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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덥다. 이제 정말 여름인지 다섯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공기는 뜨겁다. 택시 안에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뜨거워 땀이 송글 맺혔다. 이 곳에서 일한지 벌써 2년째지만, 택시를 타고 배달가는 일은 2년만에 처음이다. 아, 정말 가기싫다. 배달지는 이 구역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한, 이름만 말해도 다들 아는 그런 곳 ...
5. 잔뜩 날이 선 니노미야의 말에 냅다 열쇠를 뺏어들고 건물을 나섰다. 그 얼굴을 보고있으면 이때까지 힘들었던 일들이 죄다 사라져 버릴것 같은 기분이라 먼저 눈을 피한게 벌써 몇번째더라. 원래성격이 다정다감하지 못하고 하는말마다 밉게 틱틱 내뱉는 니노미야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쿠라이여서 지금 자신을 향한 니노미야의 날카로운 말이 밉지만, 밉지 않다...
4. 꼭 다문 입술 사이로 사쿠라이의 혀가 비집고 들어오는걸 느낀 순간 니노미야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있는 힘껏 밀어냈다. 사쿠라이의 발이 한걸음 뒤로 밀려났고 니노미야는 손등으로 입술을 벅벅 문질렀다. 잠시동안 느껴지던 사쿠라이의 쿨워터 향기가 사라지자 왠지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무런 말 없이 그자리에 선채로 자신을 바라보고있을 사쿠라이의 그 까만 눈동자...
3. 니노미야를 내려주고 그가 올라간 건물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그를 다시 만난 순간 니노미야 못지않게 본인도 무척이나 당황했던게 생각이 났다. 이런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건물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지은지 꽤 오래됐는지 군데군데 금이 간 틈으로 담쟁이들이 자라나와 있었다. 자신을 마주하던 순간 심하게 흔들리던 그 동...
2. 기말고사가 시작 될 무렵엔 비가 왔었다. 아마도 장마의 끝과 태풍의 중간쯤에 걸쳐졌던것 같은데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학교, 집, 학교, 집만 반복했었다. 시험기간엔 자율학습을 빼고는 별다른 추가 수업도 특별활동도 제외되기 때문에 하교 후의 시간이 평소보다 길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겨우 중간자리를 유지한 니노미야와는 달리 사쿠라이는 학급 1등 자리를...
1. 해가 많이 길어져서, 저녁 일곱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여름의 입구에 들어선 계절의 바람은 후덥지근하다. 자전거 앞쪽에 달린 바구니의 양 옆으로 반듯하게 다려진 세탁물들이 미지근한 바람에 흔들거린다. 요즘 거리에 종종 나오는 아이돌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아 그 때 쟈니스에 들어갔었으면 지금쯤 저 삐까번쩍한 무대에선 내가 춤 추고...
여기서 둘다 남자로 그렸지만, 여성용 포르노 19금 만화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은상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까진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은상이 옆 좌석에 들고온 옷가지를 집어던지고는 어디야, 한마디하자 차준호가 말했다. 아니, 안와도 돼. 나 이제 너한테 민폐끼치기 싫, 준호야. .... 어디냐고, .... 지금 옛날 감정 들먹이면서 신경쓸 때 아닌거 알잖아, 어디야. 차준호가 그제서야 나 코벤트 가든 광장.. 하자마자 뚝...
이석민은 단순했다. 내가 웃으면 같이 따라 웃었고, 내가 슬프면 같이 따라 슬퍼해주었다. 누가 말하기를 공감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했다. 근데 내가 보기엔 그냥 단순했었다. 이 이석민은 얼마나 단순하냐면 단지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이유로 죽을듯이 공부를 하다 한학년 위인 나와 함께 조기졸업을 같이 했으며, 내가 가고 싶은 과가 본인과 같다며 아무 준비없이 나...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다. 기억이라 부를 만한것이 시작된 나이부터, 2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든 지금까지 주욱. 꿈은 모두 꾸는거니까, 다른 이들도 자신과 같다 생각했다. 해몽, 꿈풀이 이런 단어를 처음 접했을때 내색은 안했지만 적잖게 놀랐다. 매일 다른 꿈을 꾼다고 했다. 용사도 됐다가, 마녀도 됐다가, 떨어도 졌다가, 잡아도 먹혔다가 그렇게 다양하게 변...
세달 정도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밤은 달라졌다. 당연하게도 밤의 길이가 짧아져가는 건 이은상이였다. 사실, 억지로 짧아지게 만든거였지만, 차준호보다 공부에,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 노력하자 사랑을 신경쓸 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감정없이 보내고있던 와중에, 이은상의 어머니가 전화가 와선 말했다. 은상아, 런던 유학 준비 잘 되어가? ...
헤어진 지 1년이 흘렀다. 네가 그렇게나 가고싶어하던 런던에 와서 하는게 네 생각이라는 게 허탈했다. 괜히 헛헛한 마음에 벤치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다 몇 모금 남지 않은 맥주캔을 약간 구기고는 일어섰다. 유난히 긴 여름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짜증나리만치 예쁘게 수놓아 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사랑의 마침표를 찍으러 온 런던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
오늘은 날이 좋았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라든지, 하얀 병원식 침대가에 묻어나는 어색지 않은 따뜻함이라든지, 이불 시트의 답답하지 않은 온기 따위가 판틴이 이 날씨를 온전히 또 순수히 사랑하게끔 돕고 있었다. 병원 로비의 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평안했고, 그 위를 혹은 속을 떠다니는 하얀 구름들은 부유와 같은 자유로움과 소속과 같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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