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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시간 이상한 기분이었다. 민현의 미칠 듯이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소유욕 같은 들끓는 감정들이 어느 순간 차분해 지며 가라앉았다. 자신의 기분은 이렇게 종잡을 수 없지만, 마주 잡은 손만은 너무나도 단순 명료했다. 그러니까 자신을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이 사람이 어쨌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옆에 자신만의 사람으로 있다는 것. 눈을 감고 입을 조금...
*리퀘글 - "우진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내가 올해 새로온 풋내기 선생이라서 그래? 아니면 내 담당과목이 체육이라서 그래? 제발 우진아 ㅠㅠ 벌써 이번 학기에만 3명째야. 그래. 혈기왕성한 나이라서 치고 박고 싸울 수도 있어. 나도 어렸을 때 그랬어. 그렇지만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때릴 필요는 없잖니. 걔네들 다 뼈가 부러졌어." 다니엘이 그렁...
10-1 범인은 이 안에 있음 (4) “이제 증거가 없는데?” 이청하의 기대와 달리 다니엘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미안해요. 거짓말이에요.”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지 이청하는 다니엘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었다. 다니엘이 성우형 하고 부르자 쌓여있던 테이블과 의자 더미 뒤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
(9-2, 4, 6파트 다소 구구절절함 주의) 9-1 저녁 시간을 약간 넘겨 지훈에게 전화를 건 다니엘의 목소리는 조금 들떠있었다. 약간 신이 난 듯도 했고, 약간 흥분한 듯도 한. “무슨 일 이에요? 기분 좋은 것 같은데?”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아!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진짜요?!” -응, 그래서 말인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그래서 청하 누...
8-1 “내가 필요하다며, 니가.” 지훈은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다니엘은 제 말이 끝나고도 지훈이 반응이 없자 곧 어쩔 줄 몰라 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입가가 제어가 안됐다. 이렇게 표정관리가 안되다니, 아이돌 실격이네. 하면서도 지훈은 실실 웃고 있었다. “횽아, 오늘...
형이랑은 조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내 이름을 듣고도 교환학생이냐고 묻지 않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덕분에 입학 면접부터 지겹게 반복했던 어쩐지 남 얘기 같은 자기소개를 그에게는 들려줄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멋 없는 일이다. 형은 그 멋 없는 과정을 생략하고 처음 보는 날 원래 알고 지내던 이처럼 대했다. 조장이었던 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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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니엘아…. 전화 받네? 안 받을 줄 알고…, 어…. “술 마셨어요?” -아니이……. 으응, 사실 조금….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은 거야…. 바다, 하면 부산…. 맞지 니엘아…, 하하 “...어딘데요.” -어, 내가 지금…. 저기, 이모님…, 여기가 정확히…, 수화기 너머로 잔뜩 웅얼거리는 음성이 들렸다. 술 냄새가 여기까지 확 끼치는 듯, 머리가 지...
7-1 심증과 정황 증거는 넘쳐 났지만 흉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신의 부검결과 독살로 판명 되었다.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 하고 있었다. 수거한 모든 식기와 잔여 음식물, 빈 병, 그 어느 곳에서도 독이 검출되지 않았다. 용의자 L대표는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었지만, 조사를 진행할수록 나오는 정황들은 L대표의 혐의에 더욱 무게를 싣게...
5-1 사건1 (7) 특별한 돌발 상황 없이 시간이 흘렀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드라마국 국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 동안 드라마 몇 개를 내리 죽 쑤다가 등장한 단비 같은 드라마였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아 국장은 오랜만에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었다. 문제는 국장이 아니라 그가 선물이랍시고 들고 온 샴페인이었다. 다른 음식물은 모두 ...
4-1 사건1 (4) 대충의 윤곽이 드러났다. 종이 몇 장에 누가 누굴 미워하고, 질투하고, 좋아하는지 이리저리 감정의 작대기들이 그어졌다. 기분이 조금 묘했다. “이거 무슨 드라마 등장인물 관계도 뭐 이런 것 같지 않아?”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중요한 일이지만 문서화된 그 감정들이 어쩐지 조금 현실감이 없었다. 지훈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참석자의 자리...
3-1 “내 마음속에 저, 장. 안녕하세요 박지훈입니다.” 오늘도 반짝 반짝 외모까지 열일 중인 아이돌 지훈이 손가락을 교차시켜 네모 모양을 만들며 눈을 찡긋했다. 하핳, 하고 웃은 다니엘이 내도 인사 뭐 하나 만들까? 하며 열심히 고심하는 사이 지성이 커피를 내왔다. 사건이 벌어질 날의 경호와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 의논할 것이 있어 찾아왔다고 했다. 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주요 배역 캐스팅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민현은 땀이 찬 손바닥을 옷자락에 닦았다. 옆에 선 다니엘 역시 긴장이 밀려드는지 자꾸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눈이 마주쳐 살짝 웃어보이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다니엘은 민현에게 꼭 그런 식이었다. 둘 다 같은 배역에 지원했었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무용수 누구든 한 번쯤은 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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