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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급변하는 계기는 사소하다. 아마 태형의 다섯 번째쯤 고백에 고개를 끄덕거렸던 것 같다. 결국 사귀겠다고 마음먹은 건 제 마음과 동떨어진 거절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고백과 무의미한 거절 사이에 답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그때의 태형은 이미 스무 살의 어린 티를 벗어냈다. 입학식 때 봤던 주황머리는 눈이 부신 금...
벤치에 앉아서 멍하게 생각에 잠겼다. 오늘따라 유달리 차가운 바람은 머리를 흩어 놓았고 생각을 정돈하는 데는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았다. 복잡한 한숨을 내뱉은 찰나, "여기서 뭐 해?" 세진이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타났다. "그냥…." "연애 고민?" 그는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의 능청이 때로는 짜증나지만 때로는 고마웠다...
**** 너가 없는 하루, 그 하루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거리를 헤매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너를 찾는 하루를 더 보냈으니 내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허망한 생각으로 애써 위로했다. 하지만, 시계 초침은 그저 무심하게 똑딱똑딱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은 막을 수 없었다. 이런 하루 하루가 쌓이면...
**** -다음 날 어제의 나는 미친놈이라고 봐도 되었을 것이다. 이 동네 사람들 누구나 이용하는 공용 운동장 한 가운데서 소리를 지르다가 울다가 뛰다가, 경찰 신고를 안 당한 게 신기한 거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내려앉은 어둠이 어찌나 소름끼치던지. 집에 들어와서 외박을 한 것에 대해 아버지께 죽기 직전까지 딱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
+쓰레기공 주의... **** “헉!” 번개라도 맞은 듯 눈이 번쩍 떠졌다. 뻑뻑하게 감겼던 눈에 흐렸던 시야가 이내 밝아졌다. 여기가 어디지, 정신이 들자마자 든 생각은 생소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풍경은 제주도 집이거나, 혹은 천안 자취방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대회 출전했을 때 나간 숙소 안이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여긴 내 예상...
+쓰레기공 주의... **** “씨발, 진짜!” 2시간 전, 들은 시완의 소식에 훈련이 제대로 될 리가. 어영부영 시간만 떼우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핑계로 도망치듯 돌아온 자취방. 초여름 날씨에 왜 그렇게 으슬으슬 추운지. 온 방안에 불은 다 켜놓고 겨울용 솜이불까지 뒤집어 썼는데도 온 몸을 울리는 잔경련이 사라지지 않는다. 핸드폰을 꼭 쥐고, 시완의 전화...
여기서 둘다 남자로 그렸지만, 여성용 포르노 19금 만화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폭력적 소재 주의 +트리거 유발 등 비도덕적 소재가 있으므로, 불편하신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 “더럽다고, 씨발.”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심장이 순간 멎은 것 같은 착각이 문득 들었다. 저만큼 멀어져가는 차가운 등을 눈으로 훑는 시완의 눈이 서럽게 흔들렸다. “.....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래. 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세...
+폭력적 소재 주의 +트리거 유발 등 비도덕적 소재가 있으므로, 불편하신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 “......” 깜박, 깜박. 무거운 눈꺼풀을 몇 번 감았다 뜨니 선명하게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지, 병원...? “엄마ㅡ!” 순간 경기 중에 벌어진 일이 생각나면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이불을 박차듯이 일어난 시완이 주위를 둘러보다...
+소재 주의 **** “촤르륵.” 끼익, 소리와 함께 버스가 수원야구장 주차장에 정차했다. 깜박 생각에 잠겨있던 시완이 퍼뜩 놀라 커튼을 걷었다. 차창 밖으로, 흘긋 보이는 다른 버스. 불과 2년 전에 타고 있었던 저 버스. “...아무 것도 아니야.” 괜찮아, 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경기일 뿐이야. “...오랜만이다.” 운동장 한 켠에서 이미 훈련을 하...
**** “......”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경선고 타자들 분석해야 된다며 계속 경선고라는 말을 꺼내는 동기 포수부터, 같은 학교였으니 잘 알지 않냐며 툭툭 물어보는 다른 투수들까지ㅡ. “...모른다고ㅡ.” “그래도 같은 학교...” “1학기! 밖에... 안 다녔으니 몰라...
**** “형, 가지마.” 제주고와의 교류경기는 어제와 오늘, 연달아 이어졌다. 이틀 째, 경기를 마치고 짐을 챙기느라 분주한 틈에 몰래 시완을 창고 뒤편으로 불러낸 이준이다. 어제 키스까지 했다고 이제는 누가 보든 말든 손까지 눈치 안 보고 덥썩 덥썩 잡더니 대뜸 가지말라고 하는 말에 시완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말이 안 되는ㅡ.” “소...
**** "김이준, 니가 내일 선발이다." "네." 대통령배 야구 대회를 앞두고 벌여진 교류 경기. 천안북일고는 내일 제주고와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대통령배 예선을 앞두고 전력을 시험해볼 요량이었던 북일고 코치진에서는 상대적 약체인 제주고 야구부이지만, 확실한 승리를 위해 내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2학년 이준을 선발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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