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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영국을 벗어나는 일정에 아직 어린 쌍둥이는 물론 레이첼까지 잔뜩 들떠서 여행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휴가까지 내고 팬텀하이브 저택을 방문한 앤은 언니가 장장 3주에 달하는 항해를 버틸 수 있을지 걱정했고, 의사로서든 가족으로서든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을 마지못해 내린 뒤에도 좀처럼 걱정을 거두지 못했다. 덕분에 승...
인간의 나약한 정신은 쉬이 비틀리고 왜곡된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인간은 그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살아갈 수 있다. 저택에 깨어 있는 이라곤 오직 저뿐인 늦은 밤-어쩌면 이른 새벽-에, 풀을 먹여 다린 희고 빳빳한 앞치마를 두르면서 세바스찬은 의심한다. 그녀가 진정으로 악마였던지. 인간은 나약하다. 꿈은 나약한 것들에 깃든다. 희, 로, 애, ...
그 메이드는 매일 아침, 홍차를 준비해서 서재로 향한다. 서늘한 새벽보다는 시커먼 밤하늘이 잘 어울리는, 악의 귀족이라 불리는 남자가 가벼운 차림으로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길지 않은 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메이드가 고개만 까닥여 묵례하고 찻주전자와 찻잔을 서재 한쪽의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만일 팬텀하이브 저택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택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용인부터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심부름꾼까지 모두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당연히 세바스찬 아니겠어요? 세바스찬 미카엘리스. 팬텀하이브 백작이 아직 빈센트 도련님으로 불리던 시절, 눈 내리는 들판에서 주워 왔다는 정체 불명의 메이드는 팬텀하이브 백작과 미드포드 후작...
빈센트 팬텀하이브, 11살의 겨울. 눈밭에서 만난 기묘한 여자아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의 둘째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 미래에서 왔습니다. 몸에 맞지도 않는 성인 남성의 집사복을 입고 질질 끌리는 남성화를 신은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세바스찬. 꼭 집사 같은 이름이었다. 세바스찬은 말수가 적었다. 과묵한 정도는 아니었다. 필요한 말은 아끼지 않았고, 장난도 곧...
첫 걸음을 내딛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팁
Y는 경성 바닥을 며칠씩 하릴없이 돌아다니면서,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머저리라고 생각했다. 이름이나 물어볼걸, 어디서 지내는지 물어나 볼걸, 대답이야 못 들었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을 텐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데, 이름 모르는 누가 Y를 불러 세웠다. “Y 형, 멈춰 보소.” 얼굴이 눈에 익기에 어련히 저를 아는 누구겠거니 하고 건성으로 웃...
Y가 경성에서 손꼽히는 부호의, 그러니까 일제의 앞잡이들 중에도 유난히 잇속이 밝고 동족 팔아넘기는 데 특출난 새끼의 아들이라는 건 경성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그리고 박남일은, 그게 이상했다. “아니, 보통은 이름이나 알지 얼굴까지 아냐고요. 지가 황자야 뭐야.” “Y 선생이 발이 좀 넓잖냐. 여기서도 선생한테 밥 한번 얻어먹은 인간만 헤면 열...
치부癡父는 오늘도 내지에서 온 무슨 사장인가를 만나러 집을 비웠다. Y는 부친이 외출할 때마다 그의 안녕을 속으로 점친다. 어제는 무사히 귀가했지만 오늘도 그럴 수 있을지, 오늘 무사히 귀가한다면 내일은 또 어떨지. 또 제가 바라는 것이 부친의 무탈한 귀가일지 갑작스러운 비보일지를 고민하다가, 늘 그렇듯 답이 나오지 않을 질문을 한편으로 치워 두고 산책을 ...
Y가 박남일과 처음 만난 때의 이야기를 해 보자. 폭우가 퍼붓는 저녁, 여느 때처럼 순사들의 동향을 살필 겸 적당히 눈속임을 할 겸 요릿집에 들러서 한량들과 어울리다 느지막이 귀가하던 Y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비 냄새 사이로 비릿한 냄새가 번지고 있고, 멀리서 순사들의 군홧발 소리가 가까워진다. 그는 우산을 쓴 채로 어둠 속을 꿰뚫어 볼 것처럼 한곳을 응...
트위터: @4gaeji 오픈채팅: https://open.kakao.com/o/st0zWdIf 안내 2차 창작이 허용되지 않는 작품, 원작을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공포· 고어· 수위 장르 외에도 개인 역량에 따라 작업이 반려될 수 있습니다. 모든 문의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글의 저작권은 창작자(지사개)에게 있습니다. 사전에 상의 되지 않은 모든 2차 가공 ...
3000자 :: 전체공개 타입 둘러보기: https://posty.pe/mc6ck1 아주 화가 난다. ㄱ은 안절부절 못하며 기지 안을 돌아다니다가 그럴 거면 훈련실로 내려가서 더미나 패고 있으라고 구박을 잔뜩 먹었다. 하지만 다소 정신 사납게 굴었던 건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지금 그의 심기를 잔뜩 뒤틀어놓은 건 선배의 잔소리가 아니었다. ―개 같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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