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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뭐지." 이 정도면 운명이다. 존엄사에 대한 영화를 보고, 찬반 의견을 나누어 발표 준비를 하라는데. 나는 왜 1번이고, 이재현은 왜 2번이지. 허현준이랑은 또 떨어졌다. 허현준의 울상은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된다. 토요일 오후 2시 영화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재현은 뭔가 흐뭇한 표정이었다. "씨발, 씨발, 씨발...." 약속 시간 안 지...
"김선우, 나 잘했지." . . .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허현준은 그 날 하루종일 시무룩해 있었다. 쉬는 시간에 내가 잠만 자니까, 그래서 안 찾아온 건데.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사실 허현준이 미안할 일은 아닌데, 허현준이 김민성을 때렸다면, 정학까지 갈 이유가 없었다. 허현준은 공부도 잘 하는 엄친아니까,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벌써 이 주나 지났다. 이재현은 한결 같이 나를 쳐다봤고, 허현준은 그런 이재현을 내 주위를 맴돌며 경계 했다. 허현준의 경계 탓인지, 이재현이랑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허현준은 왜 허 씨인 거고, 난 왜 김 씨인 건지. 시험만 되면 떨어지게 된다. 이재현은 하필 12번. 허현준은 쉬는 시간마다 찾아왔지만, 내가 매 시간 자는 걸 보고 그 다음...
응, 지옥도. 쳐발렸다. 올 포 원에게 말 그대로 쳐발렸다. 애초에 제로섬조차 되지 못할, 내가 언제 패퇴하는지 시간을 겨루는 싸움이었다. 올 포 원은 내 오만을 능숙하고 노련하게 끝장내면서도 여유롭고 나지막하게 웃고 있었다. 중후반부부터는 눈이 충혈될 만큼 부릅뜨고 제대로 악다구니를 쓰면서 싸웠는데도 그 모양 그 꼴이다. 힘들고 지치고 짜증이 난다. 끝나...
훈련에 좀 관록이 붙자 축하의 의미로 서포트 장비를 선물로 받았다. 기란이 주섬주섬 잃어버리지 말라고 잔소리하며 케이스를 단단히 허벅지에 부착해준 한 특제 총 두 정. 내 피를 더 멀리, 빠르게 쏘아내기 위한 내 서포트 도구. 특제라 플라스틱 케이스에 맞물리듯 고정돼서 간편히 집어넣고 꺼낼 수 있고 떨어지지도 않게 설계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보통 총에 비해...
쿠로기리는 내 머리의 위쪽에서 두 가닥의 도톰한 머리칼을 갈라내에 여섯 갈래로 가르고는 셋끼리 뭉쳐 촘촘히 땋았다. 다시 둘이 된 두 갈래의 머리채는 쌍둥이처럼 하나같이 촘촘하고 일정하며 잔털 하나 없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이기에 그는 하얀 고무줄로 그 끝을 단단히 묶었다. 다 하고 나서는 밑쪽에서 두 가닥을 갈라내어 같은 일을 반복했다. 네 줄의 땋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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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쿠로기리의 상태는 빠르게 차도가 보여서 하루 뒤에는 완전히 정상인으로 돌아왔다. 와아, 다행이다! "잘됐네요! 당신의 심리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앞으로도 여전히 놀리는 재미가 있겠네요!" 방싯방싯 웃으며 그에게 엉기며 말하자 쿠로기리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요, 한 대 치게?' 천진한 어린...
Ever Blue “히구치, 이거 먹어 볼래?” “아니, 속이 안 좋아서.” 점심, 방금 만든 생선 조림을 젓가락으로 집어들며 물었지만 히구치는 거절했다. 히구치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항상 무표정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이에서만 알아볼 수 있는 종류의 차이가 분명 있었다. 히구치는 쭉 표정을 읽는 쪽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고 짝짝 박수를 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와아, 오랜만이에요! 장장 체감시간 10년의 대여정을 거쳐서 드디어 저, 미츠하라 쇼가 여기에 당도했나이다! 올 포 원, 사악한 마왕이시여, 선물을 주세요! 일본어로 축하의 프레젠트(プレゼンテーション)라고 하나요?" 구려, 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방긋방긋 웃었다. "여기까지 사악하고 복잡다종한 ...
나는 난처하다는 듯 손을 팔랑팔랑 내저으며 작위적인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쿠로기리는 지금 저를 데려오라는 명을 받아서 말이죠. 지금 당신 말에 따르면 올 포 원에 대한 항명이 될 거예요. 그건 당신도 싫죠?" 청년의 얼굴에서 짜증이 스쳤다. "선생이 직접 명했다고?" "쿠로기리가 보증할 수 있겠죠. 여러분, 빌런 연합에 저는 퍽 ...
'산책은 금방 끝났다.'라고 뻔뻔하게 웃으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웃으며 쿠로기리의 손을 맞잡았다가 기화 식초에 손을 넣고 휘저은 듯한 기이한 기분에 기겁했던 것도 잠시 동당거리는 걸음으로 거리를 구경하다 생겨난 게이트에 들어가니. 어느새 아지트에 돌아와 있었다. 우와, 쿠로기리, 편리해, 그런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장난 반, 진심 ...
그렇게 빌런 패거리, 예비 '빌런 연합'과 한패가 된 지 하루. 즉 쿠로기리와 싸운 뒤 하루. 일단 비밀 기지를 노출하기 전에 후를 위해 주변 지리를 알려주겠다며 올 포 원이 기세 좋게 선포했지만 그의 기백과 그 마스크는 눈에 심히 띄고 이 정도의 일에 그가 나설 일은 없다 보니 일단 나와 상성이 좋고 젠틀한 쿠로기리를 앞장세우게 되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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