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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화분. 오늘도 좋은 아침. 오늘 서울 메트로폴리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을 거래. 가을 하늘이 높고 바람은 서늘하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창밖을 내다보기에 완전 근사한 날이라는 거지. 단풍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더라. 다들 기분이 좋아 보여. 물론, 나도 기분이 좋아. 너도 알잖아. 나의 매일은 내 방에 가득 채워진 것들 덕분에 근...
1944年 10月 31日. 피부에 닿는 공기가 가을이라 하기에는 꽤나 차가웠다. 아직 10월인데 이리 추울 이유가 있나, 세훈은 흐르는 생각을 대강 떨쳐냈다. 본디 봄과 가을,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 부드러운 날씨들은 찰나처럼 스쳐가는 경우가 많았다. 책장 넘기듯 훌쩍 넘어가버리는 날들을 붙잡고 끓는듯한 무더위와 쩍쩍 갈라지는 추위를 견디는 것이 제가 할 ...
날아가는 새들 길을 묻는 사람들 모든 것이 아직 잠들지 않았네 어둠 속에 묻혀있던 빛나던 이 땅 모두가꿈 같은 세계로 빛을 내고 있구나 빛나는 하늘과 떨리는 두 손과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깊은 미소가 난 울지 않을래 피하지 않을래 어둠 속의 빛으로 넌 내게 머물러 의신을 만나고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시간이라는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 ...
달도 없는 그믐밤, 어두운 골목을 지나 작은 목롯집에 들어서면 익숙한 얼굴들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고 가는 술잔만큼 깊어지는 대화는 영 끊어질 줄을 모르고 실타래처럼 줄줄 이어지고 있었다. 언성을 높였다가, 속삭였다가, 우습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띠다가도 슬픔에 잔뜩 젖어 눈을 내리깔기도 하는, 정신없는 대화였다. 술에 취한 것인지, 연신 뚝...
경성의 봄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난和暖했다. 날이 풀려서 그런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표정도 평소보다 밝았다. 가벼운 옷차림에 활기찬 말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쩐지 제 머릿속도 덩달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세훈은 어깨에 걸친 가벼운 갈색 코트를 다시금 여몄다. 편집실로 가는 익숙한 거리였다. 저만치 걸어가면 극장이 나올 테고, 또 거기서 조금 더 걸어...
시간은 쌓이고 또 쌓여서 제 기억을 전부 흐리게 만들었다. 이름, 나이, 저를 부르던 목소리, 절대 잊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오로지 저 하나뿐이었다. 끝없는 삶, 본디 제게 부족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살아있는 존재의 한계이리라. 그렇기에 그는 끝을 바랐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외국에서 상인들이 왔대. 파란 눈이래. 신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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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 기반. ... 튜조지 / 양레니 창가로 새어들어오는 빛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찾아온 하루다. 햇빛만 강하다 뿐이지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온 세상이 고요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이 귓가를 간지럽힐 뿐이었다. 누가 들었더라면 저 새를 자기 손에 넣어보고 싶다고 지겹도록 얘기했을 테지만―새도...
돌아온 일상은 소중했지만 삶이 언제나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거울 너머의 저는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침울한 표정으로 초를 바라보다 돌아서는 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곤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라면, 거울 속 세상은 춥지 않았다. 춥다고 느낄 새가 없었다. 외롭다 느낄 적이면 어디선가 나타나 어깨를 토닥이는 홍이 있었고, 권태롭다 생각...
어둑어둑한 편집실, 불도 켜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윤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시선이 허공을 맴돈다. 아무것도 없는 어스레한 공간에 뭐라도 있다는 듯 그의 눈은 한참 그 어둠을 헤집고 있었다. 어쩌면 뭐라도 있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몰랐다. 누군가 저쪽 닫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윤 형, 불도 안 켜고 무엇 하고 있소, 집에나 갑시다, 하며 말을 걸어오는 상...
#A가_B를_죽인다 지긋지긋한 편두통과 기침은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가 그랬던가, 폐결핵을 앓는다는 것은 폐에 나비를 한 마리 키우는 일이라고. 제 안에 살고 있는 나비는 오늘도 쉴 새 없이 날갯짓을 하고 있었고, 끝없이 제 속을 갉아먹었다. 결국은 이 나비가 제 폐를 삼키고 점점 자라나 결국엔 저를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다. 윤은 그것이 정해진 운명...
떠나는 걸음이 쉽게 떨어질 리가 없었다. 한 손에 들린 가방은 온갖 것들로 묵직했고, 인사는 나눠도 나눠도 부족했다. 형, 조심해서 다녀와. 기죽지 말고. 몸조심해라, 어디 가서 쌈박질하덜 말고. 배웅 나온 사람은 몇 없었다. 익숙한 얼굴들을 한 번씩 끌어안고, 손을 흔들고, 배로 오르는 계단에서도 몇 번을 뒤돌아보았다. 보내주는 이는 환하게도 웃고 있는데...
死有사유, 이승에서 목숨이 끊어지는 찰나. 나긋나긋한 이 향기는 분명히 봄의 회포려니손을 꼽아 내가 기다리든 그 봄이려니그리고 나는 아즉도 이 병석을 걷지 못하였다.| 김유정, 「네가 봄이런가」中 1936년 3월. 숨을 쉬기가 힘들다. 자꾸만 눈앞이 흐리다.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쏟는 날이 이어졌다.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로 그저 그렇게 울음만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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