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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푸른 하늘이 제 마음도 푸르게 하여 절로 시원한 느낌이 온몸에 감돈다. 이리도 맑은 날에 차마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적어도 바깥에 산책이라도 하러 나가자며 부탁하는 루키아의 작은 응석에 어울려 다 함께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바깥으로 나오니 그간 호정의 일을 처리하느라 갑갑했던 심정 또한 다소 녹아내리는 것 같아 나쁘지 않...
"오늘은 벚꽃이 아름답네요." 오랜만에 여유가 나, 히사나와 함께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평온하고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발끝을 물들이면 간지러운 걸까. 작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제 옆에서 들려왔다. 벚꽃이라. 조용한 쿠치키 저택 담장 안으로 낮게 드리워진 나무로 시선을 옮겼다. 하얀 꽃들을 한 아름 머금고 있는 가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 일을 겪으며 루키아는 발전해 갔다. 나날이 재능이 개화시키고 실력을 쌓아가며, 주변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이상하게도, 바뀌어가는 그것이 사라질까 하는 공포는 그대로인데, 그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쿠치키 뱌쿠야는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변화는 살아가는 것에게 당연하다는 것을. 기억은 무뎌져도, 감정은 영원불멸할 수 있다는...
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무더운 밤이었다. 가냘픈 초승달 빛이 선연한 밤이었다. 쿠치키 뱌쿠야는 쿠치키 저택 한구석에 있는 작은 방에 앉아 있었다. 책장에서 작은 서책 하나를 꺼내 옆에 두고, 종이에 한 자 한 자 정갈히 글씨를 쓴다. 히사나와의 추억이다. 모 년 모 월 모 일, 아침 또는 저녁,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소상히 기록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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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나는 석양이 드리운 창가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정말이지 분주한 하루였다. 보육원에서 자신이 맡은 방 아이들은 물론이요 다른 방 아이들까지, 숫제 원생 전부를 깨끗이 씻기고, 가장 말끔한 옷을 골라 입히고, 혹 원생들에게 관심을 두는 후원자님들에게 예의를 갖춰 대답하도록 틈이 날 때마다 주의를 시키고, 실내고 실외고 가리지 않고 청소를 하고, 후원...
쿠치키 뱌쿠야는 마음이 복잡했다. 쿠치키 저택은 한창 복작거렸다. 당주, 쿠치키 뱌쿠야의 혼례 이후-당시는 소당주-로 근 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온 집안이 나설 정도의 행사는 없었던 쿠치키 가에 거의 모든 사용인들이 고대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쿠치키 가 아가씨의 혼례. 혼인예식은 신부의 집에서 올린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사용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수없이 몇 번이고 시간의 흐름을 확인했던 것은 마지막은 아무도 모르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콜록,콜록콜록" "...히사나, 바람이 차가워 몸에 좋지 않소. 이제 그만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아닙니다. 뱌쿠야 님.. 콜록,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어나, 뱌쿠야 님과 함께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기쁜지...
햇볕이 슬슬 따가워지려 하고 있다. 벌써 5월 초입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아직 바람은 선선했다. 해가 드는 날은 좋다. 나뭇잎 사이로 빛나며 떨어지는 빛줄기를 볼 수 있으니까.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햇살은 산산히 부서지며 보석처럼 찬란히 빛났다. 괴로움마저 씻어내리는 광경이었다. 그래서 햇빛 아래를 거니는 게 좋았다. 아직 여름처럼 너무 강한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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