 어쨌든, 그랬다. 도운은 갓 ...
어느 날, 반려 햄스터가 내 손톱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도운이를 알게 된 건 나름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일방적인 건 여기 이사오면서부터. 도운이는 이 건물 근처 고등학교에 다녔다. 여름이라 하복을 입을 시기인데 도운이는 항상 긴 외투를 덧입었다. 추위를 많이 타나. 밤에 가끔 보면 외투는 어디에 버렸는지 흰 팔 덜렁 드러내고 돌아오던데. 도운이는 하복이 잘 어울렸다. 걔는 살결이 하얘서……. 이상하게 그런...
톡톡"..나 수행 다 못했어.. 하지마..""그러게 진작했어야지-"톡톡"도운아..쉬는시간 5분밖에 안남았다구..""그래- 5분 밖에 안남았는데 얼른 움직여 손-"톡톡톡. 후다닥- 오늘까지 제출해야하는 수행 숙제 한자 따라쓰기를 열심히 하는 원필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그 옆에 앉은 도운은 계속 원필의 귀를 톡톡 건들였다. 시계와 수행종이를 번갈아보며 원필은...
-1303호 도운 시점의 외전입니다 -1~5편까지 읽은 뒤 읽어주세요! -본편은 하편 후에 이어서 올라옵니다! 아빠는 직장을 꽤 자주 옮겼다. 친구가 인생 전부라 여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 삼이 다 된 지금까지 총 네 번 정도 이사를 했다. 덕분에 도운은 오래된 친구가 몇 없었고,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말투를 구사했다. 좀 웃긴 게 서울 사람이 보면 사...
도운은 우리 이제 사귀는 거냐는 그런 말 안 했고, 오늘부터 1일이라는 유치한 말도 안 했다. 좋아한다는 고백 다 쏟아놓고서도 굳이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원필은 그게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처럼 구는 게 신기했다. 그런 건 애 같지가 않았다. 그 나이 때의 원필을 생각하면 그랬다. 열아홉 원필은 만난 지 거의 3년이 다 되어갈 때까지도 나...
한 여자애가 선생님 뒤를 따라 교실로 들어왔을 때, 순간 조용해진 공기.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선생님의 말에 자기소개를 했다. 이름은 김지수였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잘 부탁한다며 얘기하는 그 애의 목소리에서 수만읂 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깊은 숲을 상상했다. 김지수의 자리는 내 옆자리였다. 창가 자리로부터 다섯번째 자리. 반 애들의 시선이 ...
먼저 연락할 용기도 없는데 초인종 누른다거나 문 두드릴 배짱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언젠가 그랬던 도운 말마따나 저는 나이를 다 겁으로 먹은 어른이었으므로 세상 무서운 게 너무 많았다. 걔 혼자 사는 집도 아닌데 찾아가서 뭐 어쩔 거야. 부모님이라도 나오면? 뭐라고 설명할 건데?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렇다고 먼저 카톡을 할 수도 없었다. 원필은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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