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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다은 님, 해마 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던 윤기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귀엽네, 성실하기도 하지. 소개팅 이후 남준은 아침마다 안부 메시지를 보내왔다. 매일같이 연락을 하면서 만나자는 말은 없어서 윤기는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나랑 뭘 어쩌고 싶은 거지. 심지어 메시지의 내용은 매번 같았다. ‘윤기 씨! 오늘은 어제보다 따뜻하대요. 아우터 조금 더 얇은 거...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둥근 세상. 제가 보는것이 다라 생각했던 이와, 영리함이라면 세상 누구보다 뒤쳐지지 않을 이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몸을 나눈 후, 존재해서는 안될 사랑, 깨달았다. 이미 나눈 정, 다시 주워담을 수 없으니. 결국 희생당한건 서른도 넘지못한 한 청년이니라. 남은 청년이 긴긴 세월 홀로 기다리며, 한없이 나약했던 작은...
1. 도플갱어를 본 사람의 말로는 무척 비참해서 대개는 죽음을 맞이한다. 2. 한껏 신난 목소리로 태형이 물었다. 형, 도플갱어라고 들어봤어요? 세상에 두 명인가 세 명이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나면 죽는대요. 어째서 저렇게 신이 났을까. 해맑은 태형의 얼굴이 의아했다. 새로 알게 된 지식이 흥미로웠을까, 저와 꼭 닮은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는 게...
"태형아."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태형은 오라는 손짓을 하는 윤기에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킨다. 왜요? 몸을 일으키자 자신의 방문을 먼저 열고 들어가는 윤기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윤기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침대를 가르켰고 태형은 윤기의 손가락에 따라 스러지듯 침대 위에 풀썩 앉더니 이내 스르륵 누워 버린다. 어제 밤부터 상태가 별로...
이메일의 ‘보내기’ 버튼을 누른 남준은 하, 하고 짧은 숨을 내뱉었다. 마지막 몇 문장을 쓸 때는 저도 모르게 집중을 하느라 숨을 참았던 탓이다. 시계를 보니 늦은 네 시. 오늘의 마지막 미팅까지는 삼십 분이 남아 있었다. 미팅 자료는 오전에 최종 검토를 마치고 출력해뒀고 어제 퇴근 후에 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 리허설도 두어 번 해봤으니 십 분, 딱 십 분...
샤이앤 님, 사주보는 라뽀 님
벚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예년보다 열흘이 앞당겨졌다는 개화 시기에 맞춰 만개했던 벚꽃은 뜻밖의 큰 비에 속절없이 꽃잎들을 바닥에 흩뿌렸다. 거리의 사람들은 신발 밑창으로 떨어진 꽃잎을 짓이기며 한마디씩 했다. “아직 벚꽃 구경도 제대로 못 했는데 다 져버리다니…” 클라이언트 미팅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윤기는 두어 걸음을 걸을 때마다 주머니에 넣은 손...
나는 그 날 이후로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고, 녀석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날 배려하는 듯했다.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 때도 있지만, 보통 때처럼 녀석과 함께 붙어다니고 별다를 것 없이 웃었다. 여전히 녀석을 보면 묘한 생각이 종종 밀려들어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점점 그마저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다만 나는 녀석에 대한 호...
누군가가 서로 얽혀 있다. 하얀 사람과 검은 사람이. 하얀 건 민윤기. 숨소리가 거칠어진 채 몸을 움직인다. 아니, 움직임을 당한다고 해야되나. 역설적이게도 연신 가쁘게 숨을 내뱉는 모습이 꼭 아기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묘한 이질감이 야살스럽다. 입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꼭 무언가를 보채는 아이 같다. 여태 녀석에게서 들은 적 없던 목소리다. 극히 낮게 깔...
-남준아! -넘어져. 천천히 와. 녀석과의 말대로 나와 그 녀석은 등하교를 같이 하게 되었고, 꽤 많이 친해졌다. 녀석과 나는 둘 다 음악을 좋아했고, 그것도 꽤나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나처럼 야동보다는 야설을 좋아하는 타입에(취향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녀석은 게이보다는 바이에 가까워서 의외로 말이 통했다.), 야구나 축구보다는 농구를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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