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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20대까지는 대부분 비슷한 길을 걸어갑니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친구, 비슷한 공부, 비슷한 생활 패턴으로 살아가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험이라는 극심한 경쟁의
“얻다 손찌검이야?” “이거 놔, 개…새끼야….” 서준희의 멱살을 잡아다 난간으로 밀친 차수현은 강한 힘으로 그를 짓눌렀다. 서준희의 상체가 위태롭게 난간 너머로 기울었다. 그런데, 이 사이코 같은 게 저번처럼 살려달라고 울긴커녕 죽일 테면 어디 죽여보라는 눈으로 저를 노려보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무슨 객기지? 새로운 수법인가? 차수현은 고개를 기울이며 ...
제 기억이 맞다면, 분명 어제는 과외가 있는 날이었다. 대개 과외가 잡혀있는 날은 아침부터 백유진이 연락을 퍼부어대고는 했다. 게다가 과외 요일이나 시간은 그 주 월요일에 주로 정하고는 했던 지라, 백유진으로부터 연락이 못해도 대여섯 번은 왔어야 족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백유진이 연락이 통 되질 않는다.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 봐도 답장이...
파나메라 운전석에 앉은 서준희는, 심호흡을 두어 번 길게 뱉었다. 손에 감긴 단단한 핸들을 꽉 쥐었다가, 가운데 박힌 로고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면허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각 잡고 운전 해본 지도 꽤 오래 됐고, 또 이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나면 제 장기를 다 팔아도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가...
그의 앞에 섰지만, 서준희를 올려다본 건 차수현 옆 중년의 여자였다. 가만 보니, 서준희가 아는 여자 같았다. ‘좆 빨다가 깨물었나보다.’ ‘민정이가 젖 시리대. 뭐 좀 입혀봐.’ 그날 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만났던, MQ 매거진의 육미연 편집장이었다. 그녀도 서준희를 단번에 알아보았는지,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손뼉을 짝! 치고 웃었다....
서은희는 단단히 화가 났다. - 동생 맞냐? 하지만 그녀는 단순하고 기복이 심한 터라, 그 대단한 화가 십 분을 가질 못했다. 양모영이 운전하는 카니발 뒷좌석에 늘어지게 누워있던 서준희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라디오 음악에 맞춰 발을 까딱거렸다. “나라고 좋아서 네 동생 하겠냐.” - 어디서 뭘 하고 싸돌아다니는데 코빼기도 안 비춰? 네 누나가 그제 깁스...
혼혼한 대표실 내, 서느런 기운이 감돌았다. 서준희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잠갔다. 혹시라도 내부에 설치된 CCTV가 없는지 빠르게 살폈지만 눈에 띄는 카메라는 없었다. 하도 뒤가 구린 짓을 많이 하고 다니니, 오히려 대표실에 CCTV를 설치했다간 그게 더 차수현으로서는 낭패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서준희는 적막한 대표실을 가로 질러, 서울 시내가 한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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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희가 벌써 마흔 다섯 통째, 전화를 걸고 있다. 제 누나지만, 정말 지독했다. 하지만 서준희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매트리스 위에 웅크리고 누워, 벽만 쏘아볼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차수현이라는 인간을 겪은 후부터, 서준희는 깊은 무기력에 빠졌다. 그 무기력의 기저는 분노였는데, 속에서 치미는 울화를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서준희가 항변하려던 그 순간, 눈 앞이 번쩍! 했다. 김종준이 제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서준희는 찢어질 것처럼 얼얼한 제 뺨을 더듬거리며 김종준을 바라봤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서준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준희 씨, 아프겠다. 어떡해.” 테이블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이름 모를 남자가 딱하다는 듯 읊조렸다. 그에게로 시선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손이...
서준희는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변덕으로 죽을 쑤는 성격 탓에 기다리는 덴 재주도 없고, 집 지키는 똥개라도 된 불쾌한 기분이 들어 조금도 내키지 않았다. 그러니 서준희로서는 영화관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재미도 없는 영화제 출품작을 관람하는 게 그다지 달갑진 않았던 것이다. 모든 출품작 상영이 끝나자, 서준희는 영화관 밖으로 내쫓겼고 영화관 내 작은...
두 달 만에 보는 강인재는 조금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서준희는 잠시 그게 제 누나 때문일까, 고민했지만 그렇다 해도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굳이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강인재 맞은편에 앉은 서준희가 지나가는 직원에게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주문한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준희 앞에 기다란 맥주잔 하나가 놓였고 목이 몹시도 탔던...
“남자랑 자봤어요?” “…뭐라구요?” 서준희가 기막히다는 듯 돌아보며 묻는 것을, 차수현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묵묵히 만년필을 쥔 채 방금 서명을 마친 결재서류를 옆으로 슥, 치워버렸을 뿐. 그리고 왼편에 쌓여있던 서류 뭉치 중 하나를 들어 다시 제 앞에 놓는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빙그르르, 만년필이 돌아간다.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서...
차수현의 노트북에서 “으윽…….”하는 구역질 소리가 왕왕거렸다. 영상 속 서준희는 테이블을 두 손으로 꼭 부여잡은 채, 올각거리며 토하고 있다.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숙인 터라, 뭐 대단한 게 그의 입에서 거슬러 올랐는지 보이진 않았다. […대표님….] 파르르, 떨리는 어깨 아래서 가냘픈 음성이 차수현을 부른다. 영상 속 제가 “네.”하고 무미건조하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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