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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써 아무런 위험이 없다지만 만에 하나라는 일이 있기에 정기적으로 메신저 점검을 잊지 않는 세영은 그 날도 작업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고, 하는 김에 메신저 편의성 업그레이드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켜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꽤 시간이 지나 잠시 쉬려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세영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 소파 쪽으로 향하다 어느새 외...
불행론 ─ 내 행복이 너의 불행이 되었으면 좋겠어, 토비오. 그 날 그렇게 널 저주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오이카와는 그날 이후로 항상 같은 생각을 했다. 내 행복이 곧 너의 불행이 되고 너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 되는 관계. 딱 그 정도가 좋았다. 같을 수는 없었다. 비슷하지도 못할 바에 차라리 너의 불행을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나...
“후후, 정말이니?” “물론이죠. 사모님. 오늘은 이 붉은 옷이 가장 잘 어울리십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말을 나누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중년 여성의 웃는 소리와 달콤한 남자의 목소리에 문밖에서 듣던 비서, 스가와라 코우시는 한숨을 쉬었다. 네가 입혀줘, 라는 말에 순종적으로 네, 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약 3분동안 그 앞에서 사모님께서 옷...
01. “오늘 날이 춥다. 그렇지 다이치?” 밤과 새벽의 경계의 시간은 추웠다. 값비싼 드레스 셔츠는 매우 부드러웠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양복과 넥타이는 분명 최고급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러한 것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전재조건을 갖고 있다. ‘착용자는 계절과는 상관없는 적정 온도인 공간에서만 활동한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어깨를 감싸오는 코트에서 자...
고향을 잃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게 거꾸로다. 그러니까 이쪽의 시선에서 보자면 그렇다. 이곳에서의 거꾸로가 그곳에서의 제대로다. 떠난 지 오래되어 나도 이쪽 사람이 다 된 모양이다. 그런 인식은 썩 반갑지 않다. 의식적으로라도 거꾸로를 제대로로 말해야겠다. 다르게 표현해 볼까. 나는 떠올랐다. 중력을 거슬러 고향에서 멀어졌다. 나의 푸른 도시는 더이상 나를...
그가 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볕 좋은 날엔 빨래를 넌다. 집안일 중에 제일 싫어하는 것이 빨래이지만, 이런 날에는 그래도 뭐, 해줄까, 하는 관대한 마음이 된다. 이불과 침대 시트를 뜯어내 세탁기에 돌려서 옥상으로 올라왔다. 새파란 하늘 아래 하얀 시트를 탁탁 털어 널자, 섬유유연제 향이 물씬 풍긴다. 뭐라더라, 우디? 플로럴? 아무튼 향이 좋다는 것을...
안을 때마다 이따금 눈에 띈다. 매번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자지러질 때만. 아무리 속속들이 안대도 매번 천국으로 보내주진 못한다. 이것은 상호작용이며 매우 섬세한 작업이니까. 그리고 나도 너도 요새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이것은 변명이 아니다. 아무튼 무심코 입 밖에 내버린 것은 그것이 참으로 오랜만이기 때문이리라. 답지 않았다. "뭐?" 제 숨소리...
※ 2317 형제AU 사이제노입니다. 제노스는 운동화 끈을 묶고 집을 나섰다. 하얗고 말랑한 운동화 밑창이 바닥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감각이 제법 괜찮았다. 제노스는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파란 하늘 끝에 연회색 구름이 걸려 있는 것을 보니 저녁 무렵에는 비가 올 모양이었다. 제노스는 눈썹 위에 손을 모아 하늘을 바라보고는 1층에 내려섰다. 제노스와 함께 지...
Written by.오늘날 꾸깃꾸깃한 황토색 종이를 펼치고 손으로 꾹꾹 누른다. 낡은 세월이 펄럭거리며 책상 위에 가뿐이 내려앉을 때, 종이가 후-하고 내뿜는 숨결이 내 코 끝을 스친다. 오래된 페이지에다 차근차근 옮아가는 글자들이 퍽 낯설어 눈매 끝이 바르르 떨린다. 나는 고개를 들어 짝꿍도 없이 그저 땅으로 가기 위해 홀로 방황하다가 창문 위에 살포시 ...
"오늘 우리 메신저 보안 강화해야 돼서 잠깐만 일할게요?"세영은 미안해하는 자신과 달리 괜찮다는 듯 웃으며 끄덕이는 그녀가 고마우면서도 귀여워 머리를 두어 번 쓰다고는 금방 끝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작업 방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빨리 끝내려는 듯 컴퓨터 전원을 켜고 금세 작업에 집중한 그는 얼마 안 가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언제 들어도 달콤한 ...
걘 종종 울었다.끅끅거리는 억눌린 울음소리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다. 짊어진 목숨이 폐부를 아프게 눌러오던 탓이었다. 저 먼 옛날 자신이 떠나오던 고향을 잊지 못해 뒤를 돌아보곤 그대로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한 여자처럼, 걘 자기 앞에서 죽은 모든 것들에 대해 애도하지 못해 환장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잔해조차 남기지 않고 흩날려버린 악마의 앞에서 흘리던 눈물...
어둑한 하늘. 별도 달도없는 밤. 본래 아무것도 없었다는듯 고요를 지키는 어둠. 어떠한 소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듯 밀도높은 공기가 사방천지에 들이찼다. 그 단단한 고요를 깨부수지 못하는 나는 하얀 종이위에 펜을 손 위에 걸쳐둔 채로 홀로 서 있다. 언제나 정성들여 준비한 옷도, 머리칼도 모두 한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나의 노력은 처음부터 부질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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