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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피하며 살아온 지 27년, 도끼 든 저승사자와 만났다.
크리스마스이브였고, 영화관이었다. 거리는 솔리드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장식이 반, 종소리로 가득 찬 캐럴이 반으로 가득 찼다. 극장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추워서 다들 옷이 두꺼웠다. 춥다 추워. 대만은 태웅을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떨렸다. 어제 무리했나. 대협의 집에 늦게까지 있다 오긴 했다. 골밀도가 떨어져 뼈가 시린 기분이었다. 혹은 엄동설한에 멋 부...
요즘 영걸이들과 얼굴 볼 시간이 없다. 바로 태웅 때문. 고양이 같이 생긴 놈이 주인만 오길 기대하는 개처럼 자기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은 당연히 서태웅과 함께하는 일과로, 연습 후 따로 일대일 농구, 그리고 하교 후 저녁까지 이루어졌다. 태웅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만을 아파트 동 앞까지 배웅했다. 대만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워 이럴 필요까진 ...
* 고증에 연연하지 마시길 * [우성명헌우성] 포함 그래서, 출국 일정은 저번에 얘기했던 그대로예요. 바뀔 줄 알고 확답을 안 드렸는데, 저번에 형이 말했던 거기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돌아가면 그날은 집에 들를 거고, 다음날 만나요. 공항엔 안 와도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요. 아마 오전 중으로 도착할 것 같으니 오후엔 전화를 할게요. 그러고 보...
"나를 대신해 죽어줄 수 있어?" "내가 물에 빠지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어?" 영화는 가끔 타고난 능력을 지닌 히어로보다 대단한 보통의 사람을 그리곤 한다. 우리는 그들을 로맨스 영화에서 쉬이 목격할 수 있는데, 사랑이란 무기와 함께인 그들은 꽤나 대담한 모습을 보인다. 성인이 되고 진지한 맛의 연애를 시작하며 내가 지금의 애인에게 모든 것을 대가 없이 ...
먹을 연성이 없어서 스스로 만들어 퍼먹기 시작함... 영화 타이타닉(1997)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이미 25년이나 된 영화이니 크게 스포 방지를 신경쓰진 않겠습니다. 17세에 죽고 싶어하던 여자가, 101세의 인생을 마치게 되는 이야기. 로즈 드윗 부카터의 삶을 차버리고 로즈 도슨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이야기. 그 마침표.
보통날이었다. 날은 추웠고 옷을 껴입어도 발끝이 시린 겨울의 하루. 곧 뛸 테니 땀도 흠뻑 나고 열이 오를 테지만, 쿨다운 스트레칭 때는 이보다 더 추울 것이다. 태웅은 운동화를 신었다. 새끼발가락 끝이 구겨질 정도로 볼이 여유가 없었다. 발이 더 컸나? 키도 더 자랐을지도. 태웅이 불편해진 발끝을 톡톡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익숙한 라커룸의 풍경. 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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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멍청이, 태웅은 지겨움을 감추지 못하고 낮게 읊조렸다. 백호는 소리를 왁왁 지르고 시선을 모았다. 태웅은 백호의 강렬한 존재감이 정말 지겨웠다. 백호가 없는 동안 체육관은 조용했다. 농구화 밑창이 미끄러지며, 튀기는 농구공과 이따금 재잘거리는 말소리만이 들렸다. 태섭은 생각보다 얌전했고, 대만은 건드는 사람이 없으면 진지했다. 그는 훈련을 빼먹지 않고 ...
역시 명작 몇 번을 봐도 새롭다
라온은 필기해둔 공책을 넘기다 말고 펜을 소리나게 책상 위로 내려 놓았다. 어려운 단어가 눈 앞에서 널을 뛰는 와중에도 자꾸만 아까 전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그깟 돈 좀 벌겠다고 아등바등거리다 욕을 먹은 것이 억울해서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처음으로 자신 편을 들어준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 다름아닌 석진이라는 사실에 놀란 덕이었다. 라온은...
라온은 불현듯 긴 꿈 속을 헤매었다. 그 꿈은 사무치게 아름다워 차마 깨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유난히 피곤했던 밤, 따스한 침대에 삼켜져 눈을 감았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창백한 달이 원을 그리며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문득 발을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리기에 내려다 보니 나무 판자가 잘 얽힌 갑판이 보였다. 그제야 주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쏴아아아 -. "어머, 비가 많이 오네. 어, 오늘 수고했어."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쓴소리 많이 하긴 했지만 너, 잘해. 알지? 처음 들어보는 음색이야. 재능 없지 않아." "… 감사합니다." 음색이 좋다는 이야기. 좋아하는 말이다. 피아노에 무슨 음색이 있냐고 하겠지만, 아니다. 피아노 연주에도 저마다 음색이 있다. 피아노에 따른 음색이 아니...
*영화 타이타닉이라는 작품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하여 쓰여진 글로써 기존 영화의 내용을 각색, 가상의 추가 설정을 포함하기에 현실 고증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 존재하며 이에 대하여 인지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문은 그럼 다른 나라 말도 잘하겠네요?" "으음, 다른 곳에서는 오래 살진 않아서 대충 알아듣기만 해요. 말은 잘하지 못하고... 중국,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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