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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박지민이 웃었다. 처음 보는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노을을 잔뜩 머금고서 힘없이 흩날리는 낙엽들 사이로 곧바르게 나를 보며 웃어왔다. 여전히 기억하나보네. 내가 네 미소에만 유달리 약하다는 걸. 이런 내 마음을 너는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예전에 내가 알던 그 작고 풋내 날 것만 같던 어린 소년은 어디가고 그저 가냘프게도 말라버린 낯선 청...
* 2015년 씀. 나는 귀신을 볼 줄 알아요. 나직한 목소리가 주위를 울렸다. 몰랐다고는 하지 마요, 어느 정도 눈치 챈 거 알아챘으니까. 낮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그의 앞에 서있던 윤기는 그저 어깰 으쓱였다. 계속 해보라는 뉘앙스에 마른 입술 위를 혀를 내어 훑은 남준이 꾸역꾸역 뱉어내듯 제 속앳말을 토해냈다. 사랑해요. 무거운 추가 바닥으로 추락하듯 묵...
안녕하세요, 겸슈합작『From Winter』의 합작주입니다. 동네잔치처럼 작게 열려고 했는데 일이 점점 커져서 이렇게 됐네요. 많은 분들이 보시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작은 이벤트를 열려고 합니다. 본 합작은 여러 작가님들의 수고로 이루어졌습니다. 작가님들께 힘이 되는 감상 한 줄 부탁드립니다. 감상을 보내주신 분들을 모아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둘이 같이 들어가는건 오랜만이네." 생각해보면 정말 오랜만이다. 저번에 윤기 혼자 나갔던 작전도 사실은 함께 나갔어야 했는데, 호석이 쓰러지면서 윤기 혼자 나갔었으니. "오랜만인만큼 잘 준비해서 나가야할거야." 남준의 말에 끄덕이고는 이번 작전일정이 나온 종이를 집어들었다. 오늘은 정보 공유를 위해 간단히 보인 자리다. 최근들어 서울 어느지역을 막론하고 ...
조금만 더 버티면 죽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필이면 오늘은 한파 주의보로 아침부터 시끄러웠던 날이다. 체감 온도가 영하 몇 도라고 했더라?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때리고 간 뺨은 조금만 건드려도 찢어질 것 같았다. 남준은 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같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더 그랬다. 핸드폰 ...
이 세계에서 동성애를 하지 않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수인 사회도 인간 사회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옛날에는 본능을 더 우선시 했으므로 동성애를 배척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0세기에 와서는 인간 사회에서도 동성과의 연애 및 결혼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그에 맞추어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수인이 아닌 원인들도 인공 자궁 및 난자만을 이용한...
이전에 작업했던 콘돔 화상소재보다 조금 더 가벼운 채색으로 제작했습니다. 개당 가로 300~600px정도의 사이즈입니다. 콘돔 화상소재4+로고가 삽입된 버전 총 8개의 콘돔을 한장
비수사 備手史 (갖출 비, 손 수, 사기 사) * 외전 화창한 날씨, 선선한 바람, 향기로운 꽃내음. “형님!” 제 신에 닿는 풀을 사뿐사뿐 밟아가며 마당에 들어서자 정국이 오도도 달려와 폭 안겼다. 장성한 탓에 저보다 훌쩍 커 버려 안기기보다는 안아 주는 그림이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몇 주만에 보는 하얗고 말간 얼굴에 윤도 팔을 벌려 단단한 몸을 ...
“‘너는 누구지?’” “그게 뭐야 하리스?” “..나도 몰라.” 하리스는 눈을 조금 찌뿌려보다가 수첩을 닫았다. 누군진 몰라도 한번만 더 소중한 수첩에 손을 댄다면 목을 반으로 찢어버릴 생각이였다. 하리스는 수첩을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품을 열어주는 남자친구의 안에 들어가며 하리스는 행복한 듯 웃었다. 그게 행복해? 누군가 물은 것도 ...
연구실에서는 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깊숙한 지하에 있었고, 허교수와 최측근인 인물들만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비밀스럽게 치루어 지는 실험. 그것은 인간의 영원한 갈망 중 하나인, 불로장생이었다.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상처의 자연 치유. 기약 없는 무자비한 실험이 그곳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다. “교수님, ...
다음날 아침 앙리는 꽤 많이 울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들이닥친 워튼은 앙리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부엌으로 가 얼음 주머니를 가져왔다. 앙리는 그동안 창문을 가린 암막 커튼을 확 걷었다. 날카롭게 유리를 통과해서 들어오는 가을의 아침 햇살 아래서 창백한 앙리의 얼굴이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왔다. 워튼이 그에게 얼음을 건네자 앙리는 침대에 주저앉...
또 꿈이다. 이츠키 슈는 지금 이것이 꿈이라는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늘 반복되는 똑같은 꿈. 수면위에 두 발로 서있는 자신. 옅게 파도치는 물결의 고동. 똑 똑 흐르는 빗물의 소리까지 지나치게 생생한 꿈이다. 비가 막 내린듯 젖어있는 웅덩이와 이슬맺힌 잎사귀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늘 꾸는 꿈에 익숙해 그 행동들엔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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