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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 나한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태초에 전지전능하다고 여겨지는 신 '하나'와 그에 대적하는 신 '둘'이 있었다. '하나'는 그 자체로 온전하였으나, '둘'은 남자와 여자, 이성과 감성, 선과 악, 질서와 혼돈 (생과 사) 등 상반된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 (상반된 둘이 섞여있었다.) 신들이 세상을 만들고 동식물들을 만들어 번성하게 하였으니, 이 세상을 '낙원'이라 하였다. '하나'는 번성...
옛 시절과는 너무도 변해버린 날씨 탓에, 배꽃(梨花)이 피고 지는 날 역시 많이도 앞당겨진 요즘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봄의 계절입니다. 더위와 녹음이 더 짙어지기 전 마지막 봄날, 조선시대 여류시인 로맨스 <이화우 흩날릴 제>가 찾아옵니다. 내일부터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정식 회차부터는 페이지 만화 형식으로 ...
눈앞이 번득이는가 싶더니 천둥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내가 죽인 이들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다. 하늘이 다 녹은 듯 쏟아지는 비도 어쩌면 그들의 눈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내게 벼락이 떨어지진 않는다. 참담했다. 나는 왜 살아 있지? 이렇게 멀쩡할 가치가 있는 목숨인가? 연은 눈을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개중에 더 짙은 건 아마 담장...
비가 퍼붓는 밤, 서향은 침전을 호위할 금군(禁軍)을 이끌고 건춘문(建春門)에 섰다. 비가 하도 쏟아지니 조족등(照足燈)을 비춰도 주위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장(雨裝)을 갖추긴 했으나 맑은 날에 비해 춥고 고단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병사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연거푸 호령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소리에, 온몸을 때리는 빗줄기에 흐...
“그 사람, 어디로 갔습니까?” 서향을 보자마자 그 말부터 꺼냈다. 서향이 예를 차린답시고 깍듯이 허리를 굽히는 시간도 아까웠다. “대답부터 하세요.” 재촉하는데도 서향은 허리만 더욱 숙였다. 고모보다도 덤덤해 보였다. 어의부터 궁인까지 하나같이 연의 거동에 놀란 눈치였는데. 연이 올 것은 물론 이만큼 회복될 것도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전하께오서 가...
“나 왔어.” 그이가 돌아온 건 외출한 지 고작 4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생각보다 이른 귀가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현관문을 향해 달려갔다. “왔어요?” “응. 둘이 뭐 하고 있었어?” 소연은 은근슬쩍 내 손을 잡아주면서도 거실 쪽을 힐긋 바라봤다. 거실 한가운데에 마련된 탁자 위에는 나와 미희가 쌓아놓은 서류로 가득했다. “그냥 뭐... 매번 똑같죠.”...
우리 저번에 뽀뽀했잖아. 우리도 '사귄다' 그거 할 수 있어? 친구랑은 다른 거야?
티 없이 파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다. 산뜻한 바람에는 은은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섞였다. 연은 그 향에 이끌리듯 고개를 돌렸다. 끝 모르게 펼쳐진 들판에 형형색색의 꽃물결이 번져 있다. 한편에는 커다란 물줄기가 들판과 나란히 이어졌는데, 수면이 햇빛을 머금어 반짝거렸다.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이따금 수풀을 스치는 바람 소리나 새...
소저는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다. 한 번은 의안공을 부르기도 했지만, 적의 수괴가 잡혔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가쁜 숨을 할딱였다. 그 숨결에 섞인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내… 소임…, 다…한… 거ㅈ…?’ 그 한마디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소저는 다 놓은 듯 혼절해 버렸고, 그 뒤로는 줄곧 이 상태다. 그나마 절절 끓던 열은 조금 내렸으나 그도 불안했다. 그대...
고모는 궐로 가는 대신 기와집이 밀집한 가도에서 진군을 멈추었다. 그러고 앞뒤에는 보병이, 가운데에는 궁병이 자리 잡도록 했다, 양 옆이 기와집들이니 적군이 한꺼번에 공격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또 한편으로는 깃발을 찢어 밧줄을 만들게 하더니 그걸로 가도 어귀를 가로막았다. 적 기병의 돌격을 늦추기 위한 조치란다. 잘 될까. 고모가 일러 준 전황을 곱씹을수...
군세가 바삐 움직였다. 방향은 아마 대궐 쪽인 듯하다. 어쨌건 적의 기척은 상당히 멀어졌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아진은 소저를 바짝 따르며 그 동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힘에 부치는 티가 역력한데도 말을 모는 것이 조마조마했다. 저 위태로운 기를 내버려 둬도 괜찮을 것인가. 내 불안보다는 소저의 뜻이 중하다고 스스로를 다잡아 보지만, 이 상황이 잘된 것...
몽롱하다. 귀청을 찢는 소리가 난 듯도 하고, 앉은 자리가 꺼진 듯도 하다. 그런데도 무언가가 붙들어 주는 것 같다. 가슴이 타드는 통증도 흐릿해져 간다. 숨 쉬기가 편해지자 누군가 목덜미를 짚은 게 느껴졌다. 시야도 차츰 선명해졌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그를 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주 소협!!” 그의 등에 화살이 여럿 박혀 있었다. 그런데도 그...
서향이 가고 오래지 않아 일대가 수선스러워졌다. 적군이 몰려온 모양이다. 전 부장이라 불린 장수가 소란을 압도할 기세로 호령을 내질렀다. “물러서지 마라! 퇴로를 확보하라!” 뒤이어 두어 군데서 똑같이 외치더니 북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창칼 부딪는 소리와 화살이 바람 가르는 소리까지 뒤섞여 북소리가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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