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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삑! 정신없이 새빨간 혼란스러운 불빛의 틈바구니 속에서 들려오는 감정 없는 목소리. 열차 안내방송 오후 9시 46분 14초, 도곡동 운세 대학병원 중환자실 715호. 이름 남서원. 82세. 9호차 배정. 이동합니다. 으으윽~! 아 맞아. 나 죽었지? 살아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답이 없는 이 느낌은 변함이 없네. 깨질 듯이 아픈 내 머리. 아니! ...
"달리아!" 어? 누구지? 저기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젊은 남자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를 보고. "달리아! 여기서 뭐해?" 나는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달리아'는 없어 보였다. "누..구세요?" 나의 말에 남자는 놀란 듯 했다. "달리아! 갑자기 왜 그래? 나 네 오빠 안티네토 이잖아!" 아! 생각이 번뜩 났다....
삼촌. 어렸을 때 삼촌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나를 데리고 다녔다. 더덕을 캐러 산에 가고, 들꽃이 예쁘다며 드라이브를 가고, 부슬거리는 갈대밭을 갔다가, 작은 하천에서 민물낚시를 하고, 그렇게 조그만 밭 아래서 미나리를 따다가 저녁 찬으로 먹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고향은 작은 시골 마을이 되었다. 나고 자란 곳은 도시지만...
공식적으로 친구가 되었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고운이 연극부에 남기로 결심했다는 것과 그런 고운과 함께 대사 맞추는 것을 기꺼워하는 보라의 태도가 달라졌을 뿐이었다. 연극부 아이들은 저마다 두 사람 사이에 부는 훈풍에 대한 가정을 세웠지만, 이것을 섣불리 당사자들에게 확인할 수 없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기류가 있었기에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는...
맑았던 하늘이, 그 쨍쨍했던 햇빛이 그늘에 드리워 더는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히, 등으로 옮겨진 구멍으로부터 시커먼 매연 기둥을 뿜으며 허공을 유유히 나는 저 케토스킬라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갖춘 엄청난 크기에 경악한 뱅가드 일원들과는 다르게 단 한 사람, 괴인 멜로디바 형상을 입은 대표이사, 키리가야 카논만큼은 다른 이유로 경악하고 있다. "루칸...
평소 드나들 일이 많지 않은 서고인지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디쯤에 있을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서고를 관리하는 이에게 물어볼까 하다가도 괜히 찔려 말을 걸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인간에 대해 찾아본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리하여 혼자 힘으로 책을 찾아보려 했던 것인데, 선계에 이리도 많은 책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비공개가 없어서.. 볼거 없음
#3. 주문한 음식은 먹지도 못했다. 예상치 못한 프로포즈를 하고 나니 두 사람 모두 부끄러워진 탓이었다. 레스토랑 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비롯해서 종업원들까지, 정대만이 청혼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다가 권준호가 받아들이자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두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강심장은 아니었다. 잔뜩 ...
04.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그래 나의 아우 광원군 돌아왔느냐” 서는 고개를 숙이며 참던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의 아우라니. 우리 황상께서는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잘하신다니까. “황제 폐하께서 하해와 같이 보살펴주신 덕분에 무탈하였나이다.” “그래, 내 너를 먼 국경으로 보냈어도 항상 지켜보고 있었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태황태후 마마와 황후...
믿기지 않겠지만 인형에는 모두 자아가 있고, 인격이 있으며, 감정이 존재한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으며, 믿지도 않을 것이다. 하긴, 나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인형이 감정을 느끼고 인격과 자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믿지 못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만, 나처럼 몇몇 소수는 내 말을 믿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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