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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장의 눈은 살쾡이요, 귀는 박쥐가 되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강령의 장터는 도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떠도는 나그네라면 고향과 다르지 않은 광경에 적이 위로를 받으련만, 이런 곳에서 보면 단박에 구별될 이를 찾는 사람으로선 여간 고충이 아니었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어하 연놈이 요래배도 정승판사의 자제요 팔도강산 자제마다하구 돈 한 푼에 ...
거간꾼들이 묵었던 방은 흡사 도적떼가 훑고 간 뒤였다. 이불이며 지필묵은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었고, 해가 중천에 뜬 시간임에도 지독한 술내가 진동하였다. 태웅은 작게 한숨지으며 조금 전 채자의 주막에서 가져온 도포를 뒤적거렸다. 다 구겨지고 문드러진 종이 뭉텅이 끄집어 나온다. 거간꾼들을 통해 한양에 있을 호장에게 보내려던 서찰이었다. 다짜고짜 바다에 빠져...
하늘은 어둠으로 물들고, 지질리는 침묵이 아교풀처럼 엉기어갔다. 숨 쉴 구멍일랑 모두 틀어막고 목줄을 죄는 듯한 침묵이었다. 누구라도 그 적막을 깨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아비규환의 초열지옥으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 위태롭게 흘렀다. “나는 잘 지냈소. 그대의 안색도 더욱 온후해지셨구려.” “마마를 뵈올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좋아 보이셨다니...
대협은 가까스로 포구 근처의 갯바위를 잡았다. 올라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쑤욱 빠지고, 엎어져 코를 박았다. 시원한 모래가 뺨에 추졌다. 겨우 고개를 돌린 곳엔 태웅이 널브러져 있었다. 입수하자마자 온몸이 미역처럼 풀어지는 그의 모가지를 팔에 달고, 얼마나 정신없이 헤엄쳐 왔는지 모른다. “나으리...” 대협은 엉금엉금 기어가 태웅을 흔들었다. “나으리......
※ 오피셜로 나오지 않은 설정을 임의로 넣었습니다. 보실 때 참고해 주세요. 라디오에서는 오늘 첫눈이 내릴 거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라디오 진행자들은 첫눈이라는 말만으로도 설레는지 굉장히 들뜬 목소리였다. 센도는 잠이 덜 깬 채로 눈을 지그시 감고, 호들갑스러운 두 DJ의 대화를 들었다. 첫눈의 의미를 거창하게 얘기하던 둘의 대화는 순식간에 십수 년 ...
간단한 배경 설명 나 : 9N년생, 오타쿠, 오타쿠라서 일본어 할줄 암(주변에 말할땐 아빠영향으루 할줄알다고 구라침) 가족 구성원 : 보험 설계사 엄마, 남동생, 아빠(중3때 돌아
비가 오려는가, 밤하늘의 별이 눅눅하다. 모깃불 연기는 마지막 숨을 뱉듯 어설픈 구름을 만들고, 그것에 가리워진 하늘 복판으로 흐르는 은하수가 더욱 아득해 보인다. 그나마 소적봉의 어둠만이 도렷한 밤, 수풀 어드메에서 들려오는 쏙독새 울음소리가 쏙독, 쏙독 검은 능선을 썰어낸다. 대선은 마른기침을 하며 방을 빠져나왔다. 모깃불도 갈고, 측간에도 다녀올 참이...
"그거 알아? " 앞뒤 다 끊어먹은 말에 미야기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센도는 다른 시공간에 있는 사람처럼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감정에 잠긴 표정이었다. 저 혼자 여유롭고, 평온한 센도는 무지막지하게 어른스러워 보였다. 거기다가 매꼬롬한 게 꽤 잘생기기까지 했다. 미야기는 요즘 그런 센도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짜증이 치밀었다. 아마도 그 여...
“옜소.” 새미는 밥그릇을 내밀었다. 아직 식지 않은 국물의 표면으로 연기가 제법 올라온다. “네가 웬일이네? 맨날 제일 꼬래비로 들오더니.” 묘정이 냉큼 받아들며 빈정거린다. 묘정은 왕초의 마누라로, 왕초가 거지패의 ‘아바이’인 까닭에 그네는 당연히 ‘오마니’다. 태웅이 짐작한 것 중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다. “기러니 내 뭐랬네. 싹싹 빌어라 싹싹...
※ 대협과 태섭이 사귀게 된 이후, 3학년 여름을 배경으로 합니다. 뭐든 하나는 태워버리겠다고 각오라도 한 듯 태양이 매섭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샤워장에서 씻고 나온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교복 셔츠가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곧장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하필 대협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날이라 태섭은 최대한 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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