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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망한 이유. 수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인스타 릴스와 유튜브 쇼츠의 시대에 걸맞지 않은 지루한 경기 시간이라는 것도 높으신 분들 의견 중 하나였다. 그 경기 시간을 줄여 보겠다고 연장전 대신 승부치기 룰을 만들고, 투수들이 탈탈 털려 경기가 끝나지 않는 불상사를 방지하고자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절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보는 사...
"나 취업했어." "...어디에?" "구단 통역사." "잠깐. 퇴사는 언제 했는데!?" "어제." "...그거 그래도 되나?" 아니 그리고 형은 무슨 그런 말을 야구장에서 해? 정인이 남자친구의 느닷없는 취업, 그리고 퇴사 통보에 턱을 떨구든 말든 응원단 앰프 소리는 귀를 찢었다. 사람들의 노랫소리도 귀를 찢었다. 3S 정책에서 시작된 프로리그인 만큼 야구...
피아노를 수시로 쳤다. 눈알이 빠지도록 악보를 쳐다보고, 익히고, 외우고, 다음엔 연습했다. 하는 척했다. 무언가에 골몰하다 보면 해야 할 생각도 안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를 쳐야만 했다. 공부보다도 훨씬 효과가 좋았다. 뿐만 아니라 지성과 민호, 승민에게도 좋은 핑계가 되었다. 열과 성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던 보컬 신입이 하루 아침에 흥미 떼고 손 ...
09. 그럼 그런 검사는 진짜 없는 거죠? 당연하지. 상식적으로 그런 검사 같은 게 세상에 어디 있어. 꽉 닫힌 대답이었다. 그런 건 없다는 승민의 강조에 정인은 다시 맥주를 한 모금 꿀꺽 마신다. 승민은 정인을 안심시키면서도 여전히 분노가 치밀었다. 진짜 그런 검사 같은 게 있느냐고 승민에게 반문했던 정인은 내내 울 것 같은 얼굴이었으므로. 맞선 상대에 ...
홈런 타자들은 그런 말을 한다. 홈런이 될 공은 티가 난다고. 그 조그만 공이 수박만하게 보이고, 거기 배트를 툭 갖다 대면 담장을 넘긴다고 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린데? 공 보고 공 치고, 공이 평소보다 커다래 보이면 때려 넘겨버리라는 말을 똑딱똑딱 열심히 뛰어서 출루하는 삶을 살아온 정인이 이해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양정인. 25세. 공군 병장 만...
"서울 언제 올라 올 거니?"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귀한 아들 온다고 상 다리 부러지게 차려둔 진수성찬이 거북했다. 지구 반대편에선 홍수에 가뭄에 매년 난리가 난다는데 육해공을 다 쓸어 모아 3인 가족 식탁 위에 올려야 할 필요가 있나. 승민은 비록 정인에게 와규밀푀유나베 따위를 끓여 대접하긴 했으나 가리는 거 없이 대충 잘 먹는 사람이었다. 배가 고프면 ...
포스타입의 1호 앰배서더를 소개합니다!
김승민 x 양정인 1.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고 더 바쁘게 지냈다. 새로 알바하는 카페에서 알려주신 레시피는 외우면 까먹고 다시 외우면 또 까먹었다. 축제다 뭐다 하며 다른 애들이 술마시러 다니는 동안 도서관에서 근로 하거나 카페에서 알바하고 과제하는게 다인 일상을 보냈다. 가끔 학교에서 마주치는 김승민이랑은 눈인사 정도 하는 사이는 됐다. 팀플 끝나고 같이...
나랑 연애하자. 정인이 '정인이' 혹은 '정인아' 라는 말을 승민을 입을 통해 생애 처음 들은 것처럼, 승민도 '연애하자' 라는 말은 정인을 통해 처음 들었다. 여태껏 승민이 고백을 받거나 또는 고백을 할 때 사용됐던 표현은 늘 변화구였다. 우리 만날까요. 아니면,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종으로도 떨어지고 횡으로도 휘고. 국문과 학사와 영문과 수료라는 더블...
"형이 살 안 찌는 이유 알 것 같다." "우리 엄마도 모르는데 정인이 대단하네." "엄마가 알면 큰일 나지." "왜?" "내랑 맨날 이런 짓 해서 그런 거니까요." 맨날이라기엔 오늘이 세번째인데. 승민은 억울했다. 정인은 숫제 저를 색욕에 눈이 먼 짐승 취급했다. 아무래도 처음 잤던 그 날 때문에 사람을 매도하는 듯 한데, 정인의 말처럼 하룻밤에 열두번 ...
군대같은거x 인생이란 모름지기 한 번쯤은 뜨거워야 하는 게 아니던가. 설령 몸 얼리는 냉골에서 정신을 잃고 착각하는 것이라 해도. 정인은 늘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했다. 딱히 눈에 튀지 않았다. 주목받는 일은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난하고 평범한 게 좋은 거겠거니 하며 살았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했다. 나고 자란...
본명 김승민. (양정인 한정) 별명 1루좌. 정확히 말하자면 사직 1루좌. 그는 유명인사였다. 111구역부터 114구역까지 상하좌우 연골 갈리도록 오르내렸던 맥주보이 양정인 뿐 아니라 정인의 동료들에게도. 티켓부스 직원에게도. 사실 방송사 카메라맨에게도. 중계에 하도 많이 잡힌 탓에 오만 커뮤니티 유저들에게까지. 그렇다면 왜. 서울특별시 청담동 출신 김승민...
야구는 경기 시간이 정해진 스포츠가 아니다. 세 번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한 이닝이 마무리되며, 그렇게 17번, 또는 18번, 혹은 그 이상의 이닝을 끝내야 경기도 막을 내린다. 하지만... 섹스는 야구가 아닌데. 정인은 멍하니 생각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박 2일 연장전. 팬 여러분 포기하지 마시라. 안타, 쌔리라, 뛰어라를 외쳐도 이보다는 덜 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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