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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다정하면서도 짓궂고, 그러면서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 짧은 시간 동안 유은이 마아에게 느낀 감정이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바쁜 업무와 사사건건 모든 걸 관여하는 대신들로 인해 단궁에 모습조차 비추지 못하는 이였지만, 마아와 얼마나 많은 밤을 함께 하였던가.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혼례가 다가오는 기간 동안 만난 횟수를 해아려 본...
-46- 이제 막 묘시에 (5-7)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단이는 말이나 매나 독수리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도착한 사성의 끝자락에 멈춰서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곧 황제와 연을 맺을 이가 묵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어디일까. 이제 한 시진 후엔 인간들이 일어날 시간이니, 그 안에 아이가 있을 곳을 찾아내야 했다. “황제의 부인이 될 곳이라면..” ...
-45-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아내며 유은은 새하얀 자신의 나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몸에 새겨졌던 붉은 글씨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할 지경인데, 그에 비해 스며든 그것들은 애초에 몸에 닿지라도 않은 것 마냥 티 하나 나지 않는다. 주옥이 행한 주술은 주옥이 말해준바 금기라고 칭했던 주술이었다. 금기는 위험하고 몹쓸 것이기에 금한 것이며, 이미 백나...
-44- 분홍 벚꽃잎이 날리며 차가운 공기도 조금은 따스해졌을 무렵인 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빠르게 흐른 시간은 단이와의 이별을 잊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그리워하며 벌써 4년이 흘렀다. 평생 자라지 않을 줄 알았던 유은의 키는 이미 하나유키내의 여성들보다는 컸으며, 신장이 170을 웃도는 주옥과 5센티 여의 차이가 날 때 즈음에야 성장이 멈췄다. 볼록...
-43- 남평의 하늘은 푸르렀다. 역병도 없고, 장터에 모여 시끌벅적한 소리 들리고, 지나가는 이 돌아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더니, 그 말이 맞는 듯 해화국과 별다를 게 없는 이곳은 그래도 남평이었다. 나라치고 크기는 작지만, 땅이 고르고 토양이 기름져 농사가 풍족히 잘 이루어지는 곳, 비쩍 마른 이들보다는 얼굴이 반지르르하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자...
-42- “어찌할 텐가?” 단이는 애초에 말산은 도적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패물을 주고, 더 좋은 걸 준다 한들, 지금 눈앞에 있는 이가 이 산을 넘게 해주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아버렸기에, 단이는 결국 한숨을 뱉어내다 찌푸린 인상을 피려 미간을 꾹꾹 누를 뿐이다. “방법이 없잖습니까. 당신이 원하는 걸 그저 따라야지요.” 아이를 안고 ...
여기서 둘다 남자로 그렸지만, 여성용 포르노 19금 만화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41- “이제야 오시는가?” 이른 아침, 진시(7-9)의 끝자락을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먼 길 떠나는지라, 아이 신을 것, 아이 먹을 것, 아이 입을 것 적당히 사 보자기 싸매고 오니, 기다렸단 듯 곰방대 물고 약초 피우는 이준복 영감이 껄껄 호쾌한 웃음을 흘렸다. “스승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인사 올리곤 안부 건네는 유은의 옆에 앉은 단이가 여전...
-40- 아이는 점차 자라났다. 7살이던 아이가 13살이 되었으니, 시간이 참 무색할 만큼 빠르리오. 엊그제만 해도 밤송이 따러 가자, 두릅 따먹자. 앵앵대던 게 조금 커졌다고 울지도 않고, 뛰어다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성격이 달라진 건 아니었으니, 조용한 표정으로 ‘단아, 단아’하는 얼굴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몇 년 전 어리숙한 그 얼굴 떠올라 또 ...
-39- 이준복 영감은 5년 만에 또 한 번 산길에서 길을 잃었다. 5년 전 해괴망측한 일을 겪은 뒤로 다시는 산을 오르지 않겠다. 호언장담을 했건만, 어찌 산을 오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당장 옆 마을에 가기만 하더라도 산을 넘어야 하고, 달에 한 번 하는 모임 또한 산 중턱에 위치한 정자에 모이는 것인데. 마음과는 다르게 5년 내내 산길을 오갔던 이준복...
-38- 단이와 반룡의 예상대로 아이. 유은이는 한동안 밖으로 나오기를 극도로 꺼리며, 단이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잠시 식사 준비를 하러 부엌에 가면 치맛자락을 쥐고선 졸졸 쫓아오고, 유은이 잠든 새벽에 몰래 대나무 숲에 다녀오려고 하면 벌떡 일어나 자지러지게 울어 젖히는데, 심지어는 측간에 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행동에 단이는 골머리를 앓...
-37- 음기가 가득한 귀신들이 있는 대나무 숲에 버려진 아이. 그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멀쩡한 아이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유은은 특이한 경우였다. 아니, 오히려 특출난다고 할 수 있겠지. 단이는 아이의 기가 강하다 눈치챈 것은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아이 때부터 기가 느껴졌기에, 어느 정도는 강단이 된다고 하고 대충 넘겨 버렸던 것이 이리되었...
-36- 흐린 안개가 끼어있는 이른 새벽 ‘자르륵, 자르륵’ 듣기 싫은 불쾌한 소리에 늦은 산길을 걸어 내려가던 ‘이준복’ 영감은 킁 콧김을 내뿜었다. 그저 날이 좋아 마실을 나간 참에 내 나이 47년 평생 앞뜰처럼 나다니던 곳에서 길을 잃을 줄이야. 에잇 쯧쯧. 뒤늦게서야 길을 찾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어. 답지 않게 겁을 먹으면서도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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