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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마츠 유키오의 왼쪽 눈에는 투명한 꽃이 피어있다. 이름 모를 꽃은 청회색 눈동자 위로 투명하게 젖어 렌즈처럼 딱 달라 붙어있었다. 태어날 때부터는 아니었다. 한창 놀이터 모래를 주워먹고 놀던 나이로 기억한다. 여느 날처럼 친구들에 섞여 소꿉놀이를 하다가 ‘유키짱, 세수하고 학교가야지~’ 당시 반해있던 여자아이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그만 긴장해버려 시늉...
“도련님, 회장님이 보내신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작은 상자, 커다란 상자가 뒤엉켜 흰색 트리 아래 내려졌다. 하지만 6살의 아카시 세이쥬로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가 받고 싶었던 건 단 하나였다.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엄마. 그것은 아무리 돈이 많은 아버지여도 결코 해 줄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세이쥬로는 아무런 투정도 부리지 않았다. 이럴 때마...
마유즈미가 비릿한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정신을 차렸다. 작은 유리병에 들어간 앨리스처럼 속이 울렁거려 정신을 차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눈앞에는 푸르른 바다와, 그것을 반사시키는 하늘. 아니, 푸른 하늘과 그것을 반사시키는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노랗게 질린 얼굴을 부비고 있는 곳은 시퍼런 바닥. 바닥? 아... 또 바닥. 바로 대충 상...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머리 위 햇볕이 쨍쨍하다 못해 찌는 듯한 더위를 몰고왔다. 그럼에도 저자에서 팔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긴 호우의 끝, 간만에 맞는 햇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저 웃고 있었다. 저자 가운데로 저벅저벅 걷는 이는 줄초상을 치른 얼굴이었지만. 휴일이었다. 오늘은 분명 휴일이었다. 근 한 달을 시달리고 ...
거친 숨소리와 더 이상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멈추지 않고 자꾸만 솟아나는 검붉은 피. 키세는 뚫리다시피 한 뱃가죽을 끌어안고 계속, 계속 발걸음을 놀렸다. 한 나라의 장군이 이렇게 도망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키세에게는 정인이 있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그를 위해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명예도 무엇도 버리고 깊은 숲으로 숲으...
“이름이 뭐예요?” “키세 료타요.” “나이는요?” “열여덟이요.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마주앉은 키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가면 같은 미소. 카사마츠는 이번 환자는 만만치 않겠구나, 각오하며 손에 들린 차트에 이것저것 기입해나갔다. 카사마츠는 작은 연구소의 치료사였다. 주로 하는 것은 물론 치료. 다만 카사마츠가 치료하는, 치료했던 사...
간단한 배경 설명 나 : 9N년생, 오타쿠, 오타쿠라서 일본어 할줄 암(주변에 말할땐 아빠영향으루 할줄알다고 구라침) 가족 구성원 : 보험 설계사 엄마, 남동생, 아빠(중3때 돌아
카사마츠 유키오는 A 소속사의 5인 인디밴드 ‘카이조’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였다. 잘 나가는 작곡가에게 곡을 사올 돈도 없어 매번 스스로 곡을 열심히 쓰고 작업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앨범은 크게 팔리지도 않았고, 인지도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고작 1년 남은 계약기간에 이거 끝나면 우린 뭐 먹고 사나 불안해하는 멤버들을 다독이며 카사마츠는 재계약에 대한 이...
달빛도 들지않는 캄캄한 밤, 궁의 담을 경계로 다섯의 그림자가 흩어졌다. 그 중 하나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열셋의 바람이 흔적도 없이 궁의 지붕위로 달려들더니 곧 그 아래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왕의 죽음. 무엇을 위해서인지, 왜 그래야하는지 따위는 몰라도 좋았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어릴 적부터 길에 버려진 자신들을 ...
한 골 더. 검지손가락을 펴고 코트를 가로지르는 카사마츠의 외침에 레귤러들은 금방 공수의 위치를 전환했다. 멀찍이 떨어져 올 것 같지 않던 농구공은 금세 패스와 드리블로 카사마츠의 손에 주어졌다. 남은 경기 약 4분. 바로 모리야마에게 공을 패스했고, 수비가 붙은 모리야마는 탭으로 키세에게 넘기려다 순간적인 변환을 이기지 못해 패스 미스가 나고 말았다. 방...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어요?” “너는 잘 지낸 모양이군.” “맞은 놈은 오그리고 자도 때린 놈은 다리 뻗고 잔다, 잖아요?” “여전히 바보냐, 너는.” “바보한테 속은 당신이 할 말은 아닐텐데.” “속은 게 아니야, 믿은 것뿐이지.” “제국 스파이를 믿는 반군이 어디 있어요.” “네 눈앞에.” 사막 같은 대륙의 중심부에서 땅을 넓혀나가는 제국 테이코. 파...
축제였다.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모여들고, 시끌시끌하고, 온갖 맛있고 향기로운 내가 풍기는. 예쁜 불꽃들이 하늘로 펑펑 수놓아지고, 아주 순간이기에 잡을 수 없어 슬펐던. 너는, 축제였다. “엄마, 다녀올게요.” 동생의 인사와 함께 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지만 그건 표면일 뿐. 글자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늦어서 죄송함다! 바로 준비하겠슴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키세는 사과하며 코트로 들어섰다. 하지만 부원들 누구도, 감독까지 옹기종기 다 모여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무슨 대단한 경기영상을 보길래 다들 조용할까 하며 다가간 키세는 중앙에 놓여있는 물체에 덩달아 말이 없어졌다. 수많은 눈은 하나같이 가운데 앉아있는 눈썹이 진한 아기를 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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