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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읽고 있어?" 태형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국은 고개를 끄덕이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별 대단한 건 없는데." "그래도 정독해. 공부가 원래 그런 거야." 태형은 노곤노곤해져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정국이 '공부 잘해?' 물어서 태형은 '공부를 왜 해'하고 대답했다. 한 번도 들른 적 없던 대학가의 대형 서점에서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진지...
*범봉 수시 원서를 쓰는 시점부터 재현은 자신과 다른 공간에서 야자시간을 보냈다. 사실, 봉재현만 특별하다기보다는 학교에서 대충 전교 순위권 위쪽에 드는 애들을 모아두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기는 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과외선생님이 되어버린 봉재현은 주말이면 꼭 자신의 집으로 들렀다. 자고 가라고 해도 꼬박꼬박 돌아가는 재현이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범봉 132회 금동고등학교 체육대회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자그마한 폭죽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가고 첫 순서가 발표되었다. 체육대회는 원래 준비하는 기간이 제일 재밌는데. 머리에 흰색의 헤어밴드를 두른 재현이 기지개를 쭉 폈다. 각 학년의 1반과 2반은 청팀, 3반과 4반은 백팀이었다. 운동에 소질이 없는 ...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골목을 메웠다. 바람이 선선한 게 이제 여름도 끝이구나 싶었다. 태형은 원체 별로 생각이란 걸 안 하는 인간이라 거의 모든 행동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었다. 절제는 주위 사람들이 대신해줬다. 그 덕에 아직 중범죄 수준의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리라. 태형은 그 점을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여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문영은 가출한 엄마를 찾기 위해 캠코더를 들고 사람들의 얼굴을 찍는다. 요즘 사람들의 시선에선 그것이 '도촬'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캠코더를 든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냥 비판만 할 수 없을것 같기도 하다. 문영이 녹화한 비디오를 일본에 사는 친척에게 보내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비슷한 얼굴을 찾는 방식으로 엄마를 찾는데, 현실적으...
작품 설명(해석) 원작이 여러 버전이 있는 만큼 주인공이 처음에 빨간구두를 접하게 되는 계기도 매우 다양한데, 그 중 공주가 행차하며 신고 있던 구두에 주인공이 눈독을 들이는 전개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세계를 방랑하며 선행을 쌓는 사제는 이번에도 어느 세계에 도달했다. 이 세계의 인물인 아퀼라와 동거를 하면서 세계의 문화와 정보들을 받아들인 데츠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호위를 위한 외출을 준비하던 아퀼라에게 혼자 돌아다녀 보겠다며 말을 나누곤 그를 배웅한 뒤 마을을 돌아다녔다. 며칠을 혼자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이들을 도와...
고등학생때는 날 바라보며 웃는 김독자가 좋았다. 내가 말을 모질게해도 곁에 계속 곁에 있는 김독자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연인 상태가 되었고, 연애 초반까지는 김독자가 좋았다. 김독자 없이는 살수 없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던걸까. 연애가 시작된지 2년이 될 무렵에 김독자에 대한 흥미가 없어졌고 김독자가 날 바라보며 웃어주는게 너무나도 당연...
우리는 장장 5년동안 연애를 이어온 커플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 길고 길었던 연애를 끝내려고 한다. 19, 고3때 같은 반에서 유중혁을 만났고 말은 거칠고 모질게 해도 은근슬쩍 챙겨주는 유중혁이 좋았다. 그래서 유중혁이 나에게 아무리 말을 거칠게해도 곁에서 은근슬쩍 챙겨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기에 유중혁을 계속 좋아했고 따라다녔다. 유중혁은 그런 날 ...
* 범봉* 봉른합작에 제출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그날은 아주 덥고 습하고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여름의 중간이었다. 동네 아저씨들과 놀러 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간 아버지 때문에 가게 관리는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넘어왔고 요즘 같은 시대에 수기로 정리된 장부는 누가 얼만큼 연체했느냐도 애매할 정도였다. 아, 진짜 아부지 글씨나 똑바로 쫌 쓰지. 이래서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프레이드 가이드. 재생하고 목소리 들으면서 진짜로 눈물 났다. 말로 설명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는데. 그냥 너무 사랑하고, 너무 고맙고, 평생 이 사람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 또 이렇게 평.마 선언해요) 계속계속 반복해서 듣는데, 멤버들이 왜 이 노래를 솔로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지, 왜 그렇게 좋다고...
정처 없이 밤거리를 걸었다. 넥타이까지 확 조여 맨 정석 그대로의 교복 차림도 네온사인 범벅의 담배냄새 사이에선 특별한 게 아닌 듯했다. 어딘가에서 동떨어져 버리게 된 사람처럼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몸이 작은 진동에 흠칫 놀란다. 씨발. 재현은 바지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며 한참을 망설였다. 누구에게서 온 연락일까. 머릿속엔 엉망진창의 도미노가 밀려 걷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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