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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연락은 언제나 나쁜 징조였다. 안부 인사란 개념이 없는 사람이 연락을 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가 터져도 단단히 터졌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다른 리거들도로 부족해서 할까지 호출할 정도라면. 할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배트맨이 보내준 좌표로 향했다. 망망대해 위의 커다란 배에서는 동료들이 벌써 전투를 벌이거나 인질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할은 ...
어제까지 분명 날씨가 조금 쌀쌀했는데, 밤에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런지 날이 아주 화창하고 맑았다. 아, 어제 정성찬이 말했던 소개팅은 이미 이동혁과 내 미묘함을 알고 일부러 이동혁을 놀리기 위해 한 말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정말 내 성격이 좋아서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만나길 원한다고 전하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두꺼운 기모 후드티에 손...
1. 그 해 수능은 불수능으로 유명했다. 학부모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 걸었다. 사유는 난이도 조절 실패. 수험생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내용이다. 이동혁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정부 대신 순도 17.5퍼짜리 알코올이 보상해줬다. 삼수까지 돌돌 말아먹었으니 꼬박 논산훈련소행이다. 친구들은 어차피 머리 깎을 거 지금 밀자고 냉면 자르는 가위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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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쟤 잡아!" "아이씨, 김여주!!” 이동혁은 거짓말 쟁이다. 술자리에 온다고 해서 정성찬 이야기 진짜 안 꺼냈는데, 내 순진함을 먹튀했다. 덕분에 고삐 풀린 난 오랜만에 내가 지키고 있던 사회적 체면을 내려놓고 달리기로 결심했다. “어빠, 오늘 이동혁 카페 나갔어요?” “여주야 나 너한테 정떨어지려고 해.” “아-니! 이동혁 카페 출근했냐고요!” ...
* 본 문서 내에는 집단 따돌림, 폭행, 언어 등의 트리거 요소가 있음을 알립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잠시 틈을 갖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소리 없이 내쉬며 그가 말을 이어냅니다. 저는 과거, 동경하고 있던 제 보호자의 뒤를 이어 이 세상의 선으로 살고 싶고, 이 세상의 선을 지키고 싶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어찌 보면 ...
앞선 글에 인프피의 가식에 대해서 좀 다뤘는데, 갑자기 “착하지 않은 인프피, 가식적 인프피”에 꽂혀서 돌아옴. 저번 글에 뭔가 인프피 관련 생산적인 글을 들고 온다고 했으나, 갑
제 집에 같이 살 박지민이란 남자는 커다란 가방 하나 매고 이사왔대. 그게 다에요? 충격받아서 태형이 계속 물어보는데 얼굴도 안보고 예에 다에요 하다 눈 마주치니 얼었다. "김, 김, 김, 김, 김," "네?" "김태형씨가, 왜," 뒷걸음질 치는거 끌어 당겨서 식탁에 앉혀놨더니 금방 긴장 풀고 아이고 제가 또 연예인이랑 집을 같이 써보네요. "회사 다니세요...
내가 찬나를 만난 건 오 년 전 도쿄의 라이브 하우스다. 찬-나의 역사 껌뻑이는 누런 조명 아래서도 찬란한 가수가 있다. 수천 개의 전구를 밝혀도 그녀보다 빛날 순 없을걸. 버스럭대는 시퍼런 싸구려 비닐치마는 찬나의 마스코트 테니스 스커트. 핑크색 장난감 마이크는 찬나의 생일 서포트 커스텀 마이크. 주황 파스텔톤의 양갈래 머리카락은 찬나의 심볼 헤어. 찬나...
듣기 좋은 목소리가 강의실을 울렸다. 그 어떠한 장비 없이도 덤덤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동혁의 목소리는 매우 섬세했다. 섬세하다 못해 나와 이동혁만 간직하는 그 무언가를 건드렸다. 이동혁이 눈앞에 나타난 이후로, 난 자꾸 서툴게 고백하던 열아홉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저 형, 다쳐서 조기 전역했다던데. 목 안 다쳐서 다행이다. 그 누구도 쉽게 이동혁의 ...
The Bloody Blossom 멍청한 실수였다. 짜릿한 아픔이 자글자글 피부와 뇌를 찌르는 와중에도 냉정하게 드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생명의 증거가 선연하게 흐르고 떨어져 흩어지는 와중에도 대단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익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딘가 마모되었고 낙담하고 절망했으면 좌절한 과거의 자신이 여전히 피처럼 몸속을 흐르고 있기 때...
날 배려한 그 고백 때문에, 난 오히려 그 해 여름 내내 이동혁만 앓았다. 하필 제일 처음 사랑에 눈 뜬 게 이동혁이라서. 내 마음대로 그만두지도 못한 마음을 나 혼자 간직하는 게 억울했지만,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름 진지한 고백이라고 생각했지만, 난 그를 끊을 수 없었다. 이동혁도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제일 가까운 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나요? 아니요. 절대 아니요. 나름 사랑 놀음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살았던 열여덟 인생에 빨간 불이 발등에 떨어져야 하는데 심장에 떨어졌다. 입시를 앞둔 주제에 심장이 쿵쿵 뛰는 게 어지간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야, 얘 얼굴 왜 이래.” 옆에서 예림이의 말이 웅웅 대며 지나갔다. 내가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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