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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늦둥이였다. 다이아 수저를 하나씩 물고 태어난 형이 둘, 누나가 둘. 큰누나와는 열다섯 살, 작은 형과는 여덟 살 터울이 나는만큼 귀염둥이 막내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건 아니고, 좀 겉돌았다. 이미 머리가 커있던 형, 누나들은 성인도 되기 전부터 지분이며 경영권을 두고 싸워댔고 다니엘은 거기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떠난 ...
―야. 어디야? 가영의 전화였다. 다니엘의 집 근처로 찾아온 가영은 다니엘이 생일 선물로 준비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가영의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었던 카페 직원에게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었다. 가영은 제 발을 내려다보는 다니엘의 시선을 눈치채곤 신발 앞코로 콩 다니엘의 다리를 걷어찼다. ―여자친구 선물로 운동화가 뭐냐? 얼른 도망가달...
방은 먼지가 쌓일 만한 잡동사니가 치워진 것 외엔 다니엘의 기억 그대로 남아있었다. 주인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지 않는 방. 다니엘은 몇 번이고 상상한다. 스무 살, 스물한 살, 또 스물두 살의 유현을. 스무 살, 유현은 살이 조금 붙었다. 수험 공부로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서인지 먹는 양이 제법 늘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여전히 저체중이지만 전보다 건강해진...
감독 앞에서는 나름대로 반성하는 시늉을 보이던 주선은 탈의실로 돌아와 선수들끼리 남자 득의양양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야, 솔직히 고맙지.―미친 새끼, 얻어터지고 웃음이 나오냐?―너도 출장 정지 나올 거 같던데? 같은 3학년들이 옆에서 한마디씩 핀잔을 주어도 주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우리 팀은 나 아니어도 잘하는 선수들 많은데 저쪽은 강다니엘...
우리 사귀자. 다니엘이 그렇게 말했을 때 가영은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저를 바라보는 다니엘의 눈빛에 어떤 떨림이나 열기가 담겨있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 서로의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되는 데 꼭 그런 감정까지 동반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 그게 다니엘이 아닌 다른 반반한 남자애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니면 ...
며칠간 날씨가 좋지 않았다. 황민현은 자주 예보를 확인했다.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거나 기온이 뚝 떨어져 춥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민현아, 출발하자.―네. 매년 이날은 가족 모두가 미리 시간을 내둔다. 꽤 굵은 눈발이 날리는데도 평일 낮이라 그런지 외곽까지 빠져나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현이 있는 추모공원까지는 보통 차로 사십분 정도가 걸렸다. 오...
어느 날, 반려 햄스터가 내 손톱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진영은 황민현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요? 골리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까분다. 인사나 하러 가자. 그는 그런 진영의 어깨를 두드리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빠!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 복도에 도착한 순간 먼저 와있던 가영이 그를 불렀다. 오랜만에 만난 가영은 그새 더 길게 기른 머리카락이 어깨 너머로 물결치고 있었다. 나이...
―선배, 오늘 경기 보러 가실래요? 탈의실에서 진영이 물었다. ―무슨 경기, 신라대랑 정상대 경기? 그 물음에 답하기도 전에 1년 위의 주선이 불쑥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걸 뭘 봐. 어차피 신라대가 이길 건데. 그렇게 비웃은 주선은 입고 왔던 겉옷에 팔을 끼우고 짐을 챙긴 뒤 로커 문을 거칠게 쾅 닫았다. ―간다, 내일 보자.―내일 뵙겠습니다. 주위에...
강다니엘이라는 유명한 아이돌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현은 엔터 쪽 일을 하려는 사람치고는 연예인에 관심도 그리 많지 않고, 그쪽 생리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매니저직에 지원한 것은 아직 젊을 때,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깔끔한 외모만으로도 만인의 호감을 사는 민현인지라 단 한 번의 면접만으로 ...
1.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초가을, 선선해지는 바람에선 지겹도록 익숙한 바다 냄새가 풀풀 풍겼다. 전교생이 백 명 남짓한 시골 고등학교의 일상은 매년, 매월, 매일이 똑같았다. 좁아터진 동네에서 초딩 때부터 살 부대끼던 놈들은 지금껏 같은 반이었고, 중, 고등학교가 붙어 있는 탓에 똑같은 등굣길만 5년째였으며, 그 흔한 이사 한 번 가본 적 없는...
이런 개 씨발. 시부야역에서 호텔로 가기위해, 전철을 기다리던 다니엘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예약한 호텔 주소를 확인하려고 팔을 뒤로 돌려, 매고 있던 백팩의 앞 주머니를 더듬었는데, 핸드폰과 지갑이 들어있어야 할 그 곳이 찢어져 있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생각하며 다니엘은 가방을 앞으로 돌려맸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3초 정도 길게 숨을 ...
―네. 노크에 뒤이어 안쪽에서 짧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다니엘은 괜한 긴장감에 구겨진 셔츠 소매를 한 번 당겨 내리고 팀장실로 들어갔다. 다니엘이 들어가거나 말거나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던 팀장은 제 앞에 서류가 놓이고 나서야 겨우 다니엘을 쳐다봐주었다. 마주치는 두 눈이 냉랭했다. ―미국 법인에서 발행 요청하신 증명서 발급 위임장인데요. 서명 부탁드리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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