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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치명적인 병으로 임산부들이 사망하기 시작했다.
중국 심양 야시장, 이곳의 밤은 화려한 불빛과 북적이는 사람들에 의해 쉽게 저물 새가 없었다. 마치 성처럼 거대하게 지어진 중국 전통 건물을 중심으로 길거리에 상점들이 삼렬하게 깔려 있었다. 주인들은 호객 행위를 위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았다. 간드러진 언변에 홀려 사람들이 지갑을 선뜻 열었다. 그렇게 오가는 거래 속에 작은 도시에 ...
04. 은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일련의 가이딩 과정을 노아에게 말해주었다. 노아는 그걸 들으면서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죽여달라고 하셨어요. 은호가 울렁이는 심장을 가다듬고 담담한 척 말했음에도 노아는 그마저 평온하게 듣고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은호는 그런 노아의 모습을 보고 부러 더 큰 목소리를 내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그래도 살았으니까 이렇게 ...
03. 노아는 이틀을 꼬박 앓고 나서야 흐릿한 시야를 완전히 회복해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완전히 폭주하기 전에 보안요원이 처치실로 노아를 들고 날랐기 때문에 -저속한 표현이지만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이 표현이 맞다고 시인했다-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아는 심연에 빠진 이틀을 찰나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노아의 ...
02.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노아는 새로 발령받은 가이드가 웃으며 인사를 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고야 말았다. 어제 밤 늦게까지 지하에 있다 나와서는 그래. 이번 가이드는 예준이의 가이드야. 라고 이미 마음 다 접어 놨더니 오전에 만난 가이드는 노아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훤칠한 키에 적당히 다부진 몸매. 부스스해보여도 곱슬기 없이 세...
01. 예준이는 늘 그랬듯이 완벽히 정돈된 모습으로 1시 10분전에 식당 앞에 서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씻고 한숨 푹 자고 와서 부스스한 남빛 머리칼이 정오의 햇빛을 받아 파랗게 부서지고 어린 티가 나는 얼굴 아래로는 보기와 다르게 탄탄한 몸이 돋보였다. 비누향이 솔솔 나는 그는 임무를 다녀왔을 때와는 다르게 편한 차림인 하얗고 품이 넉넉한 반팔티와 핏...
지난 새벽 수도권 인근에서 4.7 강도의 지진이 땅을 휩쓸고 지나갔다. 특별한 대비 없이 맞이한 자연재해의 피해는 도시 이곳저곳에서 앓는 소리를 냈다. 타국에 비해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강해 턱없이 부족한 대책들이 문제라는 얘기로 기사가 도배 되었다. 경찰청 수사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낡아 허름했던 창문 12개가 깨지고 사무실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물론...
선생 대 제자에서, 상사 대 후임이 될 때까지. 10년 간의 짝사랑이 오늘 끝났다.
00. " 가이드 두 분 더 필요합니다!" 노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방문 밖으로 들려오는 복도의 긴박한 뜀박질 소리를 알람삼아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본부는 새벽부터 아수라장이었다. 본부에서 꽤나 신경써 마련해준 방이었기에 방음은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이런 급박한 목소리는 자주 문 밖을 타고 넘어오곤 했다. 그만큼 본부는 매일이 긴박함의 연속이라는 거겠지. ...
ⓒ 춘삼 ⓒ 춘삼
도시에 건물 실루엣을 따라 침침한 어둠이 내려 깔렸다. 농도 짙은 안개에 가려진 달빛만이 흐리멍덩한 빛을 틈새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희미한 시야로 보이는 붉은 벽돌이 쌓인 담장에는 정신 없이 욕설이나 섹스라는 단어 따위로 낙서 된 그라피티와 초록색 이끼가 뒤섞여 언발란스한 풍경을 자아냈다. 마치 인간의 과오를 자연이 덮으려는 듯이. 봉구는 그...
어둠이 드리운 사무실, 몇 쌍의 형광등만이 두 사람의 자리를 밝히고 있었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 수정을 마친 은호는 보고서를 노아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한 팀장님, 결재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은호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동들은 조금 부산스러운 소음을 만들었다. 그 소음에 노아의 조용한 시선이 은...
(※지인의 플롯을 허락 하에 응용하여 창작해낸 글입니다.) “형들, 안녕하세요.” “어, 은호야. 마침 잘 만났다. 너 오늘 저녁에 술 마시러 나올 수 있냐?” “네?” “왜? 시간 안 돼?”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됐네. 우리가 사줄게, 사줄게. 무조건 나와. 알았지? 아무나 데려와도 돼. 이따 연락 줄게.” “어, 어… 알겠어요.” 은호는 ...
(※지인의 플롯을 허락 하에 응용하여 창작해낸 글입니다.) 데이트가 끝난 다음 날 아침에 노아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이불 속에 한껏 웅크려 있었다. 어제 저녁에 한강 변에 앉아있을 때 찬 바람이 조금 세게 부는 것 같다 싶더라니, 감기에 걸려도 아주 대차게 걸려버린 듯했다. 머리가 무겁고 살짝 열까지 오르는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목이 너무 건조하게 바짝 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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