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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나는 인간들에게는 긴 시간일지언정 우리 같은 존재들에겐 아직 너무나도 짧은 시간을 살아 온, 그러니까 이를 테면 풋내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첫 소풍이라는 말에 조금 설렜고, 새로운 이들과의 첫 만남을 상상하면 또 조금 떨렸다. 몇몇의, 색색깔의 불꽃들이 기쁨의 이야기를 하는 그 가운데에서 나는 어째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
“그러고보니 미야마 선생님은 그 많은 연봉을 다 어디에 쓰시는 걸까요?” 액자를 정리하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연 후지노의 말에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머지 두 명의 시선이 한 군데로 몰렸다. 물고기 케이스를 열심히 닦고 있는 아카시를 제외한 두 여자. 그 시선의 종착점은 당연히 이상하리만큼 물건이 없는 책상 위였다. “그러게요. 연봉 3천만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미타케 씨는 뭘 하겠어?" 유키나의 집에서 같이 CD를 뒤적거리고 있던 때, 유키나는 뜬금없이 란에게 이렇게 물었다. "...뭐에요, 그 질문은?" "그냥, 갑자기 문득 떠올라서. 종종 묻곤 하는 질문 아닌가?" "...미나토 씨가 처음 저한테 물어보는 건데요, 그거." "어머나, 영광이네." 살짝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란은 유...
비단잉어의 형태를 한 인어들이다. 몸통은 비단잉어. 얼굴은 사람. 긴 머리카락을 나풀거린다. “그 덩치만 큰 물고기가 이번에도 눈치 없이 노래를 부르지 뭐야.” “솔직히 그 목소리로 유치한 가사까지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내가 그 정도 크기로 태어나기만 했다면 훨씬 잘 불렀을걸?” 인어 세 명이 한곳에 모여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뢰...
"그 쪽 이번 봄에 죽어요." "무슨 말입니까." 거실에 커피 향이 퍼졌다. 작게 찰랑거리며 흰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들고 온 주원이 멍하니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가연 앞에 커피를 내려두었다. 티비에 집중 하는 듯 싶다가 뜬금 없는 이야기를 시작한 가연에게 주원은 익숙한 듯 답을 했다. 답을 기대하고 말한 질문은 아니어서 주원은 입가로 커피를 가져갔다....
문 앞에서 잠시 서성거리다가 손을 뻗어서 그대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실례하겠다고 이야기하며 그대로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읽던 신문을 내려놓으며 아버지가 평소처럼 낮고 굵은 목소리로 그런 말씀을 꺼내셨다. 물론 말투만 저럴 뿐, 속내는 누구보다 다정한 분이라는걸 잘 알았기에 그냥저냥...
토도독. 심장을 울리는 빗소리가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사이에 놓인 둥근 협탁은 우리 관계를 구별짓는 선이었다. 희고 긴 손가락이 나의 죄를 판결하는 판사봉처럼 느껴졌다. 나와 당신은 당장 여기서 치열한 심리전을 펼칠 지경이었던 거야. 나는 무죄를, 당신은 유죄를 선고하려 수많은 논증과 실증을 뒤엎겠지.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았다. 네 얼굴마저 희미해지는 ...
- <The way back to you> 와 이어집니다. 여러편 쓰는 김에 시리즈로 묶었어요! '조심하세요. 어디든 눈과 귀가 있습니다.' 유진은 마크에게 짧은 문자를 보내고 폰을 책상위로 살짝 던졌다. 이 정도로만 해도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아들을 작자다.바하마코리아의 지사장, 마크는 부모님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첫만남에서 한국어를 잘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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