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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열이 폐기됐다. 정확히는 죽었다. 마음의 탄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말이다. 같은 곳에 멈춰서서 자길 버린 주인을 한없이 기다리던, 붉은 피 대신 탁한 오일이 흐르던, 심장 대신 순환 펌프가 고동치던, 그럼에도 하늘의 별을 꿈꾸던 기계는 제 잘못도 아닌 일로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래. 사라졌다. 백호는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당연했다. 살아...
2화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늘 둘이서 늦게까지 연습하다가 전철이 끊기기 직전에 후다닥 뛰어나오곤 했는데…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니 옆에 선 녀석의 체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전철역까지 뻗은 익숙한 거리는 꽤나 조용했고, 짙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하암~집에 일찍 가니까 이상하네…” 기지개를 켜며 대만이 하품을 한다. 최근에 좀 무리를...
ㅇ는 언뜻 보기에는 흠 하나가 없는 여성이었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용모에 다정다감하고 사려 깊은 마음씀씀이, 두뇌까지 명석했다. 조금 세상 물정 모르는 구석은 있었으나 그냥 금지옥엽 자랐기 때문이겠지, 하고 그런 점도 타인에게 단점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타인이랑 정도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점잖은 성격 탓도 있어,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인간은 그녀의 인생에...
태섭아, 여행 가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내뱉자, 너는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그 정도 반박은 할 줄 알았는데, 너는 읽던 잡지를 내려놓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물으니 너는 단순한 대답을 내놨다. 저도 가보고 싶었어요, 선배랑 여행. 그 말에 나는 너를 끌어안았고, 너는 작게 꿍얼거리기는 했지만 나를 밀어내지는...
바야흐로 21세기. 인류는 비약적 진보를 거듭해 왔다. 달에 깃발을 꽂고 심해를 탐사하는 등, 만물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세간의 보수적 시선이나 관념마저 철폐될 리 만무하다. 인류에게는 두 가지 성 개념이 있다. 신체적 성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 지어지는 것이 하나. 그리고 10대 초반 즈음부터 발현...
명헌이 짧게 숨을 내쉬고 호텔 로비에 걸려 있는 플랜카드를 바라보았다. '제 78회 산왕인의 밤'. 굵직하게 쓰여있는 글씨는 명헌이 20여년 전에 입었던 유니폼과 같은 글씨체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회장을 둘러보고 있자 "명헌이형!"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헌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 곳으로 향했다. 테이블에는 익숙한 멤버들이 둘러 서 있었다. 명헌이 ...
※공포요소, 불쾌 주의※
* 일본 만화 「슬램덩크」관련 연성입니다. 본 소설에 나오는 단체와 사건, 인물들은 모두 허구에 불과하며 실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프로농구 코트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순위 다툼 때문인지 격렬한 경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부상 예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원정 경기에서 부...
1 우리 관계 농구부에는 비밀로 하자. 정식으로 사귄 지 이틀째, 극구 거절해도 황태산이 데려다준다고 해서 같이 집 가던 길에서 안영수가 비장하게 한 말이다. 거리에 행인들 있다는 이유로 손은 못 잡고 옆에 딱 붙어서 연애 극 초기답게 조금 어색하고 묘하게 침이 마르는 긴장된 무드였다. 하지만 둘 다 그 어색함이 싫지만은 않아 조금은 분위기 좋을지도... ...
- 드럽게 맑은 하늘과 드럽게 상쾌한 공기를 듬뿍 들이마시며 매점 안으로 들어가...야 했을 터였다. ...여기가 분명 매점이어야 하는데? 보통 이 근처에 있지 않나? 매점? “...여기가 어디지?” 고작 전학 2일차에 길치 속성까지 보유한 자신의 무얼 믿은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에 꽉 차 걸어왔더니 앞에 보이는 건물에서 뭔가 끽끽 탕탕하는 소...
[이쪽으로- ] 뇌 CT먼저 촬영하고 그다음 X레이 촬영이 이어졌다. 아직 대만의 부모님이 오시는 중이라 태섭이 모든 과정을 따라다니며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다.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대만의 축 처진 팔과 다리를 볼 때마다 초조함에 손바닥에 땀이 났다. [환자 이쪽 침상으로 옮길게요] 어느덧 검사를 모두 마친 대만이 응급실 침대로 다시 돌아왔다. 응급...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눴던 날도, 마지막 날에도 그 애는 울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분홍 꽃잎이 팔랑거리던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던 나를 붙잡은 수학 선생님이 정우성이라는 애한테 말 좀 전해달라고 부탁해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때 내가 아는 정우성은 운동부 녀석들이 으레 그러하듯 체육 시간과 점심시간이 아니면 매일 책상에 엎...
명헌은 미국 원정훈련을 달가워 하는 쪽이 아니었다. 같은 고등학생임에도 현지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자신들과는 2-30cm의 신장 차를 가지고 있었으며, 저희들과 비교도 안 되게 풍족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다. 산왕공고 또한 국내에서는 농구 초명문학교에 해당하여 협찬이 예사로 들어오고 농구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일이 관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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