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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 정보로 저장해 사망 후 기억을 불러오는 마인드 서비스가 성행한다.
하늘은 해가 완전히 져 어둑어둑했다. 어둠 속에서 더욱 휘황찬란한 간판 불빛들을 뒤로 한 채, 건물 옥상에 해연과 수민이 서 있었다. 짙게 깔린 우울은 하늘의 어둠이 가리고, 산란한 마음은 화려한 빛이 가리는 가장 좋은 시간대에 둘은 가만히 서 있었다. 마주보기도 하고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하던 둘은 울지도 않았고 함박웃음 짓지도 않았다. 미소를 머금었을까?...
우리는 항상, '앎'을 주의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사실일까? 내가 믿고 있는 게 진실일까? 때로는, 100%라고 확신했던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삶에 100%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주사위를 굴리면 1과 6 사이의 눈이 나온다는 것. 겨우 그 정도이다.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자만은 나를 위험에 빠뜨릴 것...
다행히 저는 사신을 용케 속여넘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사신이 사실을 알면서도 눈 감아줬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온 후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사신이 제게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참 불공평합니다. 그렇지만 신들이 사는 세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인간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과 신이 세상을 보는 관...
그러게, 시키지도 않은 짓은 왜 해가지고. 안 그래도 미워죽겠는데 더더욱 꼴 보기 싫어졌다. 없이도 잘 살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의 앞날을 방해하는 건지. 강준이는 피어오르는 의심과 함께 무거워진 마음이 쉬이 풀리지 않는지 식당에 들어서서 앉자마자 물을 한 잔 벌컥 들이켰다. 뭐라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변명을 더 ...
습관이 무섭다고. 무섭도록 안정감 있는 이 집과, 그의 집에서 자고 갈 때면 잠옷처럼 입었던 그의 옷은 3년이 지나고도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도저히 어제의 기억은 저녁을 함께하던 식당이 마지막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강준이는 바쁜 일이 생겼다며 먼저 일어났고, 자리에 함께 남은 껄끄러운 ...
내가 지금 서있는 여기 한 발짝 앞은 경계선 함부로 넘을 수 없는 금단의 울타리 내게 허락된 곳은 경계선 바깥 걸핏하면 멀어지고 악을 써야 가까워질 수 있는 원심력이 지배하는 공간 애써 한 걸음 불쑥 집어넣어도 감히 저지른 만용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지평선 저 너머까지 썰물처럼 무기력하게 떠밀려가는 초라한 마음
불화설 수습을 위한 멤버와의 가짜 연애가 시작됐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못하게 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어렸을때부터 제 감정에 솔직하고, 순수하며, 사람 좋아하던 아이가, 수많은 사람에게 상처 받아오고 나서 얻은 병이다. 이 병이 정말 구질구질하고 귀찮은게 뭐냐면 첫번째로 감정을 나 와 마주하고 표현했을때 슬프다, 기쁘다 , 즐겁다 가 아닌 변명으로 바뀌게 된다. 마치...
내가 임시 저장글에 글을 잔뜩 쌓아두고도 올리는 글은 정작 몇 개 되지 않는 이유는 내 글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기 위해서 소소하게 글을 쓰는 것인데, 감정을 담는 순간 글이 아니라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계는 참 모호하다. 감정 없는 생각도, 생각 없는 감정도 없기 때문에. ...
너나 나나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이어도 서로를 필요한 건 맞잖아. 우린 서로 사랑에 굶주려 하며 시달려 매달리고 우린 각자 상처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울면서. 우린 서로 믿음의 의심을 던지며 비난과 욕하지. 우린 각자 그날의 그 순간에 갈 수도 없으면서도. 우린 서로 서로의 마음에 매달려 얽매여져 있어. 그렇지만 우린 너나 나나 다를 ...
🔎 무소속 3개월 📍 문래역 🧘🏻♀️ 삶 연필을 쥐고 글 써본 때를 더듬어본다. 연필은 다른 필기구보다 느리며 불편하고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사용할수록 심이 무뎌져 적당한 때에 다듬어야 하고, 육각 몸체를 손에 익숙하게끔 만들려면 시간도 필요하다. 너무 힘을 주면 심이 뚝 부러져버리고 힘을 주지 않으면 연필을 놓치거나 글씨가 옅어진다. 연필을 쥐고 ...
나의 유년기, 나의 작은 세계. 친구와 부모님, 노랑빛으로 통통 뛰노는 분위기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누구보다 여유로웠지만 누구보다 바빴던. 그렇게 나만의 세계에서 활짝 웃음짓던 나. 아무것도 몰랐다. 세속적인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했는지, 인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인간에게 악한 본성이 있는지, 아니 애초에 악이란 것의 정의가...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하늘과의 경계가 무뎌집니다. 땅을 밟고 있음에도 구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끼어 있어도 태양과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날, 하늘을 바라봅니다. 혹여나 하늘이 안개처럼 내려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혹시나 하늘이 안개같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하늘과의 경계가 무뎌지는 날에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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