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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댠 님, 쥬나 님
송다희가 이상했다. 전화로는 그런 줄 몰랐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안절부절하다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둥, 재석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송다희가 서먹서먹하게 나오니, 자신까지 어색해져서, 그녀의 차에 타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일인데도 불구하고, 재석은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조수석 시트 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로비에서 만났을 때부터 이상했다. 애써서 웃...
마치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좋아하게 된 상대에게 서툴렀던 그 때처럼, 다희는 어쩔줄 몰라하는 상태였다. 회사의 로비를 걸으면서, 어쩌면 스쳐지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그리고 재석의 모습을 발견하면 본 것만으로, 다희는 슬며시 윤재석의 시야에 들지 않는 장소로 이동한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 때문에 재석에게 자신을 보이기 싫었다. 술취해서 자신을 ...
다음날, 다희는 점심이 지나서 외근을 나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접수대를 지나서 로비 근처까지 왔을 때에,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돌아보자, 관엽식물 가까이에 있는 긴의자 부근에서 윤재석이 험악한 음성으로 총무부장에게 대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제가 확인은 꼭 빠뜨리지 말고 해달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난 제대로 봤...
이탈리아 음식점의 구석진 자리로 안내되어 김승현과 마주 앉은 순간부터, 다희는 아무리 강인함에 끌려왔다고 해도, 오지 말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지껄이면 피곤하니까, 일하는 동안도 내내 김승현과는 필요 이상은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같이 식사를 하자는 생각을 일순이라도 해버린 것일까. 마가 끼었다고밖에 말할 길이 없었다. 김승현은 세...
…어느새 자신도 잠들어 있었는지, 재석은 다희에게 흔들려 눈을 떴다. "재석씨, 미안. 잠시 눈을 붙일 생각이었는데…." 시계 바늘은 자정을 조금 넘어 있었다. "지금 돌아갈게. 오늘은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아니요…." 헤어져 버리는 것이 싫다고 생각했다. "자고 가셔도 괜찮습니다."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무의식중에 그런, 자신으로써는 대담한 말이...
3월로 접어든지 벌써 1주일이 지나려 하고 있었다. 외근을 돌다 보면, 봄방학도 아닌데 학생 같아 보이는 젊은이가 평소보다 많이 거리에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낮은 따뜻하지만, 해가 저물게 되면 찬 바람이 불어대, 겨울의 여운을 느껴버린다. '벌써 3월이니 필요없겠지' 하며 장갑을 집에 두고 와버린 것을 후회하면서, 코트에 손끝을 찔러넣은채 가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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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희는 평소대로의 시각에 아파트를 나와, 8시반 전에 회사에 도착했다. 영업부 사무실에 들어가서, 자신의 옆자리가 공백인 것에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옆자리의 동료는, 언제나 8시 지나서 출근해, 컴퓨터로 그 자신이 담당한 회사의 동향을 체크하고 있을…터였다. 윤재석은 오늘부터 총무부를 도우러 가고 없음을 떠올린다. 송다희는, 그 무뚝뚝한 얼굴이 없으...
내 등에는 날개가 있다.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던 탓인가, 눈 속이 꺼끌하니 무겁고 뻑뻑했다. 기분 탓인지 어깨도 쑤신 것 같아, 다희는 의자 등받이에 체중을 싣고 기지개를 켰다. 등뒤에 있는 벽시계가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좀 더 일을 처리해 버리고 싶었지만, 바쁜 연말연시의 시기를 빼고 잔업은 하지 않도록 하는게...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면 반드시 그곳엔 박지연의 모습이 있었다. 재석과 눈길이 마주치면 그녀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뭔가 용건이 있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회식자리에서 그런 일이 있는 뒤이니 만큼 섣불리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재석은 슬며시 무시하고 있었다. 시계 바늘이 12의 숫자에 겹치기가 무섭게, 박지연이 생글거리면서 다가왔다,. “좋은 거 보여 줄...
잠시 후 무릎 위의 머리가 꼼지락거리는 기척이 나서 치워주려나 싶어 쳐다보니, 재석이 머리를 위로 향하고 다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단정한 얼굴에 시원스러운 눈매, 전근 온 처음 무렵, 여자애들이 시끄럽게 법석을 떨고 있던 이유를 새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석이 입을 다문채 다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의 노려보는 눈초리가 아니라...
그날 외근이 끝나고 곧장 귀가하겠다는 전화를 한 뒤, 회사에 들르지 않고 퇴근했다. 송다희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가 된 순간, 김지훈의 얘기와 낮의 송다희에 대한 자신의 언동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아까 낮에 죄송했습니다’하고 사과할 수도 없었다. 또 전화를 했다가, 괜히 긴장해서 자신도 모르게 삐딱한...
11월 중순, 퇴직한 사람 대신 타부서에서 새로 사람이 배치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희는 내심 뛸 듯이 기뻤다. 다희는 영업부 일을 모두 한 차례씩은 해냈고, 부서 내에서도 교육계적인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신입이 오면 사무직이든 뭐든 익숙해질 때까지 2~3개월은 같이 행동했다. 이번에도 분명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 돌아이 문제아 ‘윤재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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