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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신체훼손, 학교폭력 묘사, 욕설 수칙 괴담보다는 일반적인 소설에 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점 열람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안녕, 네가 지금 이걸 보고 있다는 건 드디어
오늘은 조용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늘’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마주쳐오는 눈이 없었다. 다시 반복했다. 여전히 시야는 비어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이 아니었다. 일상이 아님을 인식한 몸이 떨렸다. 몸이 떨리는 것인지 머리가 두려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알려줄 사람이 ...
키가 조금 컸을까. 기억하고 있는 눈높이와 달라졌음을 느끼며 이드리스 앰브로즈는 기드온 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늘을 따라 걷느라 차갑게 식었던 두 손이 만났으나 따뜻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춤을 추려는 생각도, 춤을 추고 있는 중도 아니었으나 이드리스 앰브로즈는 버릇처럼 기드온 힐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얼굴이 붉어졌을까. 예의를 차리는 사...
대위님은 신을 믿지 않으십니까. 웃음이 번지는 얼굴에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기억나는 일은 보이지 않던 그의 얼굴, 그리고 짓누르던 그의 목소리뿐이었다. 이드리스 앰브로즈는 꿈을 꾼다. 어쩌면 기드온 힐도 꿈을 꾸고 있을 터였다. 꿈에서는 항상 일어날 수 없는 일만 일어났다. 하나씩 떠올리면 아껴둔 사탕을 녹여 먹는 것처럼 벅차올랐으나 사탕을 모두 먹고 난...
로즈가 자신의 무대를 자랑하던 날이 있었다. 예쁜 장미를 골라 무엇보다 아름답게 꾸몄노라고. 화단에 심어진 장미만 해도 수를 셀 수 없었는데 로즈는 장미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이름이 같아서일까. 이 이상의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여덟 번째 생일 케이크도 받지 못한 꼬마가 헤아리기에 로즈는 너무 복잡했다. 그맘때의 런던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평...
실물회지는 유니버스A를 읽은 후 뒤집어서 유니버스B를 읽는 방식입니다 웹에서는 읽는 순서대로 A1~12 B1~12로 배치하였습니다 (아래는 샘플로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랬다. 너는 꽃을 좋아하지 않았고, 누군가로부터 애정을 갈구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꽃을 좋아했고, 누군가로부터 애정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모든 애정에 냉담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름다운 꽃들을 단칼에 거절하고 짓밟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모든 세상은 내가 던진 애정 어린...
솔직히 다들 한번쯤 유치하지만 그런 생각 하잖아? 만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멋져지고싶다... 그래서 준비했어 내향적인 성격인 애들을 위한 새학기인싸되는법, 내향적안 성격을 외향적
심지 끝에서 불이 어른거렸다. 꽃이 잔뜩 피어나는 꿈을 꾸었다. 빨갛게 핀 장미 사이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아도 구름은 지나가지 않았다. 맑은 하늘빛 대신 짙게 드리운 안개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면 물 냄새가 났다. 비가 오기 전에 이런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잔뜩 피어난 꽃을 말려 태우면, 그 연기에 질식하는 기분은...
이건 제가 소중히 간직해 온 이야기예요. 만년필 끝에서 잉크가 말라붙었다. 이게 몇 번째더라. 그리 곱지는 않은 손이 다시금 잉크를 채워 넣었다. 봄이 되기 전 새로 사 놓은 잉크가 아직 여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만년필과 잉크 장사만 70년째 대를 이어서 하고 있다던 그 노인은 자랑스럽게 자신이 이번에 새로 들여온 잉크를 자랑했고, ...
누군가의 자장가일 수도 있는 노래가 이어졌다. 불규칙과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음악은 몇 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관객은 오직 둘뿐이었다. 지겹다. 손에 따뜻한 차 한 잔이 들려 있다면 지겹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떫은맛이라도 좋으니 밀려오는 허기를 억누르고 싶었다. 원래 추우면 더 배고프대....
비가 쉴 틈 없이 내렸다. 기침은 적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새벽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노을을 넘어 밤이 찾아온 이후, 별들이 종적을 감춘 후, 아침이 찾아오기 전. 시간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했다. 노을은 변덕이 심해 찾아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별은 종일 떠 있었으므로 시간의 척도가 되어주지 못했으며, 해가 뜨지 않은 아침도 얼마든...
왕관, 여우, 동그란 행성, 니콜라스, 새벽, N-612. 단순한 단어와 그림이 나열되는 동안 분필 가루가 쉴 틈 없이 떨어졌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글자는 지워진 자리에 자국을 남겼다. 이곳은 작은 손과 어떤 손이 만들어낸 의미가 담긴 자리었고, 결국 그렇게 모든 단어와 의미는 영원할 터였다.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알지 못했다. 홀로 오랜 ...
기만 위에서 춤추는 배, 그것이 나였다. 자그마한 배에 앉아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았다. 여긴 바다였던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어도 안개만 느껴졌다. 입김을 불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던 기억이 났다. 똑같이 손가락을 움직여보았지만 그림이 그려질 리 만무했다. 불가능한 꿈에는 붙일 만한 수식어가 많았다. 기만에 익숙해진 자가 진실을 고하고, 죽음을 원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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