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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비디오 15화에서 마지막 다같이 밥 먹던 장면의 도영이를 상상하며 읽어주세요)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크게 달라지는 것이 하나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사람의 말투, 행동, 표정, 피부, 체취... 모든 게 다 ... 야해보였다. 온에어H 재현은 지금 대본을 열심히 읽고 있는 도영을 훔쳐보고 있었디. 오늘 소아 사시에 대한 증상, 치료 방법, 수...
ZIGZAG ORBIT 만루 씀 말도 안 돼. 모든 게 말이 안 됐다. 방으로 뛰어가는 재현의 얼굴은 혼란 그 자체였다. 얼마를 뛰어다녔는지 긴 팔의 티셔츠는 등이 모두 땀에 젖어 짙은 색의 얼룩을 만들었다. 급하게 뛰쳐나간 탓에 문이 제대로 닫혀있지도 않았다. 방 안으로 들어온 재현은 미친 듯이 책상 앞으로 갔다. 책상 위에 엎어져 있던 액자를 뒤집는 손...
ZIGZAG ORBIT 만루 씀 성난 발소리가 복도를 가득 울렸다. 잘 닦인 갈색의 구두는 주인의 날 선 걸음에 바닥과 빠르고 강하게 마찰했다. 긴 다리가 성큼성큼 복도를 가로질렀고 구두 굽 소리가 요란하게 뒤따랐다. 남자의 얼굴은 복잡했다. 근심이 어려있기도 했고 잔뜩 화가 나 있기도 했다. 빠른 걸음걸이에 거추장스러운 앞머리가 눈가를 간질였고 신경질적인...
연애가 원래 이렇게 쉽게 시작되는 거였나? 기름이 뿌려진 땅에 던져진 성냥개비처럼, 불이 번지듯 시작된 연애였다. 밤새 설렘으로 격하게 뒤척이던 재현은 아침이 밝아오자 이 갑작스런 연애가 스멀스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근데 뭐, 상관없지 않아요? 꼭 상대를 다 안 다음에 사귀어야 하나? 서로 좋아하고, 마음 확인 했고, 그럼 만나면서 차차 알아 가면 되...
키스를 하고 나면 녹은 알약의 껍질 맛을 알 수 있었다. 깊게 넣어둔 것들이 기도인지 식도인지 모를 구멍을 비집고 역류하려 할 때마다 이태용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목으로 숨을 쉬었다. 납작하게 다물린 얇은 입매를 쓰다듬는 정재현의 손길은 다정하고 차가웠다. 저보다 조금 낮은 체온은 언제나 소름이 돋는 종류로 재현은 하얗고 부드러웠지만 아이스크림처럼 달고 차...
재현은 자신의 정체성을 대학교 3학년 때 깨달았다. 그 전까지 재현은 주위의 많은 친구들처럼 그런 것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여자 친구를 만나곤 했다. 하지만 쉽게 흥미를 잃었고,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단지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정도로 넘겨왔다. 대학교 시절 속해있던 영상 제작 동아리의 동갑내기 입부 동기는 재현의 마지막 연애 상대...
간단한 배경 설명 나 : 9N년생, 오타쿠, 오타쿠라서 일본어 할줄 암(주변에 말할땐 아빠영향으루 할줄알다고 구라침) 가족 구성원 : 보험 설계사 엄마, 남동생, 아빠(중3때 돌아
종교가 가벼운 잡담거리가 될 수 있을 만한 주제인가? 재현은 교회니 절이니 하는 단어들이 어지럽게 떠다니는 학생회관 식당 구석의 원형 테이블에서 문득 어릴 적에 봤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떠올렸다.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동물 캐릭터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누군가가 자기는 크리스마스 대신 하누카를 챙긴다고 말하면서 아홉 개의 촛불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각자의...
“형, 시원하게 모닝 커피~” “...” 웃기만 하면 눈이 사라지는 제노가 평소보다 더 눈을 휘어가며 아이스커피를 건넸다. 재현은 그런 제노를 지그시 노려볼 뿐이었다. 제노는 머쓱한 듯 하하 웃으며 본인 목을 긁적였다. “어제 아주 잘 자더라 너.” 눈을 가늘게 뜨고 제노를 한참 노려본 재현이 커피를 받아들며 눈을 풀었다. 제노가 냉큼 재현의 옆으로 앉아 ...
웨이터들에게 마담이 일찍 출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이었다. 평소라면 선수들이 테이블 주변에 빙 둘러앉아 전날의 수입을 다 정산하고도 시간이 남아 판돈을 걸고 카드게임을 하고 있을 때에야 느지막이 나타나던 형의 얼굴을 웬일로 일찍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들떠 향수를 뿌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마담의 사무실로 향한 복도를 걸었다. 분...
정누나의 방은 습하다. <바닥에 침 발라 놓은 것 같다.> 나는 아무 데나 드러누우며 말했다. 발끝에 다 먹은 짜장면 그릇이 채였다. “웬만하면 이 집 짜장면 먹지 마. 맛 없어.” 정누나는 여전히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대답이 없을 걸 알면서 지껄이면 아주 멍청한 기분이 되지만, 이상하게 지껄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정누나의 몸에 팽...
선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오픈 시간 직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산을 마치고 테이블 위에 막 판을 벌려 놓았을 때 쿵쿵, 계단을 내려오는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선수들은 그 발소리가 익숙했다. 서둘러 판을 정리한 뒤 주노 형은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렉스 형은 술을 준비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맡은 역할이 없었으니 형들이 ...
“두 개 가져오자고 했잖아.” 주노는 우산 손잡이를 쥔 채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알렉스는 팔짱을 끼고는 부러 시선을 저 너머로 주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본 알렉스는 티비로 보았던 일기예보를 떠올렸다. 비 온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소리로 중얼거렸으나 용케 단어를 캐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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