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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떠난 치앙마이 한달살기. 말도 안되는 '그 일'이 나에게 찾아왔다. 1화 끝.
“무슨 증인을,” 눈살을 찌푸리는 르유 앞에 라비가 나타났다. “크래프트의 황태자가 증인이라.” “네. 라비는 베네치아와 한 팀이에요. 마만이 베네치아의 선생님 노릇을 충실히 했다는 걸 말해줄 겁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르유는 밖에서 대기 중인 마법사를 시켜서,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 라비와 아나스타샤가 자리를 잡자, 베네치아의 변명이 시작되었다. 그...
인형처럼 멈춰있던 로라가 입술을 움직였다.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라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그렇지만 그 말을 지킨 탓에 요미에의 꿍꿍이속을 늦게 알아챘죠. 선생님은, 아니지.” 로라는 실없이 웃었다. “너는 내 병실에 찾아와, 무작정 너를 믿으라고 했지만, 내가 널 믿을 이유는 없었어. 처음 우리가 같은 지붕 아래서 머물던 밤, 잠이 오지 않아서, 네...
르유가 묵언으로 일관하는 베네치아에게 누가 옳냐고 다그치자, 베네치아가 돌연 하품을 했다. “이야기가 지루해서, 중간부터 뜬눈으로 잤어. 들을 만큼 들어줬으니까, 내 질문에 대답해줘. 선생님은 어디 있어?” “마만은 죄를 지은 대가로 지하에 있어.” “선생님이 뭔 짓을 했는데.” “무슨 짓을 해야,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건 아니야. 과거의 내가 당했던 ...
지독한 피비린내. 그러나 베사핫은 코를 틀어막는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앞의 덩치 큰 여자를 노려본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븰로의 시체를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가지고 놀던 쉐로가, 이내 질려 버렸는지 시체를 휙 집어던지곤 다시 베사핫을 바라본다. 그 웃음에 악의라곤 없어서 베사핫을 더욱더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두 번 세 번 봐도 재미라곤 없...
재클린은 여전히 불 꺼진 원장실에서 마루의 사진을 움켜쥔 채로 꿇어앉아 있었다. “왜 그런 건방진 짓을, 왜.” 재클린은 토반이라는 이름 너머에 있는 코카의 이름과 그 이름을 짊어졌는데도 제멋대로 행동한 그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인류의 희망이자, 어머니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지팡이를 잃어버리다니. 과연 정의로운 로라가 진실을 알고 나서, 자신을 용서할까? ...
아기. 새로운 생명. 세상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존재. 오래된 넝마 조각처럼 생명력을 잃은 어머니별에서도 생명은 태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모든 생명은, 각자 생태계의 방식대로 존중받는다. 저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중받는 와중에, 유독 그 느낌이 다른 방식이 하나 있다. 사막 생태계의 방식이다. 사막의 두 번째 지성, 사막인 들은 이...
감사합니다.
여름, 폭풍우가 쏟아지던 옛적 그날, 얼굴이 같은 두 여자가 추락한 사고 현장에 천사가 있었다. 천사는 뒤집힌 차로 다가가며, 사람처럼 이를 갈았다. “감히 실패하다니.” 천사는 신경질적으로 지팡이를 든 손을 내려, 땅을 두드렸다. 차 밖으로 뻗어 나온 사람의 팔은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마루.” 천사는 생애 처음으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 팔이 가...
같은 글귀를 곱씹던 로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면 르유 씨는 베네치아와,” 로라는 마저 추리하지 못하고, 손끝으로 입술을 덮었다. “하지만 누굴 되살리려는 거지?” 로라는 마루를 살리려고 애쓰는 르유를 상상할 수 없었다. 차가운 르유의 얼굴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열기와 어울리지 않았고, 애당초 로라는 마루의 얼굴을 몰라서 르유와 마루를 나란히 머릿속에...
재클린이 상자에서 내려오며,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변했다. “예전에 잃어버린 기억 속에 내가 있을 것 같다고 했잖아. 지금도 그래?” 재클린은 목을 구부려서, 로라에게 얼굴을 보였다. 전구가 빠진 등 아래서 로라는 재클린의 얼굴을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으나, 곧 쌀쌀맞은 어투로 말했다. “저는 그럴 것 같다고 했지만, 선생님이 제 착각이라고 하셨어요.” “그...
재클린이 디딘 상자는 속이 비어 있었기에 고양이 몸무게조차 받쳐주지 못했다. 움푹 상자 윗면을 꺼트리면서 추락한 재클린을 찾아, 뒤이어 고개를 돌린 로라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리가 났는데.” 로라는 머리부터 통으로 짜인 수도사 옷을 뒤집어쓰고 나서, 다시 비명이 들린 쪽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찌그러진 상자를 수상쩍게 여기며, 한 걸음씩 다가오는 로라 ...
"오늘 사냥은 시시하군, 새로운 사냥감은 없나?" "사냥은 말이지 그저 한쪽은 사냥을 당하고 한쪽을 사냥을 하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사냥감의 식성, 서식지, 주된 출몰지역, 사냥감의 동선과 지역의 특성까지 모든것을 고려해야하지. 이건 전쟁도 마찬가지다." "조제 H 아드레온, 아드레온가의 가주이자 네녀석을 사냥 할 사냥꾼의 이...
눈앞에 하늘이 보였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광활한 하늘이 그리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듯한 나무들이 보였다. 잠시 생각했다. 난 지금 알 수 없는 숲에 누워 있구나.. 정신이 멍했다. 그렇게 몇 분간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허억..!" 순간적으로 설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과자의 집으로 향했다. 쿵 "악!"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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