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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회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수험공부를 할 때는 ‘안 되면 마나미의 연필을 쓰거나 짐승의 감으로 해치우면 되지.’라는 말을 가볍게 뱉곤 했지만, 주변의 모두가 날카롭게 긴장한 상태에서 연필과 시계와 종이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허튼짓을 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공기조차 바늘로 이루어진 것 같은 불편한 느낌. 주변 사람들의...
어떤 사람을 좋아하다 보면, 보통은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호감이 생기는 거라 생각한다. 그의 외모, 그가 말하는 방식,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동, 나에게 하는 행동. 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 자신의 호감이 생기는지 혹은 떨어지는지를 저울질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의 사적인 모습이나 뒷모습을 알게 되면 호감이란 건 떨어지...
참고서를 처음 사면 처음 일주일 정도는 의욕에 넘쳐 열심히 풀게 된다. 하지만 금요일이 끝나고 이틀의 주말이 지나가 다시 월요일이 돌아오면, 휴식의 단맛을 알아버린 몸은 생각보다 쉽게 참고서의 표지를 넘길 수 없게 된다. 만만한 1단원을 넘어가자마자 나오는 2단원은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엔 하루만 더 쉴까, 이틀만 쉴까 하던 것이 일...
신카이 하야토는 나와 같은 ‘자전거 경기부’에 등 번호 4번을 달고 달린 스프린터 에이스다. 거슬릴 정도로 눈에 띄는 붉은 곱슬머리, 자상함을 담은 푸른색 눈. 뚜렷한 이목구비. 나름대로 팬클럽까지 있는 것 같은 녀석은-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녀석은 잘생겼다. 같은 남자가 생각해도, 분할 정도로 말이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별 생각을 하고 ...
조금 빛이 바랜 A4용지에 각진 검은색의 표. 표에 써진 질문에 아무것도 답하지 못한 채 책상 아래에 처박아둔 지 일주일. 이제는 슬슬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가슴을 채우기 시작할 때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천장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3학년 –반 아라키타 야스토모는 시급히 교무실로 와주세요...
사랑의 냄새 恋の臭い by. 슠하 (@shuka7108__) Copyright ⓒ2017 by 슠하 이 책은 애니메이션 ‘겁쟁이페달’의 2차 창작입니다. 작자의 캐릭터해석에 따른 설정 날조가 있습니다. 우연히 내려온 향기는 마치 코가 멀 것처럼, 화려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망설이면서도 존재감을 내뿜고 있어서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의 냄새는 너무나 나에게 ...
※ 주의 신체훼손, 학교폭력 묘사, 욕설 수칙 괴담보다는 일반적인 소설에 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점 열람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안녕, 네가 지금 이걸 보고 있다는 건 드디어
“너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저 새끼 폭주 드론 가지고 있다고! 그걸 자극시켜서 어쩌자는 건데!” “하! 범인만 검거하고 저 폭주 드론을 안전하게 회수해서 폐기한다고? 야 마치미야 생각 좀 해라! 그렇게 해서 저 안에 들어있는 프로그램까지 혹시나 후생성 어딘가로 올라가버리면 그 윗대가리들은 저 위험한 걸 어떻게 쓸지 어떻게 알아!” “그렇다고 우리가 죽을 ...
야구를 하느라 짧게 자른 머리는 이미 길어져 앞머리가 눈을 찌르고 있었다. 도로 짧게 자를까 생각했지만 앞머리만 조금 정리하고 놔두었다. 가운을 벗고 검은 수트를 입었다. 넥타이는 귀찮으니 하지 않았다. 몸에 딱 맞는, 격식이 있는 옷을 입는 것은 너무나 오랜만이라 어색했지만 아라키타는 금세 익숙해지겠지 하고 생각하며 덤덤히 짐을 쌌다. 가져온 것도 없어 ...
아라키타는 복잡한 마음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병실의 홀로AI에서 환자 데이터가 수정되었다는 알람이 들렸다. MIDNIGHTBLUE. 범죄계수 108. “처음으로 돌아가 버렸네.” 아라키타는 얼얼한 자신의 목덜미를 쓸며 유리 건너편의 신카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의 눈빛은 미안하면서도, 어딘가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아라키타...
신카이는 아라키타를 좋아한다. 그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자각하면서도, 자신을 속이는 것처럼 능숙하게 숨겼다. 그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고, 그렇기에 그에게 공안국의 사람들이 왔다는 것을 알고 초조해 했다. 그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상태이상을 보였을 때, 그는 그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그가 조금은 더 길게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해했다. ...
이즈미다에게는 두 가지의 의문이 있었다. 한 가지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라키타 환자를 ‘블루군-’이라 부르며 마음에 들어 하던 신카이 선배가 갑자기 그를 사무적으로만 대하게 된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그런 신카이 선배의 변화에도 아라키타 환자의 사이코패스가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의 폭주와는 어딘가 다른 아라키타...
이곳에 들어온 이후, 400일 이상 그 붉은 머리를 봐 왔다. 매일매일, 질릴 정도로, 이젠 일상이 되어버릴 정도로. 친절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표정. 눈을 감아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런 그의 행태가 가식이나 위선 같은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아라키타는 알고 있었다. 안경을 안 낀 안과의사는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신카이의 사이코패스도 그것과 비슷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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