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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앤 님, 사주보는 라뽀 님
13. 인생은 타이밍이지 핫핫! 서명호 뭐야, 잠 못 잤어? 오빠 어디 아프세요? 형 얼굴이 왜 이래! 오늘 오전에만 해도 몇번이나 들은 안부 인사에 명호는 이제 대답할 기운도 없어질 판이다. 지난 밤, 정확하게는 저녁에 꿈을 꾼 이후로 새벽 내내 잠들지 못한 덕에 누가 봐도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 학교에 나온 명호는 그저 잠을 설쳤다고 적당히 둘러댔으나 그...
“결심은 아직입니까?” 작은 음성이지만 분명하게 끼어드는 물음에 대영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제 생각을 읽기라도 했냐고 묻는 것만 같은 투명한 눈에 시진이 애써 웃음을 참으며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듯 턱짓을 한 번 해 보였다. “그렇게 다 보이는데 윤명주한테 어떻게 안 들켰습니까?”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등을 조금 편히 기대는 시진의 행동에도 대영은 좀처럼...
12. 자아성찰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사랑의 방식도 그 수만큼이나 많다. 정한은 그중 같은 성별을 좋아하는 타입으로, 상대적으로 보자면 역경이 아주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 있어 문제될 점도 없었다. 국경이나 나이도 별것 아닌 시대에 성별이 무슨 대수겠어.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이 맞으면 만나는 거고 안 맞으면 안 만나는 거지. 평탄한 마음가짐 덕...
11. 변덕과 고집 참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정한은 적당한 타협 속에서 적당히 만족하며 지내온 지난 20여 년의 인생 짬이 현재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체감하고 있다. 언젠가 확신한 자신에 대한 명호의 마음도 이제는 미지의 영역이 되었으며, 그간 느낀 알 수 없는 거리감은 마치 오늘의 어정쩡한 고백을 예견이라도 한 듯 훨씬 커졌다. 계획에도 없던 충동적...
10. 현실은 걱정보단 나은 편 술자리가 끝나고도 죽어라 조른 끝에 결국 주점에서 뒤집개를 쥐게 된 정한은(서빙을 시킬 생각이었으나 싫다고 난리를 쳤다.) 죽기 직전도 아닌데 지난 시간이 주마등마냥 스쳐가 약간 어지러워졌다. 정한의 생각보다 해야할 일이 더 많은 주점 운영과 더불어 얼어죽겠는데 무슨 축제냐고 씹던 동기들은 물론 스쳐지나가던 과 사람들, 다른...
우리의 첫 만남은 흔한 말로 '곱지' 못했다. 한 마디로 좆같았단 소리지. - "어이, 거기. 뭐 하십니까." "... 겁도 없이 뭘 물어." 그렇게 작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건 아니었던 키라, 명주는 눈높이의 차이를 이겨내기 위해 눈을 치켜뜨곤 자경을 마주했음. 똑단발에 걸어오는 것부터 각이 잡힌 게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퍽 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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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의미부여 며칠 전 명호의 반 정도밖에 안되는 키의 여자 동기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정한이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기를 빈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명호에게 오빠 정한이 오빠랑 친해요? 라고 지나가듯 물은 적이 있다. 명호는 대답을 얼버무렸으나 잠시 생각해보면 그날로부터 이틀 전은 물론 다음 날도 정한과 점심을 같이 먹었고, 어제는 커피에다가 저녁까지 ...
아까전부터 아닌척하지만 잘보이고 싶어서 알랑방구 끼면서 명주 소주잔에 술만 들이 붓는 저 미친 천용덕 죽이고, 오늘 군복 벗는다 생각하는 지섭. 손에 쥔 글라스가 글라스가 아니고 그냥 총이였으면 부들부들 거리고 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침 꼴깍 삼키고 있는데 잠깐 명주가 화장실 좀 다녀온다고 자리 일어서려고 하는데 아주 작게 휘청 거리는거 보고, 일...
"그만하자, 윤명주." 그의 입을 통해 들었던 수십 번의 이별 중 아프지 않은 것은 없었지만, 이렇게 서늘했던 것은 없어 명주는 일순간 숨을 참았다. 똑바로 마주보는 눈동자가, 굳게 닫힌 두 입술이, 단호하게 부른 이름 석 자가, 그 앞의 억양 없는 네 글자가.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명주는 차라리 꿈이기를 바랐다. 그저 지나가는 악몽이기...
8. 맨날 보이다가 꼭 필요할 때 찾으면 없는 것 시끄럽고 샤워하든지 아니면 최소 양치랑 세수는 하고 있어라.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 조르는 정한에게 휴대전화 너머의 승철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으니까 하겐다즈 딸기맛. 놀리듯 똑같은 어조로 대답하니 감기걸린 놈이 무슨 그런 아이스크림이냐고 궁시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긴다. 그렇다. 얇디얇은 셔...
"혼자서 뭐 합니까?" "아, 오셨습니까." "어어, 상처 벌어집니다. 그냥 있으십쇼. 그 꼴로 경례는 무슨." 갑작스러운 기척에 무심코 일어서려는 대영을 시진이 황급히 말리며 억지로 눌러 앉혔다. 어쩐지 안 보인다 싶더라니. 철호에게 물어 찾아온 생활관에 한 구석에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역시나였다. 시진은 대영의 손에 들려있는 바늘을 빼앗다시피 낚아챘...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하는지 갈수록 빠르게만 느껴졌다. 17살에 무용을 배우러 한국에 와선 어느새 한국 학생들이 제일 두려워한다던 고3이 되었고, 순식간에 스무살 성인이 되어 있었다. 졸업하면서 내게 언젠가 보자며 인사했던 정한이형을 그렇게 1년만에 대학에서 만났고, 졸업하면서 내가 언젠가 보자며 인사했던 한솔 또한 그렇게 1년만에 대학에서 만나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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