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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정한 타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질적인 욕망을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는 진부한 고백은 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할 거면 입을 맞출 때 깊게나 하라는 것이 당신의 주장이기 때문이다.어쩌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모를 만하다. 나 말 안 했어.그렇죠, 하는 당신을 올려 안으면 귀걸이...
슬픔을 꼭 이겨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가끔은 슬픔에 져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슬픔에 먹혀서는 안 되는 거야
네 머릿속에 들은 것은 무엇인가. 팔랑이는 나비를 잡아 펼쳐 보일 수 있는가. 문드러진 그 속을 단단히 감출 수 있는가. 네 그 갖잖은 잣대가 확실하다 믿는가. 모든 것은 껍데기, 그저 껍데기일 뿐. 웅장히 세워진 그 벽은 시간이 갈 수록 조금씩 더 높아졌다. 제 안에 무엇보다 귀한 것이 있는 양, 저 자신이 무언가 굉장한 것을 감추고 있는 양. 그리 두터...
묘하게 세상이 싫었어.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 인간들이 살아남으려 애쓰는 걸 볼 때마다 역겨워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어. 바퀴벌레처럼 쓸모도 없는 생을 늘 길게 이으려 하는 게 너무 화가 났어.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할 수가 없네. 이유없이 동족을 혐오하는 돌연변이에게 사회란 사치일까. 나는 어릴 때부터 이유도 없이 동족을 싫어했고, 죽이고 싶...
* 음악 소리가 생각보다 클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장문인의 처소는 산문과 가장 멀었다. 그 지난한 거리만큼이나 가파른 언덕에 처소는 홀로 있었다. 멀고 높은 곳에 고고하게 자리한 탓에, 그곳에 거주하는 장문인은 문파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른 척할래야 할 수 없었다. 재경각, 무각, 백매관 그리고 연무장까지 한눈에 내려 보이는 이곳에 장문인의 처소를 마...
쿠댠 님, 쥬나 님
아니 저, 물론 제가 잘못한 것은 맞소이다. 다만 절대 고의는 아니었소. 형편도 어려운데다, 먹여 살릴 가족도 많은 내가 도대체 왜 그런 위험한 일에 손을 대겠소? 예전에 제 벗이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어 알고 있소. 이런 일은 돈은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또 할 일은 더럽게 많은, 오직 자기 신념을 위해 일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나 같은 겁장이 ...
저는 순간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떨어진다기 보다는 역순행을 하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눈앞에서 눈보라가 살짝 부는가 싶더니 그 후에는 눈꽃이 펑펑 쏟아지듯이 피어나 단풍과 낙엽으로 바뀌더니 이내 녹엽으로 바뀌어 벚꽃 잎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광경이 수차례 바뀌더니 무의식 속의 공간이라고...
이 매너리즘이 내 호르몬 과다 분비 때문이리라고 생각하는 찰나 문득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또 약물에 관한 것이었다. 아니다. 또 다시, 지나간 과거에 대한 일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꽤나 모범생이었다. 그것을 마치 보란듯이 내 방에는 바른 글씨체로 작성된 노트와 각종 자질구레한 상장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시시하기 짝이 없는 미화된 자화상...
그렇게 쌓아둔 엽서가 벌써 수십 개의 산더미를 이뤘던 터라 이것들을 정리하는 데에 거진 이틀인가 나흘이나 걸렸던가.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모든 엽서에서 받는 이는 적혀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당사자에게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내용이 낯 부끄럽거나 부담이 돼서라든가 그런 건 요즈음에는 당연한 거라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2월 중순의 어느 날, 청천벽력과 같은, 아니,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우려하고 있었던 일이, 제 인생을 뒤바꿔 놓을 수도 있을 운명이, 빌어먹을 우연이 일어났습니다. 시작은, 언제부터였을지 모를, 어쩌면 이것 또한 정해져 있었을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요. 제 기억상으로 어림잡아 지금으로부터 3~5년 전부터였습니다. 제가 열세 살이 되던 해, 저는 무엇...
«스즈에와 미치루» {목차} 령이와 영이 스즈에와 미치루 미즈시마 린타로와 수성못 한여름 밤의 꿈 with you. * <령이와 영이>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아직 령이와 영이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였다. 즉, 우리가 스즈에와 미치루가 되기 전으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매미의 울음 소리가 귓가에서 시끄럽게 맴돌고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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